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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미-북 평화협정, 오히려 전쟁 환경 조성할 것"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 경축 군중집회에서 군인들이 북한 인공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 경축 군중집회에서 군인들이 북한 인공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역설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미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평화협정 공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미국은 비핵화 우선 혹은 병행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랜드연구소가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에 대해 미국과 주변국들이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7일 연구소 논평에서 “북한 정권은 결코 한국을 점령해 (무력)통일을 이루는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며 북한의 평화 공세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수뇌부의 평화협정 요구는 평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전쟁준비의 일환이란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VOA’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평화협정 요구는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를 무력화해 미-한 동맹을 와해시켜 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의도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He wants to create conditions where there is no longer reason for the US forces to be in South Korea……”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먼저 북한 주민들에게 미국이 ‘철천지 원수’이자 ‘전쟁광’이라고 거짓 선전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어 평화협정이 체결돼 미군이 일단 철수하면 다시 한국에 재배치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북한 정권은 이를 활용해 수십 년 간 축적한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등을 앞세워 한국 점령을 시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은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취약해져 있기 때문에 무력 침공만이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 때문에 미-북 평화협정 체결은 역설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수뇌부는 7차 당대회를 통해 평화협정과 미군 철수를 상당히 강조했을 뿐아니라 북한 주도의 통일 전략을 담은 ‘조국통일 3대 헌장’까지 다시 꺼내 들어 관심을 끌었습니다.

7차 당대회 보고에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입니다.

[녹취: 김정은 제1위원장]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 군대와 전쟁 장비들을 모두 철수시켜야 합니다.”

김 제1위원장은 특히 보고에서 한국 내 혁명 역량을 강화해 북한의 공산화 통일을 주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핵 자강력을 기반으로 위장 평화공세를 통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런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를 덥석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미 국무부의 엘리자베스 트뤼도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녹취: 트뤼도 대변인] “The onus is on North Korea, as it has long been, to take meaningful action to verifiable denuclearization, refrain from…”

북한 정권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게 우선이란 겁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VOA’에 평화협정에 대한 미-북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I think there is a gap, a pretty significant gap between the US and DPRK…”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전제로 평화협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김정은은 이를 별개로 보기 때문에 절충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겁니다.

실제로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월 미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에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병행의지를 밝혀 관심을 끌었었습니다.

커비 대변인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전 북한측 요구로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기로 미-북이 비밀리에 합의했지만 핵 협상이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결의한 9.19 공동성명 제4항에 당사국들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지적하며 평화협정이 비핵화의 틀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의 핵 포기 없이는 한반도에 어떤 실질적인 평화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문답 발언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그 무슨 6자 회담이니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 추진이니 하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도저히 대화에 대해 생각할 분위기가 몬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능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김정은 제1위원장은 7차 당대회를 통해 항구적으로 핵무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양측의 입장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평화협정에 관한 협상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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