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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트럼프 미-북 정상회담 발언에 부정적 반응


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자료사진)

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자료사진)

북한 지도자와 대화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의 발언에 대해 미국에서 우려와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빌미를 줄 뿐아니라 북한 정권의 선전에도 역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북한 관리가 트럼프 후보의 대화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데 대해서도 미 전문가들은 새롭거나 의미를 부여할 게 거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지난 1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입성하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다음날 미 ‘APTN’에 “그렇게 된다면 나쁠 게 없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반응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19일 ‘VOA’에 북한 정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정상회담 등 미-북 대화를 꾸준히 원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소장] “No, I don’t thinks it’s new. I think North Korea has always preferred and wanted to have….”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이 항상 추구해온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북한이 반기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이 바로 성사되는 것은 위험이 많고 성공 가능성도 적다며 고위급 양자 회담을 통해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이라도 오바마 행정부가 미-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타진할 필요가 있지만 북한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백악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7일과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이 비핵화와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확신을 줄 때까지 국제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부르스 클링너 해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대한 양형섭 부위원장의 반응에 무게를 둘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North Korea periodically indicates its eager for engagement then they always tends to be conditionality……”

미-북 간 대화와 접촉을 주기적으로 선호한다고 밝히면서도 조건을 내세워 뒤틀리게 하는 것이 북한 정권이 지금까지 보여온 전형적인 행태였다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예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등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하겠다고 밝혀 많은 이들을 흥분시켰지만 갑자기 미-한 군사훈련 중단 등 여러 조건을 내세워 찬물을 끼얹은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트럼프 후보의 미-북 정상회담 발언 역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Mr. Trump’s comment is very similar to what the Barak Obama said in 2007 when he would meet unconditionally…”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200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바락 오바마 후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적대국가 지도자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공약한 것과 매우 비슷하다는 겁니다.

당시 오바마 후보의 경쟁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이런 오바마 후보를 “순진하다”며 비웃었고 오바마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정상회담 후보국에서 북한을 지웠습니다.

백악관에 입성해 미-북 관계의 현안을 제대로 학습한 뒤 북한 지도자를 만나는 계획을 접었다는 겁니다.

부르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후보의 최종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미 대통령 당선이라며, 지지표를 모으기 위한 정치적 발언에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폭락 선임연구원] “Trump said many things. He makes comments on everything whether it has meaning or not, I don’t know because he is a political candidate…

미-북 정상회담은 어떤 환경에서 성사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처럼 북한이 핵.미사일 무장을 확대하고 인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유린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폴락 선임연구원은 대북 현안을 제대로 파악한 뒤 협상의 유연성 차원에서 하는 발언이라면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트럼프 후보의 최근 대북 발언은 “온전한 외교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미국 전문가들 뿐아니라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조차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란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아시아담당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부소장은 미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 기고에서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매우 나쁜 구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없고 정상회담이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북한 정권의 핵무장 선전에 역이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한-일 동맹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희망이 아닌 절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그린 부소장은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한 뒤 치밀한 준비와 미-북 간 사전 조율을 충분히 한다면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미-북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4가지를 충족시킨다면 미-북 관계 개선에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연구원] “First stipulation ought to be that president Trump would not go to Pyongyang for such a meeting that such a meeting would have to take places in a neutral site such as Singapore…”

북한의 선전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 정상회담 장소는 평양이 아니라 싱가포르 같은 중립지대로 해야 하고 사전 구체적 합의 속에 모든 의제를 진지하고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닉시 연구원은 또 트럼프 후보가 한반도와 관련한 역사와 협상 과정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식을 무장해야 하며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강하게 추진할 평화조약에 관한 남북한과 주변국 입장에 관해 철저히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힘든 북한 정권 특유의 외교 기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정상회담 계획은 접는 게 더 낫다고 닉시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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