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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용호 외무상 임명...미북 대화 가능성 주목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지난해 1월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회동한 후 기자들에게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지난해 1월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회동한 후 기자들에게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전문 외교관 출신인 리용호 씨가 신임 외무상으로 임명됐습니다. 과거 리용호 씨를 만나봤던 미국 전문가들은 그를 유연하고 실력 있는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용호 외무상 기용은 앞으로 미-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외무상으로 발탁됐습니다.

강석주 국제비서가 지병으로 물러나면서 리수용 외무상이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으로, 리용호 부상이 외무상으로 북한의 새로운 외교라인이 개편된 것입니다.

리용호 외무상은 1990년대 초부터 핵 문제를 비롯한 대미 협상에 참여하면서 워싱턴의 많은 정부 당국자, 전문가들과 접촉해 왔습니다.

1993년부터 1999년 국무부 소속으로 북 핵 협상에 참여했던 조엘 위트 미 존스홉킨스대 선임연구원은 리 외무상을 20년 넘게 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1990년대 북 핵 협상장에서 마주한 것은 물론 지난 몇 년 사이에는 ‘트랙 투’ 민간 접촉에서 여러 번 만났다는 것입니다.

[녹취: 위트 연구원] I think he’s a very capable person who knows the issues very well

위트 연구원은 리 외무상에 대해 “사안을 잘 아는 매우 실력 있는 사람으로 북한의 이익을 강하게 대변하지만 최소한 말은 통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하지만 그가 다른 북한인들보다 더 유연하다거나 더 합리적이라는 건 아니다”라며 “북한인들은 세계를 보는 자신들만의 관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리용호 외무상의 발탁이 앞으로 미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리용호 외무상의 임명으로 북한이 미국에 유화공세를 펼 것이라는 관측도 있겠지만, 리 외무상이 발탁된 배경에는 다른 이유들이 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가 외무상이 됨으로 해서 임무들이 많아져 미-북 핵협상에 집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용호 외무상을 2012년 뉴욕에서, 2014년 평양에서 만났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좀 더 낙관적인 전망을 했습니다.

[녹취:그레그 전 대사] He is flexible and a great sense of humor and wants better rel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그레그 전 대사는 “리용호는 영어가 유창하고 유연하고, 농담도 잘 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인물”이라며 “김정은이 리용호를 외무상으로 발탁한 것은 미국과 대결이 아닌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이 먼저 미국에 손을 내밀지, 그 반대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긍정적인 상황들에 북한이 유연하게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국민대 교수도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 임명 이후 제재국면을 뚫고 보다 적극적으로 다자회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정창현 교수] “리용호 외무상은 외무성 부상을 할 때도 2012년에 미국에 대해 미국이 핵우산만 보장하면 핵포기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 물론 그것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는 것은 둘째치고 파격적인 발언을 많이 했고 그런 발언들을 공개, 비공개 회의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정한 힘이 있고 본인 스스로가 일정하게 대화노선으로 나가야 된다고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리 외무상의 임명이 미-북 관계에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안찬일 소장] “리용호 전문 외교관이 외무상이 됐습니다. 전문가로서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물론 김정은의 판단이나 리수용 국제비서의 결심이 어떻게 나타날 지 모르지만 그래도 미국통이고 미국 지식이 있는 리용호가 됐다는 건 북미관계에서 가느다란 희망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광진 연구위원은 리용호 외무상의 발탁을 비롯해 북한이 7차 당대회를 통해 외교라인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김광진 연구위원] “리수용 국제비서가 정치국 위원이 됐죠.외무상이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외무성 1부상 김계관도 당정 위원회 집행부 주도 기관에 선출이 됐어요. 사실 당정 위원회 후보위원 정도 되려면 내각상이 돼야 되거든요. 장관이 되야 되거든요. 그런데 1부상이 거기에 포함됐다는 건 북한이 노동당 전통적으로 조직지도부 선전지도부 중요시하는 것도 이번에 나타났지만 외무성을 중요시 하고 외교라인을 잘 등용해서 앞으로 대외관계를 김정은이 의도하는 대로 풀어가겠다는 대외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집니다.”

평양외국어 대학 영어학부를 졸업하고 외무성 국제기구국 과장과 부국장, 주영 대사를 지낸 리용호는 1990년대부터 대미 외교를 맡아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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