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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북한 당 대회, 구시대적 국제정세 인식 드러내"


11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축하하는 합동 공연 ‘영원히 우리 당 따라’가 열렸다. 공연 도중 대형 화면에 김정은 당 위원장의 모습이 나왔다.
11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축하하는 합동 공연 ‘영원히 우리 당 따라’가 열렸다. 공연 도중 대형 화면에 김정은 당 위원장의 모습이 나왔다.

한국 정부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드러난 북한의 국제정세 인식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공안기관을 앞세워 사회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일부터 나흘 간 열린 북한 노동당 7차 대회에서 드러난 북한의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이 36년전 과거 6차 당 대회 당시와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통일부는 13일 ‘북한 제7차 당 대회 종합평가’ 자료에서 이같은 분석내용을 밝히고 북한이 국제정세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통일부는 한 가지 예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비동맹 운동을 강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비동맹 국가들은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전쟁 책동에 일치한 행동으로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발언을 꼽았습니다.

비동맹 운동은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80년 6차 당 대회 때 강조한 것이어서 김 제1위원장의 국제정세 인식이 36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통일부는 분석했습니다.

또 김 제1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를 제국주의 내정간섭으로 비난한 것도 구시대적 사고를 노출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는 또 북한이 앞으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습득을 막고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공안기구를 동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청년을 ‘혁명의 계승자’로 강조하면서도 청년을 포함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안기구를 내세워 사회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통일부는 김 제1위원장이 사업총화보고에서 사법검찰과 안전보위기관 일꾼들은 사회주의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는 적들의 온갖 책동을 제때에 적발 분쇄해 사상과 제도, 계급 진지와 일심단결을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고 밝힌 점을 주목했습니다.

통일부는 이와 함께 김 제1위원장이 향후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바꿀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4월 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 제1비서에 오른 김 제1위원장이 이틀 뒤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제를 만들어 차지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번 당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이름의 최고직위를 만들어 스스로 그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통일부는 당 요직 인선과 관련해선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235명 가운데 55%인 129명이 새로 뽑혔고 나머지 106명은 재선됐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국이나 정무국 등 주요 정책결정기관 선출은 일부 고령자 퇴진과 궐석 보충 등으로 변화를 최소화한 반면 중앙위 위원과 후보위원은 과반을 교체해 급격하게 세대 교체를 단행할 경우 빚어질 기존세력의 반발을 막고 향후 신진 세력의 승진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는 또 김여정과 조용원 당 부부장 등 측근 세력의 중앙위 위원 선발도 향후 주요 직위 선출을 위한 포석으로 봤습니다.

반면 중앙군사위원회의 규모를 17명에서 12명으로 축소한 것은 군종과 병종 사령관들을 중앙군사위에서 제외해 군 지휘와 작전 체계의 간소화와 일원화를 도모한 때문이라며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분석했습니다.

박봉주 내각 총리가 중앙군사위원으로 선출된 데 대해선 군 역할 축소와 당의 역할 강화를 의미한다며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원과도 관련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박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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