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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기자들, 평양서 겪은 '황당한 경험' 털어놔


북한 7치 노동당 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외신 기자들이 지난 8일 행사 일정 변경을 통보받은 후 변경된 일정에 대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7치 노동당 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외신 기자들이 지난 8일 행사 일정 변경을 통보받은 후 변경된 일정에 대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7차 당 대회를 취재했던 외신 기자들이 평양에서 겪은 황당한 체험담을 기사와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을 통해 속속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외신들을 통해 김정은 시대를 선전하려 했지만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외신들이 북한 수뇌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왜 외신들이 북한 당국의 언론 통제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지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 곳 워싱턴의 많은 기자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정부의 주요 일정부터 챙겨 봅니다.

전날에 미리 발송된 주요 관리들의 일정과 행사들을 보며 취재 계획을 짜고 카메라 담당자들은 미리 행사장에 가 촬영 준비를 합니다.

정부 부처의 정례브리핑 뿐아니라 대부분의 행사 뒤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지고 정부 책임자들에게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쇄도합니다.

[녹취: 백악관 브리핑 기자들과 대변인의 논쟁음]

이런 과정은 모두 정부 활동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정부에 대한 비판적 감시를 통해 보다 투명한 사회로 발전시키기 위한 언론의 가장 기본적 의무입니다.

이 때문에 유엔은 세계인권선언 19조를 통해 언론 등 모든 지구촌 주민들에게 의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7차 당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외신 기자들은 이런 가장 기본적인 자유조차 누리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인터넷 사회연결망(SNS)과 블로그를 통해 당 대회의 공식 일정를 받지 못했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정보를 받아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애나 파이필드 도쿄 특파원은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 당 대회 첫날인 6일 관련 소식을 한국의 ‘연합뉴스’를 통해 봐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루 하루 일정을 스스로 짠 적이 없고 모든 게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이뤄져 다음 일정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들은 게다가 당 대회 현장이 아닌 병원과 공장, 그리고 평양을 찾는 외국인들이 통상적으로 가는 지하철 역을 방문해 정부의 선전 선동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현장을 억지로 봐야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의 벤자민 이스마엘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VOA에 이는 북한 정권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당 대회 역시 외신들을 활용해 어린 지도자를 선전하려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국장] “Basically, the regime showed what he wants to show and tried to use foreign press…”

이스마엘 국장은 그러나 철저한 검열 속에서도 외신 기자들은 정권이 보여주고 싶은 않은 것을 전할 수 있다며, 북한을 잘 아는 기자들이 북한을 더 많이 방문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평양을 취재한 기자들은 북한에서 겪은 경험들을 자세히 전하며 북한 당국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블름버그’ 통신의 니콜라스 와드햄 기자는 10일 “북한 취재 여행은 오싹한 순간들로 가득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당국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심지어 신생아들까지 선전무대에 올려 당 대회를 적극 선전했다는 겁니다.

와드햄 기자는 간호사가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는 세 쌍둥이의 가녀린 손을 잡아 기자들에게 흔드는 모습은 가장 오싹한 순간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저 거리에서 우비를 입은 딸이 아빠와 손을 잡고 가는 모습, 전차에서 자신에게 웃으며 손을 흔든 채 사라진 아줌마들의 일상적 모습이 이 진열장 도시 평양에서는 보다 특별해 보였다고 꼬집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파이필드 특파원은 북한의 실제 모습을 보려면 일본의 독립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펴내는 잡지 ‘림진강’을 봐야한다는 제안까지 했습니다. 이 잡지는 '아시아프레스' 소속 북한 내 기자들이 주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LA타임스’ 신문 베이징지국의 쥴리 마키넨 기자는 안내원들의 통제가 너무 심해 기자들과 논쟁을 많이 벌였다고 회상했습니다.

결국 참다 못한 한 기자가 “주민들이 정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게 낫지 않냐?”, “핵무기 프로그램이 주민들이 필요한 재원을 가로채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상황까지 벌여졌다는 겁니다.

감시원들은 기자들에게 “질문이 너무 많다”는 등 문제를 삼았고 감시원들에게 따졌던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로이터’ 등 여러 언론사 기자들은 결국 마지막 날 행사장 취재에서 배제돼야 했습니다.

북한인들을 삶을 그린 ‘세상에 부럼 없어라’ 란 책의 저자로 잘 알려진 ‘LA 타임스’의 바브라 데믹 기자는 이런 황당한 취재 문제를 지적하며 “서방 기자들이 북한에서 봉기하다’란 제목의 글을 미국의 유명 문화 주간지인 ‘The New Yorker’에 기고했습니다.

데믹 기자는 북한 당국이 외신들을 북한 매체들처럼 새 지도자에 대한 선전 도구로 활용하려 했지만 외신들은 그런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 취재진은 북한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다 추방됐고 기자들은 감시원들과 논쟁하며 북한 내 취재 관습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BBC’ 방송의 루퍼트 윙필드-헤이스 도쿄 특파원은 추방 뒤 취재팀이 북한에서 겪은 이런 통제와 신경과민은 수면 아래 있는 북한 정권의 취약함과 불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데믹 기자는 북한의 이런 행태를 “체면유지에 사로잡힌 국가”에 비유하며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 변함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언론의 독립적 기능에 익숙하지 않아 이런 외신들의 비판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에서 20년 간 기자와 작가로 활동하다 탈북한 장해성 씨는 과거 VOA에 북한 언론은 정부의 나팔수에 불과해 주민들이 언론의 자유와 기능을 제대로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씨] “인민이 좋아하는 것과 상관없이 김정일이나 김정은이가 내려 먹히고 싶은 것! 자기들이 요구하는 쪽으로 방송을 해야 하거든요. 이 게 수 십 년 동안 쭉 왔지요. 이렇게 말해야 만이 방송인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누구도 말 못합니다.”

북한 통일전선부 출신인 장진성 씨 역시 과거 VOA에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언론이 북한에 없기 때문에 3대 세습과 압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씨] “사회 정화란 것은 언론이 있을 때 가능한데, 자유 언론이 없으니까 오직 북한 주민들이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할 권리는 충성심 강요 뿐이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없지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은 11일 성명에서 이런 행태는 “북한 정권이 얼마나 기본적인 표현과 언론의 자유 권리를 전적으로 경시하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왜 북한이 세계 언론 검열과 자유 지수에서 계속 바닥을 치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북한에는 사고와 양심, 종교, 의견, 표현, 정보, 집회의 자유가 거의 완전히 부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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