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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트럼프'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 유력...캐나다 초대형 산불, 8만명 대피


필리핀 대선에 출마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가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필리핀 대선에 출마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가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VOA 오종수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9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막말과 잦은 충돌로 유명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합니다. 그리스 의회가 국민의 반발을 샀던 연금 축소 · 세수 인상안을 통과 시켰고요. 캐나다에서 최악의 산불로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주말 동안 화재 진화에 유리한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대선이 오늘 (9일) 실시됐는데, 당선자의 윤곽이 나왔나요?

기자) 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서 오랫동안 시장을 지낸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현재 80% 이상 개표가 이뤄졌는데요. 두테르테 후보가 39%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진행자) 대권에 도전한 또다른 후보죠.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은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했군요.

기자) 네,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 필리핀의 유명한 여성 정치인인데요. 이 시간 현재 22%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두테르테 후보와는 약 550만 표 이상 차이가 나는데요. 월요일(9일) 오후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또 다른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 내무장관도 현재 22% 정도의 득표율을 보여 거의 패배가 확실합니다. 사실 이 두 후보는 선거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두테르테 후보에게 줄곧 10% 포인트 이상 뒤졌었습니다.

진행자) 야당 대선 주자가 줄곧 여권 후보들을 압도해왔다는 말씀인데, 두테르테는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선 후보는 앞서 말씀 드린대로, 남부 다바오시의 현직 시장입니다. 올해 71세로, 시장 재임 중 막말과 돌출 행동을 일삼아 온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 없이 거침없는 독설과 극단적인 공약 제시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와 비교되는 인물입니다.

진행자)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쩌다가 그런 별명을 갖게 된 겁니까?

기자) 두테르테에게는 어떻게 보면 트럼프보다 더한 면이 있습니다. 막말의 강도도 세고, 성(性)적인 면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1989년 현지에서 발생한 교도소 폭동 와중에 집단 성폭행을 당해 숨진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시장인 내가 먼저 (성폭행)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등 잇따른 여성· 인종 비하 발언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비판한 호주 대사에게는 “닥치라”며 필리핀과 호주 사이의 외교관계 단절까지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막말의 정도가 조금 심한게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대선주자 반열에까지 올랐습니까?

기자) ‘범죄와의 전쟁’을 앞세워 경제난과 범죄,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필리핀 국민들의 표심을 얻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검찰 출신인 두테르테가 22년(7선) 동안 시장을 지내고 있는 다바오시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우범지역입니다. 그는 시장 재임 기간동안 ‘징벌자’라고 불릴 정도로 치안을 확고히 확립해 인기를 얻었는데요. 두테르테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 “취임 후 6개월 내 모든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밝혀, 범죄 퇴치에 부진하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필리핀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진행자) 높은 범죄율에 지친 필리핀 국민에게 ‘범죄 소탕’을 앞세워 마음을 얻은 거군요?

기자)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출마 당시만 해도 군소 후보에 불과했던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후 범죄자를 모두 처형하겠다”는 극단적인 공약을 내걸며, 단숨에 유력 주자로 떠올랐습니다. 높은 범죄율에 지친 필리핀 유권자들을 공략한 겁니다. BBC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 토요일 (7일)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인권관련 법규들은 잊어버려라”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바오 시장으로서 범죄자들을 처단해왔던 것과 똑같이 하겠다”고 말해 지지자로부터 환호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인권법은 잊어버려라’, 논란의 여지가 큰 발언이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두테르테 시장은 다바오시에서 범죄자 약 1천700명을 재판도 없이 처형하는 등 공권력을 초법적으로 남용해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되면 필리핀에서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독재가 부활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필리핀 가톨릭 주교회의는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후보를 거부하라”고 유권자들에게 촉구했고요.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도 “우리나라가 다시 독재로 회귀하는 것이 우려된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독재가 우려되는데도 그렇게 인기를 끄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후손들이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는 ‘가문 정치’에 염증을 느낀 필리핀 유권자들의 지지도 두테르테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유력 부통령 후보로 거론돼온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은 지난 1965년부터 1986년까지 21년간 장기집권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입니다. 베니그노 아키노 현 필리핀 대통령도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의 아들로, 대를 이어 정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외교관계협의회(CFR)의 동남아시아 전문가 조슈아 쿨란트칙 박사는 “아키노 대통령 집권 이후 높은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필리핀 중하위층 유권자들은 정치 엘리트들에게 오래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종 선거 결과는 언제쯤 나옵니까?

기자) 필리핀 전역에서 실시된 이날 선거에서는 대선과 함께 총선,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졌습니다. 대통령· 부통령과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297명, 주지사 81명 등 1만8천여명의 공직자와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최종 선거결과는 이르면 내일(10일) 오후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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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번엔 오랜 경제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의 그리스로 가보겠습니다.

기자) 구제 금융을 더 받기 위한 그리스 정부의 추가 긴축 조치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그리스 의회가 경제 개혁안을 통과시켰습니다. dpa,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오늘 (9일) 연금 삭감과 증세를 포함한 개혁법안들을 채택했습니다. 이들 개혁법안 표결은 원래 일요일(8일) 내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진통 끝에 최종 표결이 자정을 넘겼습니다.
이날 표결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독립그리스인당(ANEL) 연립정부 소속 의원 153명은 모두 찬성표를, 야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그리스 의회 의석 수는 300석입니다.

진행자) 300명 가운데 153명이 찬성했다면 가까스로 과반수가 된 거네요. 그리스 의회에서 논쟁이 팽팽했겠습니다.

기자) 네. 그만큼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된 개혁안은 정부가 유로존에서 받을 3차 구제금융 요건 충족을 위한 것으로, 연금 지급액 삭감과 연금펀드 통폐합, 개인 분담금 증가, 중상층 증세 등을 포함합니다. 다시 말해, 상당수 국민들이 받게될 연금액은 줄어들고 내야할 세금은 늘어나서 가계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됐는데요. 게다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작년 1월 긴축에 반대하며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국민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진행자) 긴축정책에 반대했던 총리가 입장을 바꿀 정도면, 그리스의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겠군요.

기자) 치프라스 총리는 집권 6개월만인 지난해 7월, “국가 부도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860억 유로, 약 970억 달러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받기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대외 채권단의 연금 삭감, 증세 등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그리스는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인 54억 유로, 약 62억 달러 규모의 긴축 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그리스 의회의 이번 경제 개혁안 표결을 앞두고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였죠?

기자) 네, 이날 표결에 앞서 개혁안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사흘 연속 총파업을 벌여 일부 공공 서비스가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습니다. 시위도 이어졌습니다. 그리스 곳곳에서 시위대가 화염병과 의자 등을 집어 던지고 경찰은 최루탄으로 맞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1만8천명, 제2 도시인 테살로니키에서 8천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그리스 경찰은 추산했습니다.

진행자) 그리스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기자) 그리스는 2010년 재정 위기로 유로존에서 처음 구제금융을 받은 이래 6년째 긴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외 채권단은 지금까지 그리스에 160억 유로, 약 182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순차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와 별도로 그리스의 은행 부문 개혁을 위해 50억 유로, 약 57억 달러 이상을 제공했습니다. 이번 개혁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고, 파업 사태가 확산될 경우s 그리스는 7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습니다. 당장 급한 불은 끈 셈인데요.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는 오늘(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그리스 긴축과 구제금융 문제를 논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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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캐나다에서 큰 산불이 진행중이죠?

기자) 네, 일주일동안 계속된 캐나다 최악의 산불사태가 서부지역 알버타주에서 서울 면적(약 605㎢)의 약 2.6배에 달하는 1천610㎢를 태우고 있습니다. 당국은 지난 주말 동안 기온이 내려가고 약하게나마 비가 오면서, 진화에 유리한 전환기를 맞은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막대한 면적이 잿더미로 변한건데, 어떤 지역입니까?

기자) 초대형 산불 피해가 확산되는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리(Fort McMurray) 는 한때 ‘포트 메이크 머니(Fort Make Money)’, 다시 말해, ‘돈을 만드는 요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막대한 부를 창출하던 지역입니다. 지속된 고유가에 셰일유와 같은 비전통 에너지자원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셰일유 생산관련 시설이 있는 이 곳이 떠오른 겁니다.

진행자) ‘돈을 만드는 요새’였다면 사람들이 많이 몰렸겠군요?

기자) 포트 맥머리에 사는 건설업 종사자 채드 애보트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나 변호사도 우리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고 초창기 이 지역에 사람이 몰리던 시절을 기억했습니다. 지난 2012년 포트 맥머리에 정착한 51세 예멘 출신 난민 삼야 하산은 트럭 운전사인 남편과 살며 세 자녀 모두를 키울 수 있을 만한 돈을 벌었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셰일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일자리가 폭증했고 자본이 집중 투자됐습니다. 2000년 기준으로 3만 8천명에 불과했던 포트 맥머리의 인구는 2015년에 3배가 넘는 12만5천여명으로 늘어났고, 1 에이커(4천46㎡)당 2만 7천 캐나다 달러(약 2만850 미국달러)이던 땅은 100만 달러(약 77만 미국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진행자) 피해가 막대하겠네요?

기자) 특이한 점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입니다. 물론, 시설과 투자가 집중된 지역인 만큼 물적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 액수만 90억 캐나다달러(약 70억 미국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BBC와 CNN 등 실시간 뉴스 방송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캐나다 앨버타 주 북부에서만 지금까지 주택 1천600 가구를 태우고 8만명 이상이 피신했지만, 사망자나 부상자는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당국의 철저한 재해 대책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인명피해를 막은 것으로 보이는데, 언제쯤 불길이 잡힐까요?

기자) 이 지역 소방당국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며칠 동안이나마 산불을 현재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것만으로도 진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말 동안 내린 약한 비의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소방 당국은 산불을 완전히 통제하기까지는 몇 달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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