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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폭발 30주년..."영변 핵 시설 안전 우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오른쪽)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 시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오른쪽)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 시설. (자료사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이번 주로 발생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방사능 오염과 암으로 숨졌고,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영변 핵 시설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세계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불길에 휩싸인 원자로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이 사방으로 누출되면서 수 십 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30여만 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참여한 보고서는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암 사망자만 4천 명으로 확인했고, 국제 환경감시단체인 그린피스는 후유증으로 20만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변 생태계는 거의 완전히 파괴됐고, 발전소 반경 30km 는 지금도 통제구역으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습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전문가들은 체르노빌의 열악한 원자로 구조와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엄청난 재앙을 야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영변 원자로도 사고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비확산정책교육센터의 핵 전문가인 헨리 소콜스키 소장은 27일 ‘VOA’에, 영변 핵 시설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시설 안전 여부를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헨리 소콜스키 소장] “They do not open their facilities to foreign visit….”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외국인 원자력 전문가들의 방문을 허용해 안전 강화 노력을 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북한은 외부인의 핵 시설 방문을 허용하지 않아 안전 여부를 알기 힘들다는 겁니다.

북한 핵 시설의 구조적 문제도 안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스콜스키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콜스키 소장] “their facilities have windows. Why? They don’t have constant…”

북한은 재처리 시설에 이례적으로 창문 (window)을 쓰고 있어 방사능 물질의 누출 위험이 높다는 겁니다.

스콜스키 소장에 따르면 다른 나라들은 방사능 누출 우려 때문에 재처리 시설에 창을 쓰지 않지만 북한은 전력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창을 쓰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연구소 (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과거 보고서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핵 재처리 시설의 벽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핵 물질 누출을 막기 위해 두꺼운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데 북한의 시설은 두께가 그다지 두꺼워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런 구조는 폭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능이 그대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 매우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달 영변 원자로가 안전하지 않다는 또 다른 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확인한 결과 북한은 옛 소련의 ‘IRT’ 원자로를 자체 증축해 재가동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과거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에 쓰던 ‘IRT’ 원자로를 위험한 농축우라늄, 특히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사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이 원자로를 핵무기 제조를 위한 삼중수소를 만드는 데 사용했을 수 있어 심각한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자체 원자로로 핵연료를 생산하려다 두 번이나 실패한 적이 있기 때문에 ‘IRT’ 원자로로 삼중수소 제조를 시도하다 실패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IRT’ 원자로는 옛 소련이 1962년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매우 낡았을 것으로 올브라이트 소장은 추정했습니다.

‘IRT’ 원자로 외에 수명이 30년 이상 된 5MW 원자로 등 영변의 노후화 된 핵 시설들도 안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차장은 과거 ‘VOA’와의 인터뷰에서, 영변 5MW 원자로는 이미 수 십 년 전에 건설된 시설로 일반적인 안전장치조차 갖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I think this is a real concern because when we look at the 5 MW reactor…”

북한이 일부 부품을 교체하더라도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하이노넨 전 차장은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춘 원자로 설계와 철저한 안전수칙에 따른 운영, 이를 확인하는 감독기구가 필요한 데 북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영변 핵 시설에서 일부 오염물질이 누출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 서부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의 닉 한센 객원연구원은 27일 ‘VOA’에, 북한이 냉각탑 대신 강에서 끌어오는 냉각수를 사용한 뒤 강에 방류하고 있다며, 이 물질이 얼마나 안전한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 한센 객원연구원] “I’m more worry about radio activity…

일반적으로 방류하는 냉각수에는 점검을 통해 유해물질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계속 방류할 경우 생태계와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줄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영변 핵 시설과 관련해 “냉각수 방류와 시설로의 장비 이동, 원자로 가동 징후를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지난 2014년 보고서에서 북한의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화재가 발생해 사소한 문제로도 방사능이 외부에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강을 통한 냉각수 공급은 홍수 등으로 유실될 경우 냉각수 공급에 차질을 빚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군사전문 매체인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2년 전 영변 흑연감속로의 수명이 다한데다 폐쇄와 재가동을 반복해 화재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이 보도를 토대로 지난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영변 핵 시설의 화재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 시설이 집중돼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 보다 더 심각한 핵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영변의 핵 시설이 체르노빌의 규모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수 백 킬로미터 밖의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개천과 안주를 중심으로 인근 북한 주민들은 방사능 피폭 등 상당한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영변 핵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릴지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옛 소련 당국도 체르노빌 사고 당시 36시간이 지나서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영변 인근 주민들이 핵 시설 사고 가능성에 대한 대피 훈련이나 방독면 등을 지급받았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북한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변 `핵 재앙’ 발언을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핵 시설 안전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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