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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대북 제재 장기화, 북한의 대응


북한이 평양에 준공한 '미래과학자거리'의 지난 2월 모습. (자료사진)

북한이 평양에 준공한 '미래과학자거리'의 지난 2월 모습. (자료사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장기화 할 경우 북한 당국은 부족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외화벌이 창구 다각화를 비롯한 우회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따라 주요 외화 수입원인 광물의 수출 길이 막히면서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민생용 광물 수출은 허용한다는 제재의 예외조항을 이용해 소속을 바꿔 민생용이라고 주장하며 제재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단둥 현지 기업 176곳을 대상으로 지난 2012년부터 이듬해까지 두 차례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한 서울대 김병연 교수에 따르면 북한 광물 수출 기업의 70% 이상은 군이나 당 소속입니다.

[녹취: 서울대 김병연 교수] “중국 상무부가 고시를 통해 중국의 기업 책임자가 민생용임을 밝히는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어떤 식으로 집행될지, 별도의 심사를 할 것인지 또 중국 업체가 민생용인지를 어떻게 확인할 지가 관건입니다. 만약 민생용이 아닌 것으로 파악될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인지도 불확실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북한이나 중국의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제재의 구멍들을 파악해 우회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대중국 석탄 수출의 경우 중국 측의 선투자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제재 국면에서 수출용 석탄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을 통해 일부는 문을 닫거나 조건이 좋은 탄광들은 내각 소속의 국영 부문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제재 조치에 따라 수출이 금지된 석탄을 유상 판매가 가능한 북한의 민수용으로 돌림으로써 수출 감소를 만회하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4차 핵실험 직후 중국 단둥을 현지 조사하고 돌아온 경상대 정은이 교수는 수출일변도 정책으로 북한 내부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던 무연탄의 경우 제재로 수출 길이 막히면서 북한 주민들이 싼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며, 북한 내에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무연탄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경상대 교수] “중국으로 수출하던 무연탄은 그만큼 고열량인데다 질이 좋아 그동안 북한 주민들이 비싸게 구입해야 했지만, 이번 제재로 수출이 막히면서 요즘 장마당에서 싼 가격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선 좋을 수 있죠.”

이런 상황은 단기적으로는 북한 내 석탄 수급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판매처가 많지 않은데다 내수용 석탄 가격 하락에 따른 경영난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석탄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석탄 수출이 금지되면 계약 초기의 탄광들은 가동이 중단되겠지만 이미 중국으로부터 기계 설비나 자금 등을 받은 기관들은 이를 활용해 당분간 생산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생산이 가능한 탄광이라 하더라도 북한 내에서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곳은 장마당에서 개인들에게 파는 민수시장 밖에 없죠. 여기에다 수출 물량이 내수로 전환될 경우 가격이 떨어져 탄광의 경영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죠.”

북한은 제재 국면에서 부족한 외화 확보를 위해 제재 대상이 아닌 의류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늘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류는 광물에 이어 북한의 두 번째 대중 수출 품목으로, 북한은 대중 교역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던 광물 수출이 줄어들자 대신 섬유나 의류 임가공 수출을 통해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중 의류 수출은 2010년 1억8천만 달러에서 4년 만에 7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북한이 중국의 최대 의류 공급처로 부상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들을 활용해 낮은 임금으로 외국 기업의 임가공 주문을 받거나,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을 중국에 있는 기업으로 보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임가공 형태의 대중 의류 수출이 확대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의류 수출은 광물 수출에 비해 외화가득률이 높지 않은데다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북한에 대한 위탁가공 주문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중국의 수출 경기 부진으로 수출용 임가공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반면,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내수용 경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어 중국 내수시장을 향한 임가공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동시에 있어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 국면에서 임가공 수출이 지하자원 수출 감소를 만회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

여기에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중국을 거쳐 북한 공장과 간접적으로 위탁가공 거래를 해온 한국 등 제3국 기업들이 거래를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북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 당국의 국산품 장려 정책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2013년 경공업대회 참석 이후 수입품에 대한 환상이나 소비 풍조를 병으로 규정하면서 국산품 애용을 독려해왔습니다.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자강력 제일주의와 과학기술에 기초한 국산품 생산력 증대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감안한 조치로 보입니다.

경상대 정은이 교수는 대북 제재로 중국으로부터 소비재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현재 식품가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산화가 다른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정은이 교수] “지금까지는 중국 제품이나 부품을 사와 조립하거나 ‘메이드인 DPRK’라는 식으로 이름만 바꿔 북한산으로 팔던 수준이었다면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노동집약적이고 자재나 기술이 덜 필요한 부문부터 국산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죠. 북한 당국이 공장이나 기업소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국산화 생산을 정책적으로 장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원자재 부족과 전력난에다 대북 제재까지 겹칠 경우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대로 국산품 생산을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주택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북한은 다음달 36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말 ‘미래과학자거리’를 준공한 데 이어 최근 ‘려명거리’ 조성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주택과 도시 건설은 김정은식 경기 부양으로, 북한 돈 약 100억원이 투입된 미래과학자거리 건설과 동일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 국면에서 주택 건설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데다,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북한 당국으로서도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따라서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 당국이 주택 건설 등과 같은 조치들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재원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 북한은 점차 외화와 물자 부족, 물가상승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시장의 기능과 돈주들의 자금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주민들로부터 준조세 성격의 돈을 거둬들여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려 할 것으로 한국의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 주민들은 ‘70일 전투’에 동원되는데다 각종 공사비 조달을 위한 상납금 강요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대북 제재가 장기화 할 경우 제재로 인한 대외무역의 감소는 시장 자본 축소로 이어져 민간 자금을 활용해 국가재원을 확보하려는 북한 당국의 노력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외화벌이 창구 다각화를 위해 중국의 지방정부와 민생경제 차원의 경제교류협력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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