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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북한 해외노동자 집단 망명, 탈북자들 반응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지난 7일 한국에 입국했다. 해외식당에서 공연하는 북한 종업원들. (자료사진)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지난 7일 한국에 입국했다. 해외식당에서 공연하는 북한 종업원들. (자료사진)

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북한의 해외 식당 종업원 13 명이 집단 탈출해 최근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한반도 분단 이후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가 망명한 사건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데요, 해외 거주 탈북자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장양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황장엽 비서가 탈북했을 때 보다 더 놀랐습니다.”

지난 1990년대 러시아 연해주 내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탈출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박명수 씨의 말입니다.

박 씨가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집단 망명 사태에 놀란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철통 같은 북한 보위부의 감시 아래 13 명이 뜻을 모으고 단체행동을 했다는 점, 그리고 성분 좋은 북한 사람들이 북한 정권을 등졌다는 사실입니다.

[녹취: 박명남] “국가보위원이 나와 지키고 있었어요. 프락치가 나와 있고. 속내를 말하기 힘들어요. 혼자서 넘어오는 것도 2 년을 떠돌아서 정말 힘들게 넘어왔는데. 13 명이 와…!”

박 씨는 가족이 단체로 넘어온 경우는 있었지만 이런 일은 남북 분단 후 처음 본다며 고위 간부의 망명보다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명남] “제가 (러시아에) 있을 때 견주어 보면요 파견한 사람들 다 모가지고요. 가족들은 당연히 피해를 볼 거고, 보낸 사람이나 관리하던 사람이나 일체 다 싹쓸이죠. 동창생 동료 가족 친지 다 소문 퍼지면 다 흔들릴 거고, 13 명 일반 간부 한 두 명 넘어온 것 보다 효과가 몇 십 배 클 거예요.”

박 씨는 그러면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탈출 자체가 예상치 못할 일은 아니라며 외부세계의 경험이 의식을 바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명남] “공부하러 갔었는데 공기가 틀려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걸 느껴요. 중국 쪽에 있었으면 남한 사람도 많이 볼 거잖아요. 그러면 어느 순간 본인이 북한 사람이라는 걸 망각하게 돼요. 내가 남한 사람이 된 것 같고 본인 스스로 무너지는 거죠. 울타리 속에만 있다 나왔으니까. 그런 건 되게 빨리 물이 들어요”

미 동부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성민 씨 역시 달라진 의식은 행동을 바꾸게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민] “북한 사람들이 판단을 하는 거예요. 아 이제 북한이 하는 선전이라든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판단하는 거죠. 이 사람들이 나중에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데”

이 씨는 북한 정부가 이번 일로 해외 노동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지만 노동자들의 망명은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탈북자들은 해외 노동자 집단망명의 또 다른 원인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배신감을 꼽았습니다.

지난 2010년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벌목공 출신인 안드레아 김 씨는 당시 첫 월급을 받았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녹취: 안드레아 김] “나오자마자 불만이 생겼어요. 월급이 북한에서 말하는 월급이 액수가 아니었고요. 나와보니까 한 달 평균 90 달러, 굉장히 불만이 많았죠.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데 돈이 안되니까. 굉장히 놀랐죠. “

안드레아 김 씨는 러시아 내 사업소에서 노동자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심하게 다친 노동자들이 시체로 버려지는 등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영국 내 북한인권 비영리단체 유럽북한인권협회 박지현 간사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감시가 심할 거고 서로 믿지 못할텐데 이번 13 명 망명 사실을 보게 되면 이젠 모두가 북한 정부를 믿지 못하고 환멸을 느끼고 그 생각이 모두 같았기 때문에 앞으로 희망을 찾아 떠났던 거죠.”

영국 런던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는 20대 탈북 남성 앤드류 리 씨는 할당 받은 목표 매출을 채우라는 압박감이 이들을 탈출로 내몰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은 그러나 북한에 있는 가족이 피해를 입을 것을 알기 때문에 탈출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갈등이 많았을 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상황에 끌려 따라나선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탈북자도 있었습니다. 안드레아 김 씨입니다.

[녹취: 안드레아 김] “어쩔 수 없이 반신반의하면서 따라붙는 사람이 있어요. 혼자 남았다가는 더 다칠 수 있고 뻔한 사실이니까.”

김 씨는 러시아에서 함께 일하던 9 명의 벌목공이 집단 탈출을 시도했고 당시 상황에 끌려 따라나선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13 명의 망명 노동자가 아니라 북한에 있는 이들의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을 김 씨로만 소개하는 시카고 거주 20대 탈북 남성입니다.

[녹취: 20대 탈북 남성] “그 분들의 가족 분들. 어떻게 될까 고민이고.”

그러나 안드레아 김 씨는 가족 때문에 탈출을 결심하기까지 3 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지옥 같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망명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드레아 김] “가족 때문에 안 하죠. 가족이 발목을 잡죠. 그런데 지옥에서 살다가 천국을 맛보면 지옥은 죽어서도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결단하는 것이죠.

앤드류 리 씨는 13 명의 망명자들의 가족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집단 탈출 공개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앤드류 리] “정치적인 수단과 목적에 의해 이용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남겨진 가족들이 가장 걱정되거든요. 왜냐하면 13 명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친척들 13 명 플러스 몇 백 명이 될 수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정부의 탄압을 받는다면 사실 이번 발표가 누구를 위한 발표인지 모르겠어요.”

앤드류 리 씨는 만약 이들의 가족이 북한 정권의 탄압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의 만행을 기억해 훗날 북한 정권을 고발할 때 증인이 되어 달라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리 씨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집단 망명 사태로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이번 사태의 주인공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탈출을 감행한 북한 주민과 그들의 가족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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