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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학교장, 일본 정부의 보조금 중단 시도 반발


신길웅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교장이 12일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조선학교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타당한지 재검토하라는 하세 히로시 문부과학상의 최근 통지를 비판했다.
신길웅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교장이 12일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조선학교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타당한지 재검토하라는 하세 히로시 문부과학상의 최근 통지를 비판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일본 정부가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교장과 재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조치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한편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쿄조선중고급학교의 신길웅 교장과 이 학교 재학생, 학부모 대표, 인권 운동가들은 12일 도쿄의 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지 움직임에 항의했습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 교장은 일본 문부과학상이 조선학교에 대한 운영 보조금 지급의 재검토를 통지한 것은 “매우 정치적인 차별”이라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신 교장은 이어 조선학교는 “납치나 핵, 미사일 등의 외교, 안보 문제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선학교 재학생은 “일본인이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배우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재일 조선인도 배울 권리가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앞서 하세 히로시 문부과학상은 지난달 29일 조선학교에 운영 보조금을 지급하는 28개 지방자치단체에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통지문은 “북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선총련이 학교 교육 내용, 인사, 재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보조금 지급의 공익성을 충분히 검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세 문부상은 기자들에게 “보조금 감액이나 정지를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의할 점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각 지자체는 학교운영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2014년도에 132개 지방자치단체가 조선학교에 342만 달러를 지원했고, 2016 회계연도에도 127개 지자체가 276만 달러 이상의 지원 예상을 편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세 문부상은 통지문에서 학교 교육 내용 등을 보조금 중단의 이유로 언급했지만, 보조금 중단은 이미 지난해 6월 집권 자민당이 일본 정부에 제출한 대북 제재 요구안에 포함된 구상입니다.

그러다 최근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자 일본 정부가 실제로 대북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입니다.
한편, 조선학교는 정부 보조금이 끊길 경우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미 학생수가 크게 줄어 수업료가 많이 걷히지 않아 교직원에 대한 급여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사회보험료 체납 누계액도 9백2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1950년대에는 조선학교가 일본 전역에 161개에 재학생이 4만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시점에는 97개 학교, 학생 6천명 선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과거에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이미 소송이 제기돼 있고,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이 같은 조치가 ‘차별’이라며 보조금을 계속 지급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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