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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체류 북한 주민들의 탈북 사례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한국에 입국했다. 해외식당에서 공연하는 북한 종업원들. (자료사진)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한국에 입국했다. 해외식당에서 공연하는 북한 종업원들. (자료사진)

북한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 명이 집단 탈출해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해외에 체류하던 북한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탈북한 사례는 있지만 집단 탈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해외 체류 북한 사람들의 탈북 사례를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에서 북한 해외 근로자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연대 대표로 활동하는 탈북자 임일 씨는 지난 1996년 쿠웨이트의 주택 건설현장에 파견됐습니다.

임 씨는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인권회의에서, 쿠웨이트에서 철조망이 설치된 건설현장에서 노예처럼 쉬지 않고 일했지만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임 씨는 이처럼 힘들게 일하고도 대가를 못 받는 비참한 현실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판단에 탈북을 결심해 지난 1997년 서울에 정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일 탈북자] “19년 전 여기에 와 자유세계가 있는 것을 체험하면서 내가 겪었던 일은 19세기에나 있었을 법한 노예노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러시아 아무르 주에 벌목공으로 파견됐던 김모 씨는 2000년부터 3년 간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8 시간을 중노동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고 받는 돈은 하루 50 루블, 미화 1.7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 출신 노동자들과 비교해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러시아 벌목공 출신 탈북자 김모 씨] “다른 나라 사람들, 러시아 사람들 일하는데 어쩌다 가보게 된 겁니다. 보니까 그 사람들은 하루에 러시아 돈 천원 이상 버는데요. 하루에 천 원이면 30 달러 이상입니다. 나는 하루에 도대체 얼만큼을 버는가, 어느 정도로 내가 돈을 뜯겼는가 그런 게 느껴지거든요.”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들만 탈북을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1991년부터 1999년까지 태국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무역참사, 과학기술참사로 근무했던 홍순경 씨는 국가보위부가 자신에게 엉뚱한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것을 눈치 채고 한국으로의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홍 씨는 북한 국가보위부 요원들에게 납치돼 북한대사관에 감금되는 위기를 겪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가족과 함께 2000년 10월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홍 씨는 현재 서울에서 탈북자 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997년 이집트주재 북한대사관의 장승길 대사 부부가 잠적한 뒤 전격적으로 미국에 망명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 경공업성 관료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는 지난 2000년 체코에서 북한-체코 신발기술 합작회사 사장으로 일하다 북한의 독재체제에 환멸을 느껴 2002년 한국에 망명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북한경제와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김광진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외보험총국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던 중 2004년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탈출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과의 마찰 때문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북한 당국에 안 좋은 감정이 있었고, 다음에 제가 하는 일에 트러블이 좀 생겼어요. 하기 때문에 내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거라는 직감이랄까 시그널을 받아들여 갖고 오게 된 거죠”

김 연구위원은 그동안 자신 이외에도 해외에 파견된 북한 주민들 가운데 탈북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해외에 파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엘리트 계층으로,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런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하는 것을 위협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최근 북한의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북한 것은 북한 정권으로서는 큰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북한 당국에 반발하고 항거하고, 이런 게 조직적으로 나타났다는 거죠. 개별적으로 항거하는 것 하고는 다르거든요. “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북한 당국에 대한 이 같은 조직적 반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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