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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페이퍼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라고 하는 조세회피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단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여러 유명 정치인과 기업이 외국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불법 행위를 했다면서 관련 문건을 폭로한 건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파나마 페이퍼스’를 짚어봅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란 뭔가요?”

일명 ‘파나마 페이퍼스’는 지난 2015년 8월, 익명의 제보자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에 제공한 약 1천150여만 건에 달하는 문건을 말합니다. 문건이 파나마에 있는 유명한 법률회사인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들이라 ‘파나마 페이퍼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입수한 문건은 1977년부터 2015년까지 약 40년에 걸친 모색 폰세카 사의 거래 내역인데요. 이메일과 계약서 등 자그마치 1천150만 건, 용량이 2.6테라바이트(terabytes)에 달하는, 비밀문서 단일 폭로로는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참고로 2테라바이트 정도면 고화질(HD) 영화 400편 정도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하니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 짐작이 가실 겁니다. 지난 2010년 폭로 전문 인터넷 웹사이트 '위키리키스'가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 문건이 1.7 기가바이트니까 그보다 1천 50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전 세계 80개국 400여 명의 기자들 조사 참여”

제일 처음 문건을 입수한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자료를 미국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단체인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유했습니다. 단독으로 조사에 들어가기엔 워낙 방대한 양이었기 때문이었죠. 문제의 문건들은 ICIJ의 주도로 전세계 80여 개 국 100여 개 언론사 400여 명의 언론인들에게 배포됐고요. 이들은 1년 남짓 분석, 조사한 끝에 다수의 전 세계 전 현직 정상들과 유명인사, 유명한 은행과 기업 등이 해외의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돈세탁과 탈세, 재산 은닉 등을 한 혐의를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난 4월 3일 전격 공개하면서 국제 정치 지형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분야까지 엄청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문건에 언급된 주요 인물로는 누가 있나요?”

21만5천 개에 달하는 기업과 1만4천 명이 넘는 개인이 모색 폰세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 현직 정치 지도자를 포함해서 정치인 143명이 포함됐습니다. 문건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최측근을 통해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해외 조세 피난처로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매형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작고한 아버지 이언 캐머런,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거물급 정치인 등이 거론됐습니다.

이미 파나마 페이퍼스의 직격탄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정치인도 있는데요. 시그뮌드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탈세 의혹이 불거지자 결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문건 폭로 사흘 만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중동의 지도자들도 여러 명 있는데요.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아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총리,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촌, 호스니 무라바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아들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금융회사도 포함돼 있는데요. 대동신용은행 계열사 'DCB 파이낸스'입니다. 그런가 하면 아르헨티나의 세계적인 축구 선수인 리오넬 메시, 중국의 유명 배우 성룡, 국제 축구연맹(FIFA) 등도 탈세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개인이나 기업 등이 거론된 정부 당국은 이들의 불법 활동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파나마 페이퍼스 파문의 진원지, 모색 폰세카는 어떤 곳인가요?”

모색 폰세카는 조세 피난처 관련 법률 회사로는 전 세계 4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파나마 최대 법률회사입니다. 본사는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지만 중국과 유럽, 남미, 스위스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 5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회사죠. 1989년 파나마인 변호사 라몬 폰세카의 법률사무소와 독일계 파나마인 유르겐 모색의 법률 사무소가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모색 폰세카’로 지었습니다. 이번에 유출된 '파나마 페이퍼스'는 두 회사가 합병하기 전, 모색이 1977년에 설립한 회사의 자료까지 망라하고 있습니다.

모색과 폰세카는 현재 파나마의 정치,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인데요. 모색은 1948년 독일에서 태어나 십 대 후반에 파나마로 이주했는데 부친은 악명 높은 나치 친위대원이었다고 하고요. 폰세카는 작가에 한때 성직자를 꿈꾼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ICIJ는 모색 폰세카가 표면적으로는 수수료를 받고 자산 운용업무를 대행하고 있지만 전 세계 수십만 기업과 개인들을 위해 일종의 유령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서 조세 회피를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모색 폰세카가 방대한 고객을 확보하고 40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고객 보호 원칙과 인맥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편 이번 조세 피난처 폭로 파문과 관련해 모색 폰세카 측은 자신들의 활동은 합법적이었으며 개인의 정보를 유출한 행위는 인권 침해라며 소송 의사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조세 피난처란 어떤 곳인가요”

어떤 나라에서 기업을 설립하려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당연히 정부에 등록하고 각종 규제를 받으며 세금도 내야 하죠. 그런데 조세 피난처는 규제가 별로 없는 곳입니다. 이런 곳은 기업을 유치할 목적으로 신청서와 등록세만 내면 설립을 인가해주고요. 세율도 낮습니다. 물론 해외에 기업을 설립했다고 해서 무조건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금을 피하고 비합법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숨기거나 은닉할 목적으로 이용되기 쉽습니다.

조세 피난처의 원조 격은 스위스인데요. 요즘은 대표적인 곳이 카리브해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이번에 논란의 진원이 되고 있는 파나마, 케이맨 제도 등입니다. 미국 네바다 주와 사우스다코다 주, 와이오밍 주 등 3개 주도 새로운 조세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인이 그렇게 많이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 국내에 조세 피난처가 있기 때문에 따로 해외의 조세 피난처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파나마 페이퍼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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