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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대북 제재, 식량·에너지 단기 영향 적어...지속시 북한 경제 타격 불가피"


지난 2014년 1월 북한 접경도시 신의주에서 주민들에게 밀가루 포대를 나눠주고 있다. 압록강 건너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모습. (자료사진)

지난 2014년 1월 북한 접경도시 신의주에서 주민들에게 밀가루 포대를 나눠주고 있다. 압록강 건너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모습.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경제의 핵심 부문인 식량과 에너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다만 제재가 지속될 경우 2010년 이후 제한적이나마 개선돼 온 북한경제가 다시 후퇴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대북 제재의 성패가 중국의 제재 강도와 지속기간, 그리고 북한경제의 내구성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경제의 핵심 부문이자 주민 생존과 직결된 식량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낮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영향이 다른 부문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2014년 북한의 총 식량 공급량 가운데 자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습니다. 지난해 식량 생산량이 다소 줄긴 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최근 몇 년 간 국제사회로부터 곡물 수입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쌀값이 안정세를 보인 것도 북한의 자체 식량생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겁니다.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북한의 식량 생산이 증가한 데는 민생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다는 김정은 정권의 정책기조에 따라 농업 부문에 대한 자원 배분을 늘린 데 따른 것으로, 인력이나 농자재, 비료, 연료와 같은 제한된 자원을 농업 부문에 우선 배분하는 등 농업 분야에 신경을 많이 쓴 정책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합니다.”

북한의 식량 생산이 늘어난 데는 자체 비료 증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산업연구원은 2011년 이후 북한의 비료 수입이 크게 줄었음에도 북한이 여전히 농업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 화학연합기업소 등 북한의 대형 화학설비의 비료 생산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북한의 비료 생산이 2010년 약 46만t에서 2014년 50만t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올해의 경우 지난해 가뭄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식량 생산량이 준데다 제재 국면에서 국제사회의 지원과 곡물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식량 사정이 과거보다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지난해의 경우 가을 작황이 그 전보다 좋지 못했고 식량 수입도 많지 않아 식량 재고가 줄어든데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외환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해 수입이 줄고 비록 적은 양이긴 하지만 국제사회의 지원마저 줄어들면 지금까지 보다 식량 사정이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너지 부문의 경우 이번 대북 제재에서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빠짐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제재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제재가 철저히 이행될 경우 장기적으로 북한의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북한의 석유 소비량은 한국의 0.7% 수준인 73만 TOE에 불과합니다. 이는 수송용이나 군수용 등과 같이 필수적인 이용 분야에만 석유를 공급하고 그밖의 부문에는 석유 소비를 제한하는 북한 당국의 정책기조에 따른 겁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에서 비공식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의 구매력이 향상됨에 따라 각급 기관이나 기업소에 배급된 석유가 대량으로 시장에 불법 유출되거나 다양한 비공식 루트를 통해 시장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4년 공식 루트를 통해 53만 t의 원유와 20만 t의 석유제품을 수입했고 서해안과 동해안, 내륙 국경도시 등 비공식 루트를 통해서도 3~5만t가량의 석유를 수입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재 조치로 북한에 대한 항공유 공급이 금지되면서 시장으로 불법 유출되던 항공유 공급이 줄고, 북한의 화물 검색과 선박 대여 금지 조치로 중국의 선박을 이용해 불법 수입하던 석유가 차단됨으로써 북한 시장의 석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는 공식 석유 공급 부문에서 비공식 시장으로의 불법적인 석유 유출 증가로 이어져 수송과 군수 부문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 “이번 제재 조치로 극동 러시아 항구에서 중국 석유선박을 용선하여 불법 수입하는 이른바 나홋가 연유가 차단되고 민간 시장으로 불법 유출되던 항공유 수입이 금지되면서 공군의 전투력 상실은 물론, 민수 시장의 석유 수급이 가장 많이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경우 시장의 석유 가격이 올라 공식 부문의 석유 유출량이 더 늘어나 수송이나 산업 부문 등 공식 부문에 써야 할 양이 줄어 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북 제재로 인해 수출이 중단된 석탄이 내수로 전환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북한 내 석탄 수급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판매처가 많지 않은데다 내수용 석탄 가격 하락에 따른 경영난 등으로 북한 내 석탄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중국 단둥을 방문하고 돌아온 경상대 정은이 교수입니다.

[녹취: 경상대 정은이 교수] “이번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주민들이 그동안 비싸게 구입해야 했던 무연탄이 요즘 싼 가격에 장마당에 나온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 볼 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동안 개인이 기관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던 수많은 자체 탄광의 경우 무연탄 수출이 막히면서 생산이 줄어 노동자들의 배급이나 식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는 등 산업이 위축될 수 있죠.”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가 지속될 경우 외화 부족으로 수입이 줄어 물자 부족과 그에 따른 물가상승이 발생하는 등 북한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이석기 선임연구원] “제재로 대외 무역이 줄고 중단된 석탄 수출이 섬유 수출로 대체되지 못할 경우 북한의 시장경제가 위축되고 시장경제와 맞물려 돌아가던 국영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돼 만약 중국 정부가 약속한 수준의 제재가 2~3년 간 지속되면 전반적으로 북한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 그 중에서도 취약계층들의 생활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외형적으로 북한경제가 무너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2010년 이후 지속돼온 북한의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재 국면에서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사재기 등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제재를 강력히 이행할 경우 북한경제가 201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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