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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


일본 도쿄 남부 오코하마 항을 떠나는 해병대 전함. (자료사진)
일본 도쿄 남부 오코하마 항을 떠나는 해병대 전함.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일본의 새 안보법이 3월 29일을 기해 발효됐습니다. 지난해 9월 일본 의회를 통과한 새 안보법은 일본 자위대의 해외활동범위를 대폭 늘리고,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요. 주변국들의 우려는 물론이고 일본 국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결국 발효됐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집단자위권이란 뭔지, 또 일본의 새 안보법이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집단자위권(Right of Collective Self-Defense)이 뭔가요?”

집단자위권이란 다른 나라가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을 받지 않았어도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나라가 B라는 나라를 공격하면, 직접 분쟁 당사국은 아니지만 C라는 나라가 A를 도와주기 위해 B를 공격할 수 있다는 건데요. 사실 이 집단자위권은 유엔 헌장에 보장돼 있는 모든 국가의 고유한 권리입니다.

유엔 헌장 51조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경우,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유엔 헌장에 있는 어떤 조항도 회원국의 고유한 개별, 또는 집단자위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개별자위권’이란 한 개별국가가 스스로 자국을 방위할 권리를 말하는 거고요. ‘집단자위권’은 동맹국 등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가 공격을 받을 경우, 공격당한 나라를 도와서 공동으로 방어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하겠습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왜 문제인가요?”

유엔은 1945년 발효된 헌장을 통해 개별자위권과 더불어 집단자위권을 모든 국가가 갖는 고유한 권리로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볼 때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갖는 건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헌법 9조에 '국제 평화를 위해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해 놓았습니다. 일본의 헌법을 흔히 평화 헌법이라고 부르는 건 바로 이 9조 때문인데요. 일본은 이 평화 헌법을 바탕으로 전수방위 원칙, 즉 선제공격은 절대 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았을 때 방어력만 행사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일본의 평화 헌법은 일본제국이 패망한 후 1946년 11월에 공포된 이래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말에 취임한 아베 신조 총리는 헌법으로 막혀 있는 집단자위권 제한을 철폐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했고요. 2014년 7월,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의 해석을 달리한 데 이어 2015년, 일부 법률을 개정하고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안보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통과를 추진했습니다.

이 새 법안은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일지라도 일본의 존립과 국민의 권리가 명백히 위협받을 경우 지리적 제한 없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데요. 이 법안이 지난해 7월 중의원을 통과하고 9월에 참의원까지 통과한 데 이어 3월 29일 효력을 발휘함으로써 이제 일본은 사실상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한발 나아가게 됐습니다.

“일본 자위대 창설 배경과 현황”

일본의 평화 헌법은 어떠한 전력이나 교전권도 갖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 자위대는 군대여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한국 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당시 미 군정 당국의 권고에 따라 1950년 경찰 예비대를 창설했습니다. 이는 군대가 아닌 국내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한 거였는데요. 경찰 예비대는 1952년에 보안대로 개편됐다가 1954년에 자위대로 명칭을 변경합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전력을 계속 확충해, 2015년 기준 25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전략국제연구소(IIS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국방비는 414억 달러로 세계 국방비 순위 7위에 올랐는데요. 일본 국회가 통과시킨 올해 국방비는 이보다 1.5% 늘어난 445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일본은 또 지난 1991년부터는 유엔 평화유지군(PKO)의 일원으로 자위대를 처음 파병한 이래 꾸준히 해외 파병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일본 국내에서는 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요?”

새 안보법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여론은 썩 우호적이지는 않습니다. 일본 교도 통신이 안보법 시행 직전에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9.9%, 약 절반이 안보법에 부정적이었고요. 긍정적이라는 응답자는 39%에 그쳤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6월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량이 새 안보법안이 평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지난달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새 안보법이 폐기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38%인 반면, 새 안보법 폐기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47%였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 집단 자위권을 갖는다는 건 다른 나라와 같은 권리를 갖는다는 건데 일본 안에서 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지 의아해하실 분도 있을 텐데요. 그건 1945년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과 원자 폭탄의 끔찍한 고통을 겪은 일본인들의 역사에 기인합니다. 아베 신조 정권은 이런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새 법이 발효되면서 가능해진 조치들을 7월 선거 뒤로 미룬 상황입니다.

한편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주변국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부활을 경계하며 일본이 과거의 역사적 교훈을 받아들이고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은 북한의 위협과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 등 역내 상황에 대응해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

일본의 일부 의원들과 대학 교수 등 100여 명이 올해도 일본 국민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일본 국민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는 건 2014년 이후 올해로 3년째인데요. 일본 국민이 어떻게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그건 바로 군대의 보유를 금지하고, 전쟁을 포기하는 내용이 담긴 일본의 평화 헌법 9조 때문입니다.

[녹취: 노벨평화상 추진과 헌법 개정 반대 시위 보도]

원래 일본 시민사회는 헌법 9조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려고 했는데요. 노벨상은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하고, 헌법 같은 추상적인 것은 후보가 될 수 없다는 노벨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헌법 9조를 보존하고 유지해온 일본 국민 전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하는 거라고 합니다. 노벨 평화상은 국회의원이나 대학 교수, 과거 수상자 등에게 후보 추천 자격을 주고 있습니다.

헌법 개정을 반대하고 새 안보법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런 노벨 평화상 추진 노력은 일본 국민들에게 평화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뜻깊은 일인지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의 임기 안에 헌법 개정 의지를 밝히고 있어 주목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집단자위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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