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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와 테러


벨기에 경찰이 지난 24일 샤에르베이크 지구에서 브뤼셀 테러 용의자 검거 작전을 수행 중이다.
벨기에 경찰이 지난 24일 샤에르베이크 지구에서 브뤼셀 테러 용의자 검거 작전을 수행 중이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이 벌어진 지 몇 달도 안 돼 이번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쇄 폭탄테러 공격이 발생해 국제사회가 큰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벨기에는 유럽연합의 본부가 있는 곳으로 유럽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나라인데요. 하지만 파리와 브뤼셀 테러범들 가운데 상당수가 벨기에 국적자들인 것이 드러나면서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유럽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벨기에가 왜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6개의 정부를 가진 복잡한 행정구조”

벨기에는 국토의 면적이 약 3만 제곱킬로미터로 남한의 경상도, 북한의 평안도와 비슷한 아주 작은 나라입니다. 인구는 겨우 1천120만 명에 불과한데요. 하지만 1인당 GDP는 4만1천 달러에 달합니다. 세계 28위의 잘사는 나라인 한국의 1인당 GDP가 약 2만8천 달러니까 벨기에는 아주 잘사는 나라인 거죠. 이런 나라가 왜 테러의 온상지가 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벨기에의 복잡한 행정 조직을 우선 꼽습니다.

이 작은 나라가 연방 정부와 프랑스 말을 쓰는 지역을 관할하는 정부, 독일어를 쓰는 지역을 관할하는 정부, 브뤼셀 수도권을 관할하는 정부 등 무려 6개의 정부를 갖고 있습니다. 공용어도 프랑스어와 독일어, 네덜란드어 3개인데요. 문제는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각 지방 정부들 간에 공조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지방 정부의 힘이 워낙 강해 연방 정부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경찰 행정도 지방 정부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담당하는 치안 구역이 달라 용의자가 도주해도 방관하는 경우가 보통이고요. 설령 협조를 요청한다 하더라도 서로 쓰는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통의 요충지, 테러분자들의 도주로로 악용”

벨기에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독일, 프랑스 같은 서유럽 강대국들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국으로 연결되는 도로망까지 잘 발달해 있어 유럽의 심장, 유럽의 교통 요충지라고 불리죠. 예를 들어 파리 테러범들이 테러를 저지른 후 프랑스 국경을 넘어 브뤼셀에 도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자동차로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 벨기에 북부의 항구 도시들은 북해를 건너 영국으로 밀항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국경 통과 장벽을 없앤 솅겐 조약 덕분에 가짜 여권을 이용하면 쉽게 역내 이동이 가능합니다. 반면 벨기에 정부의 안보 능력은 어린애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벨기에의 정보기관 인력은 약 600명으로 이웃 네덜란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내 이슬람 수도”

현재 서유럽 국가들 가운데 이슬람 신자들, 즉 무슬림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프랑스고요.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일, 영국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요. 2014년부터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순위가 바뀐 자료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벨기에의 무슬림 인구는 약 6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 정도입니다. 그런데 인구 대비 급진화, 특히 이슬람교에서 성전이라고 하는 지하드에 참여하는 무슬림의 비율은 벨기에가 가장 높습니다. 인구 1천2백 명당 1명꼴로 프랑스의 2배, 영국의 4배에 달합니다.

실제로 최근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저지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분자들 가운데 유난히 벨기에 국적자들이나 벨기에에 체류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벨기에는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민자들에게 관대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같은 경우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어를 반드시 구사할 줄 알아야 하는데요. 벨기에는 그런 조건이 없습니다. 특히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브뤼셀은 외국인의 천국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브뤼셀은 물가가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외곽에 있는 몰렌베이크 등 소도시들에 아랍계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해 왔습니다.

“그들만의 세상, 몰렌베이크 ”

프랑스 파리 테러와 벨기에 브뤼셀 테러가 발생한 후 몰렌베이크라는 벨기에의 한 작은 도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몰렌베이크는 몰렌베크라고도 하는데요. 브뤼셀 수도권을 형성하는 19개 자치 도시 중 하나입니다. 몰렌베이크는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곳에서 약 5km 정도,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브뤼셀 시가지와 몰렌베이크는 마치 두 개의 다른 나라처럼 여겨질 만큼 거리 모습부터 차이가 큽니다.

몰렌베이크는 약 50년 전부터 모로코와 터키 등에서 이주해온 무슬림들이 몰려들면서 무슬림 집단 거주지가 됐는데요. 인구 10만 명의 몰렌베이크에는 무슬림이 30%에 달합니다. 문제는 벨기에 평균 실업률이 9%인데 이 도시의 실업률은 30%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겁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무슬림 청년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상당수가 이슬람 급진 사상에 빠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벨기에 출신 전투원 130명 가운데 85명이 몰렌베이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먹여주고 재워준다며 유혹하고 있다는 거죠.

몰렌베이크에서는 무장강력범죄도 자주 발생해 외국인 관광객들도 꺼리는 실정이고요. 최근 파리 테러범을 체포하는 광경을 이곳 주민들은 일상처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몰렌베이크의 평범한 무슬림들은 자신들을 테러범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고요.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벨기에가 테러의 온상으로 주목 받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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