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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단체 '지난해 탈북민 난민 지위 전무...강제북송 우려 커져'


러시아와 북한 국경 지역.

러시아와 북한 국경 지역.

러시아 내 탈북민들의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민이 단 한 명도 없는데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협정 때문에 탈북민 강제송환 우려가 더 커졌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인권. 난민 지원 활동가인 스베틀라나 간누슈키나 씨는 1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불법입국자 송환협정으로 탈북민 강제송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간누슈키나 씨] “러시아어”

새 협정은 불법 체류자가 적법한 난민이나 망명 지위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즉시 본국으로 추방하도록 돼 있다는 겁니다.

간누슈키나 씨는 탈북민들이 대부분 러시아어를 못하거나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어 스스로 난민이나 망명 신청을 하지 못한다며, 새 협정은 사실상 탈북민 송환협정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간누슈키나 씨] “러시아어”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달 1일 ‘불법 입국자와 불법 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을 공식 체결했습니다.

두 나라가 자세한 협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시민단체들은 불법 입국 사실이 확인된 사람을 30일 안에 추방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불법 입국하는 러시아인이 거의 없는 만큼 이 협정은 러시아 내 탈북민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인권단체들은 새 협정이 송환 시 생명의 위협이나 박해의 위험이 있을 경우 송환하지 않는다는 국제난민협약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는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송환 시 박해의 위험이 있는 여러 나라 난민 신청자들을 강제추방한 전례가 많아 유엔에서도 악명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 보고관은 지난달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러시아가 새 북-러 협정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해외에 송출하는 노동자들은 노예와 같은 상황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어 반인도 범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망명을 시도하는 탈북민들을 체포해 강제북송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러시아 최대 난민 지원단체 가운데 하나인 ‘시민지원 Citizen’s Assistance’ 설립자인 간누슈키나 씨는 북한과 러시아가 새 협정을 통해 옛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Russia/NK Refugees ACT 3 YKK 3/21/16>[녹취: 간누슈키나 씨] “러시아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가 최종 보고서에서 탈북민 보호를 촉구했지만 러시아의 탈북민 보호 조치는 이를 무시하고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간누슈키나 씨는 이런 러시아 당국의 조치는 최근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며, 지난해 러시아에서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민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간누슈키나 씨] “러시아어”

지난해 탈북민 25 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했고 38 명이 임시 망명을 신청했지만 아무도 난민 지위를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간누슈키나 씨는 이 가운데 31 명이 임시 망명 지위를 받았지만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계속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러시아 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년 간 적어도 200 명의 탈북민이 러시아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지만 허용된 사례는 2 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임시 망명 지위를 받은 신청자들은 해마다 지위를 연장해야 하며 난민 지위가 거부되면 본국으로 강제 추방됩니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 신문은 러시아에서 세 번째 망명을 신청한 탈북민이 강제추방 위기에 놓여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13년 러시아에 입국한 이 탈북민은 단식투쟁 끝에 가까스로 망명 신청을 했지만 러시아 이민국은 그가 난민이 아니며 본국에 송환돼도 박해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이 사안에 관여하고 있는 간투슈키나 씨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이 탈북민의 송환을 막지 못하면 새 북-러 협정에 기반한 강제북송 사례들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내 탈북민들은 대부분 북한 정부가 송출한 외화벌이 노동자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투슈키나 씨는 러시아 당국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말 현재 다양한 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해 체류 중인 북한인의 수가 3만3천 명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간누슈키나 씨] “러시아어

러시아 인권단체들과 러시아 외화벌이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은 과거 ‘VOA’에 과도한 노동과 열악한 환경, 외부에 나와 북한의 현실을 깨달은 노동자들이 대개 탈출을 결심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에서 건설공으로 일하다 탈출해 미국에 정착한 주모 씨의 말입니다.

[녹취: 탈북민 ] “개 보다도 못한 인생이죠. 나가서 현장에서 늘 자고 그저 들개처럼 사는 거에요. 주인 없는 개죠.”

한편 러시아에서 유엔난민기구의 지원으로 한국이나 미국으로 떠나는 탈북민 행렬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내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해마다 러시아 내 탈북민 여러 명이 유엔의 중재를 통해 한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인근 안전가옥에서 한국행을 대기 중이던 탈북민들은 3년 전 ‘VOA’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대기한 뒤 한국으로 떠나며 적어도 해마다 20-30 명이 한국에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집세와 생활비, 의료지원까지 제공하고 있어 큰 불편이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러시아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8일 ‘VOA’에 보낸 이메일 답장에서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인권 보호 차원에서 관련 업무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혹시 있을 수 있는, 만에 하나의 경우도 생각해야 하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소식통들은 ‘VOA’에 러시아 정부가 적은 규모이지만 탈북민들의 한국행에 계속 협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러시아 당국의 조치나 북-러 협정에 따른 북송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간투슈키나 씨는 아직도 많은 탈북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러시아 정부를 더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간투슈키나 씨는 러시아 내 다양한 인권 운동과 난민 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랐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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