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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아픔 다루는 설치미술가 이은숙, '가족' 소재 개인전 열어


한국 파주 블루메 미술관에서 설치 미술가 이은숙 작가의 '실과 빛-관계의 시작'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 파주 블루메 미술관에서 설치 미술가 이은숙 작가의 '실과 빛-관계의 시작'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베를린 장벽과 임진각 철조망 등에서 분단을 소재로 한 설치작업을 선보이던 한국의 작가가 이번에는 가족을 소재로 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현장음]

전쟁과 이산가족의 문제 등 분단의 아픔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은숙 작가의 개인전 ‘실과 빛-관계의 시작’ 이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녹취: 현장음]

이은숙 작가는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을 실로 연결하는 연기를 펼치기도 했고 2014년엔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표현한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은숙 작가가 가족과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건, 그녀의 가족사 때문이기도 합니다.

[녹취: 이은숙, 설치미술작가] “저희 아버지가 북에서 나오셨는데, 북에 가족이, 자식이 네 명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가족을 전혀 못 보고 얘기도 못 듣고 돌아가셨어요. 한 4년 전에. 그래서 그게 제 작품의 주제가 되기 시작을 했죠.”

이은숙 작가는 이번에 가족이라는 주제를 풀어냈습니다. 가족은 가장 작은 단위의 인간관계이고, 국가는 그에 비해 먼 관계지만, 이은숙 작가에게 이 둘은 거의 같은 거리, 같은 크기의 존잽니다. 작가는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 담긴 다양한 감정들을 형광 실을 풀어내 만든 투명상자들에 담았습니다.

[녹취: 이은숙, 설치미술작가] “주제 역시 실이라는 관계, 이런 거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실이 서로의 관계를 연결도 해 주고, 떨어져 있는 서로의 관계를 묶어주고. 그래서 여기 보면 ‘소통의 의자’라고 해 가지고 조그만 소형 의자가 약 600 개가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서로의 소통의 관계를 얘기하는 의자이고요. 그동안의 제가 이산에 관한 주제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이산가족이라기보다는 가족 내의 분단. 그러니까 전쟁으로 인해서 분단된 게 아니라 요즘엔 가족 내에 분단이 많이 일어나고 있죠. 그래서 이번에는 가족과의 관계, 그런 주제로 하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항상 누구나 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 좋지 않은 관계를 조금 이렇게 실로 풀어냈듯이, 좋지 않은 관계를 가서 좀 더 악수도 하고, 같이 의자에 앉아서 얘기도 하고, 좀 화해의, 희망의 끈을 가지고 그 관계를 좀 더 좋게 개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블루메미술관의 김은영 학예연구실장은 분단과 가족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은숙 작가의 개인전이 파주라는 공간에서 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은영, 블루메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최북단에 있는 현대미술관이라는, 어떻게 보면 정치적 이슈를 발화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이 곳에 오는 관객은 자기의 일상 안에서 오는 거거든요. 굉장히 묘한 위치에 있는 거예요. 북한이 바라다보이는 곳을 운전하면서 오는, 가족끼리 재미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오는 위치가 이 곳이거든요. 그 위치 그대로의 그런 맥락이 선생님의 작품에 그대로 묻어나 있거든요. “

이은숙 작가는, 가족과 분단을 이야기한 이번 전시에서 실향민과 이산가족들 그리고 가족사와 개인의 삶에서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관람객들을 위로합니다.

[녹취: 관람객] “전후세대들이, 전쟁세대는 대부분 이제 다 연로하셔 가지고,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까, 전후세대들이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을 좀 아직은 실제적으로 체험도 안 해봤고 막연했던 것 같아요. 이 아픔이라는 게 보통 아픔이 아니잖아요. 내가 볼 때는 진혼곡 같은, 진혼곡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저는 성악을 했는데, 진혼곡 같은 기분이 들고 위령제라든가 이런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그 넋을 기리는 의미도 있고.”

“글쎄요, 분단이라는 주제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가족의 소통이라든가, 가족이 의자를 통해서 만나는 그런 주제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걸 통해서 상처받은 식구들이 서로 모여서 치유 받고, 이렇게 가정에서 하나되는 그런 의미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 올로 풀려있거나 복잡하게 얽힌 실들을 통해 관람객과 작가의 이야기와 관계도 이어집니다.

[녹취: 관람객] “작품이 굉장히 생동감이 있고, 힘이 있으면서 살아있는, 생명을 느꼈어요. 그리고 영원히, 우리 다음 세대가 짊어지고 책임져야 될 주제니까 이렇게 예술적인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되면 좋겠어요.”

“아까 그 퍼포먼스 하는 거 보니까, 남북 간의 이산의 아픔을 실로 잇는 게 나오더라고요. 어쨌든 굉장히 특이한 발상으로 한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는 이렇게 야광, 실을 짜 갖고 직접 본인이 필름하고 작업을 하잖아요. 그런 것도 독특하고, 주제가 이산가족, 남북통일 그런 거랑 해서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홀씨, 뭐 ‘민들레 홀씨 되어’ 처럼. 그거 필름 작업한 게 좋았어요.”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겪었고 그래서 그것이 여러 가지로 승화돼서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녹취: 현장음]

이은숙 작가의 개인전 ‘실과 빛-관계의 시작’은 오는 6월 19일까지 파주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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