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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북한, 여성 인권 사각지대"


북한 평양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 (자료사진)

북한 평양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 (자료사진)

북한 여성들의 민생과 인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탈북 여성들은 북한의 가부장적 문화가 북한 여성들의 권리를 가장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의회의 초당적 모임인 북한그룹 (APPG-NK)은 지난 8일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 여성의 인권 현실에 거듭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그룹의 공동의장인 피오나 브루스 하원의원은 ‘북한의 잊혀진 여성들에 대한 기억’이란 제목의 성명에서 북한 여성들이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고질적인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지 여성이란 이유 만으로 성폭력과 인신매매, 강제 낙태, 심리적 폭력, 종교와 성차별, 경제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브루스 의원은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 북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 을 주제로 한 회의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의 최종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북한에 성차별과 관련된 인권 유린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대북 관여정책을 활용해 실질적인 변화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여성 차별이 북한 사회에 만연해 있으며, 특히 강간 등 성폭력과 고문, 강제 낙태, 인신매매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여성 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가입국이지만 이런 차별이 오히려 국가정책에 기반해 있고,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의 개선 압박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여성으로 런던에서 열린 인권회의에서 증언한 강미진 씨는 9일 ‘VOA’에 가부장적 문화가 북한 여성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미진 씨]“가부장적 사회 흐름 속에서 살다 보니까 여자가 나가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집안에 들어와서 남편들에게 쥐어 살다시피 해야 되는 상황이지요. 국가에서도 차별하고. 기본 인권,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초적인 것도 보장이 안 되는 게 북한 여성이에요.”

서울의 대북매체인 ‘데일리NK’ 기자로 활동하는 강 씨는 요즘 북한 여성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5월로 예정된 7차 당 대회를 위한 70일 전투 때문에 동원에 투입돼 장사마저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녹취: 강미진 씨] “70일 전투에 나가는 것도 힘들지만 장마당도 (전투) 때문에 통제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정 일도 어려워요. 장사도 못해 어렵고 시장을 못 봐서 어렵고 거기다 동원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저는 국제 여성단체들이 이에 대해 강력히 북한 정부에 항의했으면 좋겠어요. 북한 여성들도 사람이잖아요.”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 박지현 씨도 런던 회의에서 북한 내 가부장적 문화의 폐해를 폭로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남성들이 아직도 여성들이 사회에 차지할 수 있는 지위를 주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했고요. 우선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여성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에 가장 뿌리 깊이 내린 가부장적 문화를 폐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로 탈북 여성임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로버타 코헨 부르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은 ‘VOA’에, 북한 여성들의 현실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연구원] “In North Korea, women are subjected to tremendous discriminations and also …”

북한 여성들은 장마당을 통해 경제와 가정에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으면서도 엄청난 차별과 박해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대학교원을 지낸 현인애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북한 여성들이 자신들의 처지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모르는 게 개선의 또 다른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위원] “북한 여성은 모든 게 다 충격이죠. 들으면 기가 막히겠지만. 저는 처음에 남쪽에 왔을 때 지금 남한 여성들이 거의 다 맞벌이잖아요. 그러니까 집에 와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도 같이 키우고 집안 살림살이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도 놀랍죠. 남자들이 아이를 안고 다니고 업고 다니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고 모든 게 놀라웠죠.”

강미진 씨는 한국에 입국해서 가장 놀랐던 게 여성들의 발언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미진 씨]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사는, 여성들이 가정에서요. 북한에서는 이건 정말 해야 하는데 하면 남편이 윽박지르거나 뭐 이럴 수 있는데, 그래서 못하는 얘기인데 한국에서는 당당히 할 수 있다는 거죠.”

유엔은 세계인권선언과 여성차별철폐협약 (CEDAW) 등 국제규약을 통해 남녀평등권을 엄격히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권리와 기회 균등 보장 뿐아니라 가정의 복지와 사회발전에 대한 여성의 공헌, 모성의 사회적 중요성,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의 역할 분담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유엔 회원국인 북한은 여성차별철폐협약과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으며 대외적으로 여성과 어린이 인권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 (UPR)에 참석한 북한 보건 당국자의 말입니다.

[녹취: 북한 보건 당국자]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특별한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고 있으며 이러해서 아이들은 나라의 왕으로 또 여성들은 나라의 꽃으로 떠받들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바입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와 해마다 반복되는 유엔 기구들의 북한인권 결의, 탈북 여성들의 증언 등 때문에 북한 당국의 이런 주장을 신뢰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현인애 연구위원은 여성 차별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남성보다 정부에 있다며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연구위원] “국가가 원래 주민들한테 가르치는 모습이 가부장적인 것이죠. 북한에서 수령은 어버이잖아요. 국가가 아버지의 헌신에 대해서만 많이 말하지 여성들은 잘 받들라는 거죠. 남자들이 밖에서 일을 잘 하도록 받드는 게 여성의 사명이다! 이런 식으로 다 하니까. 남자의 집안에서의 가부장적 권위가 국가에 의해서 조장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 게 당연시되고 남자들이 집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잘못됐다고 생각조차 못하는 거죠. 왜? 국가가 그걸 정당화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북한 남성보다 북한 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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