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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며느리 다룬 소리극 '고부지가' 서울서 공연


경기도 부천 전통문화전수소에서 배우들이 서도소리극 '고부지가' 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전통문화전수소에서 배우들이 서도소리극 '고부지가' 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6.25 한국전쟁 때 북한을 떠나온 실향민 시어머니와 탈북자 며느리의 이야기를 다룬 서도소리극이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현장음]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살아가면서 탈북 여성과 한국 남성이 가정을 이루는 모습도 이제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갈등을 빚기도 하고,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세대 간 문제가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념을 뛰어 넘고 세대를 뛰어 넘는 한과 사랑,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서도소리와 함께 녹여낸 작품, ‘고부지가’ 입니다.

[녹취: 현장음]

고부지가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를 뜻하는 ‘고부지간’이라는 말에 ‘노래 가’ 자를 넣어 만든 제목인데요, 이번 작품은 ‘남쪽 시어머니와 북쪽 며느리가 부르는 여인의 노래’ 라는 부제를 갖고 있습니다. 공연에서는 실향민인 시어머니 허순자와 탈북민인 며느리 김옥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연출을 맡은 홍석환 씨 입니다.

[녹취: 홍석환, 연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어떻게 음악과 소리와 어떤 드라마를 통해서 화해할 수 있을까 해서 만든 창작품입니다. 남쪽에 살고 계시는 시어머니와 북쪽 탈북녀 출신의 며느리가 겪는 하나의 에피소드죠. 서도소리극 하면 워낙 그 북쪽 지역하고 경기도 지역, 함경도 지역의 소리이기 때문에요, 한번 북한의 어떤 가요나 어쩌면 북한에 있는 민요, 이런 것들을 우리 김광숙 선생님이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도소리와 북한의 소리들을 그리고 또 현대적으로 조금 해석하고자 이런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은 허순자 여사의 칠순 잔치로 시작합니다. 허순자 여사는 해방둥이로 6.25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피난 온 실향민인데요,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젊은 시절 남편을 여읜 채 손두부 집을 운영하며 홀로 자식을 키웠습니다. 그녀의 칠순 잔치를 준비하러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미국에 사는 장남 부부는 오지 못하고 어머니의 가게 일을 돕고 있는 차남과 탈북민인 둘째 며느리는 아침부터 잔치준비에 분주합니다.

그러던 중 허순자 여사의 딸 박수영이 괜한 트집을 잡기 시작하고 시누이의 트집은 결국 고부 간의 싸움으로까지 확장되는데요, 허순자 역할과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는 서도소리 예능보유자, 김광숙 씨 입니다.

[녹취: 김광숙, 예술감독] “허순자 여사가 주인공인데, 허순자 여사도 6.25 때 6살이었을 적에 부모 손을 놓쳐가지고, 혼자서 그렇게 참 혈혈단신으로 악착같이 살아온 그 모습, 손두부 집을 하면서 자식을 2남 1녀를 낳고, 남편이 월남으로 돈 벌러 간다고 갔다가,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혼자서 그렇게 아이들을 기르면서 고생하면서 그렇게 칠순이나 되어서 칠순 잔치를 앞두고 그 하루의 일이에요. 이 시대의 우리 현실 속에서 지금 탈북인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탈북인들의 그러한 심정과 이런 것들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면서 작품이 이루어져서.”

‘고부지가’는 음악극인만큼, 북한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에서 유래한 서도소리를 들려주는데요, ‘수심가’, ‘돈돌라리’ 등 대표적인 서도소리로 북한 지역 출신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또 ‘사랑 사랑 내 사랑’등 북한의 가요도 소개하는데요, 김광숙 씨는 소리에 담긴 한국적 정서로 이념과 세대를 뛰어넘는 위로를 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광숙, 예술감독] “이북의 노래는 뭐, 휘파람. 그리고 서도소리의 대표적인 수심가, 그리고 마지막에는 뭐 인생, 허망한 초로 인생. 이렇게 해서 산염불도 하고. 섬세하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이렇게 표현하는.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여러 가지 그 이야기 속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면서 관객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기대도 되고.”

탈북민 며느리인 김옥금 역은 정연경 성남시립예술단 상임 단원이 맡았는데요, 정연경 씨는 특히 김옥금이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며 노래하는 장면을 이번 공연의 주요 부분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정연경, 김옥금 역] “그 분들의 입장에 서서 많이 애환을 노래하려고 합니다.”

김옥금과 허순자의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인 박수영 역은 서도소리 이수자인 오세정 씨가 맡았습니다

[녹취: 오세정, 박수영 역] “수영이가 되게 밝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게 상처를 끄집어 내서 오히려 그걸 풀어놓는 그런 인물로 아마 그려질 거예요. 주체사상에 물들어 있어서 되게 딱딱할 줄만 알았던 북한 음악이 사실은 가슴을 후비는 것 같은 그런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김옥금의 남편 역을 맡은 김준식 씨는 이 작품을 통해 탈북민들의 문제가 더 이상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준식, 김옥금 남편 역] “북한에서 탈북한 여인을 부인으로 맞았고요, 어머니의 가업인 손두부 집을 물려받으려고 하는데, 그 사이에서 어머니하고 부인하고의 갈등 사이에서 조금은 갈팡질팡도 하지만 부인도 위해줘야 하고, 어머니도 생각하고 그래야 하는 인물로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가지고 그런 가정을 돌보는 그런 역할입니다. 탈북한 며느리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그러한 주변에 있는 탈북한 분들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고.”

[녹취: 현장음]

현대사회의 물음을 전통문화가 가지는 한국적 가치로 풀어내고자 한 음악극 ‘고부지가’는 오는 17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립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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