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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한반도 평화협정 추진 '동상이몽'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를 지지하는 대신 향후 북한과의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협정이 무엇이며, 왜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23일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평화협정 문제를 다시 한 번 언급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문제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역을 통한 왕이 부장의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왕이 부장] “We want pursuing parallel tracks denuclearization and peace agreement…

이에 대해 케리 국무장관은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리 장관] “Today foreign minister Wang and I also discussed ways that we along with our partners in the UN and six party talks framework can deepen our cooperation not only to respond to the actions that DPRK took, but equally importantly. Because those reaction have purpose. And that purpose is to bring the DPRK back to the table.”

케리 장관은 “왕이 부장과 단순히 북한의 행동에 대응하는 것 외에, 유엔 내 다른 나라들과 함께 하고, 6자회담을 통해 상호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6자회담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게 함으로써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왕이 부장이 최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공개리에 자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왕이 부장은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병행해 추진하는 협상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워싱턴을 방문 중인 지난 25일에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간담회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병행 추진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런 주장을 펴는 배경을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평화협정을 통해 북한의 오래된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한국의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신상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려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 북한과 미국이 마주앉아서 비핵화와 함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죠.”

동시에 북한이 주장하는 ‘선 평화협정’과 미국과 한국이 주장하는 ‘선 비핵화’ 입장을 ‘병행 추진’으로 절충, 포장해 중재자로서의 입장을 살리고 향후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신상진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상진]”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안되고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고, 대화국면이 마련되면 6자회담 틀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별도로 북한과 미국은 지난 연말 비공식 접촉을 통해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의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바람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평화협정을 논의하자고 제의했고, 미국은 비핵화가 의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입니다.

[녹취: 어니스트 대변인] “There was interest express by the North Koreans and discussing up a peace treaty. We consider their proposal but also made clear that denuclearization had to be part of any discussion.”

어니스트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평화협정 제안을 고려했지만, 동시에 비핵화가 반드시 대화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북한은 미국의 이런 입장을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제안한 건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미국에 요구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18일에도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문제에 미국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KCNA] “조선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담보는 없으며 심각한 사태를 막기 위한 근본 방도는 조미가 하루빨리 낡은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새로운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한국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입니다.

[녹취: 조준혁 대변인]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고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9.19 공동성명에 따라 비핵화가 진전됨에 따라 직접 당사국들이 별도 포럼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 언급돼 있습니다. 또 당시 6자회담은 내부적으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을 설치하고 2007년 3월과 8월 회의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 실무그룹은 당시 발생한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 북한계좌 동결과 핵실험 등으로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6년 4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4자회담을 제안했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북한, 중국은 1997년부터 2년 간 스위스 제네바 등지에서 6차례에 걸쳐 회담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이 배제된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아무런 성과없이 막을 내렸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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