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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토일릿 피플', 한국 내 탈북자들 생활상 그려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연극 '토일릿 피플' 커튼콜 장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연극 '토일릿 피플' 커튼콜 장면.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연극 ‘토일릿피플’이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현장음]

탈북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사회의 지형도를 그려낸 작품, 토일릿 피플입니다.

[녹취: 현장음]

토일릿 피플은 탈북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한주영 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요, 탈북 청소년인 한결을 만나 심리상담을 진행하던 한주영은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에게 전달된 삐라에 600개의 변기-토일릿 보트가 실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삐라에 첨부된 설명서에는 변기 모양을 한 토일릿 보트는 특수재질로 만들어져, 태풍이 불어올 때 비행접시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쓰여 있는데요, 한주영 박사는 토일릿 보트에 대한 진상을 파고들어가지만 이를 증언하는 한결의 말은 도무지 갈피를 잡기 힘듭니다.

이 믿을 수 없는 재질로 이뤄진 ‘토일릿 보트’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객들은 결국 지금의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탈북 과정에서 쓰인 뗏목을 ‘토일릿 보트’ 즉, 변기로 상징화 해 희극적이면서도 냉혹한 풍자를 곁들입니다. 연극 토일릿 보트의 조연출을 맡은 김정민 씹니다.

[녹취: 김정민, 조연출] “탈북 청소년들의 이야기인데 가칭 ‘토일릿 보트’, 변기를 타고 왔다고 하는 이 한결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꼭 탈북이나 그런 북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의, 남한의 어떤 지형도를 그리고 싶다고 작가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뭐 보수와 진보로 양분돼 있는 남한의 현실, 그 탈북 청소년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어떠한 남한의 현실을 그려내고자 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변기라는 것이 주는 어떤 갈급하는 해소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한 도구가 변기라는 어떤 오히려 아이러니한 도구인 것도 있고, 그래서 변기 자체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주영 박사 역을 맡은 김종태 씨는 작품에서 한결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접하면서 이것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종태, 배우] “제일 마음 아픈 대사는 그건 것 같아요. ‘어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이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어떻게들 다들 견디고 사는지.’ 마지막에 한결들이 말하는 ‘이제부터는 남한 사람들, 남한 토박이들’ 한테 토일릿 보트라는 게 어떤 욕망이고 그런 건데, 그게 남한 사람들한테까지 확장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다 똑같이 그런 욕망 덩어리에 올라타 있다. 그게 저한테는 되게 큰 발견이었던 것 같아요. 희곡 읽으면서.”

극 중 탈북 청소년들은 모두 ‘한결’들로 표현되는데요, 극중 한결 1,2,3은 각각의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사람, 탈북민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결1 역할을 맡은 박종용 씹니다.

[녹취: 박종용, 배우]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어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분들의 그런 것들을 배우로서 그런 정서를 가져가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런 부분에서 많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민족이고 한 핏줄이니까, 그리고 앞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되는 그런 과정에 있어서 국가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 자체에서도 기본적으로 마인드를 바꿔 나가고 조금씩 준비해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은 탈북민이라는, 한국사회의 가장 예민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시선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제시되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요, 첫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들을 만나봤습니다.

[녹취: 관객] “복지 적으로 해 준다는 게 다가 아니고 그들이 원했던 건, 다른 부분이 있을 텐데. 그런 게 생각이 많이 났어요. 편견이라는 거, 그런 게 좀 없었으면. 똑같이 대해주기, 그런 거.”

“탈북해서 그 중에 힘들고 그랬던, 주제 하나로 잘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얘기를.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북한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좀 더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작품을 만든 극단 ‘작은 신화’ 측은 “어떠한 명분이나 정치담론을 넘어 현재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고 전했는데요, 계속해서 조연출 김정민 씹니다.

[녹취: 김정민, 조연출] “우리가 살고 있는 남한, 우리 사회에서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 실업자들이라든지 취업에 잘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또 임시직, 계약직 근로자들, 이렇게 좀 힘겹게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보시면 공감도 하시고. 저희 북한 말을 지도해 주신 선생님이 실제로 탈북하신 분인데, 그 선생님이 보시고 아까 눈물을 흘리시면서 나오시더라고요. 원래 선생님 아드님도 지금 올해 20살 된, 정말 탈북 청소년이었던 분인데. 힘든 생활을 겪으셨고 힘든 생활에서 탈출하고자 한국에 오셨지만, 한국에서의 생활도 많이 힘드신 부분도 있을 텐데 그런 거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그렇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남한 토박이들도 사실 남한사회에서 적응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면도 있다. 뭐 이런 울림을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힘내자, 힘내서 적응을 잘 하자 뭐 이런 얘기로.”

[녹취: 현장음]

연극 토일릿 피플은 오는 3월 13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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