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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집권 여당서 핵 무장론 제기...논란 확산


한국 집권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340회 국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 집권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340회 국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국 내에선 자위적 차원의 핵 무장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의 찬성 여론도 높아져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는 한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 핵에 맞서 자위권 차원의 핵무기 보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원 원내대표는 비가 올 때마다 옆집에서 우산을 빌려 쓸 수 없듯이 스스로 우비를 튼튼하게 갖춰 입어야 한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리도 핵을 갖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동시에 핵을 폐기하는 방안 등 이제는 자위권 차원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억제수단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미-한 동맹을 옹호하는 보수정권의 집권여당 핵심 인사의 이 같은 공개 발언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론이 아닌 개인의 생각이라고 진화에 나섰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정부 입장에선 핵 무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는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으면서 자체적으로 핵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전제인 미-한 동맹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내총생산의 무역의존도가 75%가 넘는 한국이 핵 무장을 선언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파멸을 의미한다며 무책임한 인기영합적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집권여당 내에서 터져 나온 핵 무장론은 현실 가능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동북아시아의 핵 확산을 경계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중국 러시아가 한국의 핵 보유를 절대 반대하는 그런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압박을 끌어내기 위한 그런 차원으로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4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장거리 미사일도 성공적으로 발사함에 따라 한국 국민들의 여론은 핵 무장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으로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9%가 한국이 핵무기를 독자 개발해야 한다고, 그리고 23%는 미군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해 자체 개발이든 전술핵 배치든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쪽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핵확산금지조약 (NPT) 10조 1항은 회원국에게 비상사태 시 조약 탈퇴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데다 한국은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한국의 핵 무장입니다. 한국이 만약 핵 무장을 하게 되면 북한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핵 우위가 깨지게 되고 그러면 북한이 한국에 대해서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사라지면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충성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도 그만큼 약화되는 거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이에 대해 NPT 탈퇴가 명분이 있다고 해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독자적 핵 개발은 비현실적인 얘기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핵무기 보유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북한과의 핵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다른 방안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 무장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그런 점에서 대안적 방식으로 핵 무장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직전 단계 그런 점에서 핵 무장과 관련된 인프라와 역량들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1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협의 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장은 북한 핵에 맞서 적어도 언제든 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러려면 원자력발전소의 핵 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 데 미국이 아직까지 이를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협상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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