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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한 전문가들 "개성공단 중단, 늦었지만 옳은 결정"


11일 개성공단에서 짐을 싣고 떠나는 한국 측 차량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를 나서고 있다.

11일 개성공단에서 짐을 싣고 떠나는 한국 측 차량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를 나서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 정권에 유입되는 현금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한 10일, 미국의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발표에 놀라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김정은 정권에 유입돼 온 돈줄을 끊고,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의 사실상 ‘마지막 상징’이었다면서도, 동시에 인권 문제가 부각된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Kaesong has been the one last bit of cooperation from the DJ and Roh Moo Hyun year…”

개성공단은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유일하게 남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남북 간 교류협력 창구지만, 동시에 수익이 근로자들이 아닌 정권으로 흘러가는 등 많은 인권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이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로 발생하는 5만 명의 실업자를 챙겨야 하는 북한으로선 입장이 난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 (AEI) 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개성공단은 실패한 실험”이라면서 “늦었지만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It is an unsuccessful experiment in engagement and peace building…”

개성공단이 평화적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정책을 완화시키지 못했고, 경제개혁을 이루게 하거나 기본적인 시장경제에 대해 가르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미 터프츠대학의 이성윤 교수도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개성공단의 존재 이유가 일종의 지렛대로 사용하겠다, 남북 간의 협력 공간을 만들어서 북한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부와 자유, 민주주의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북한 정부와 사회를 개혁시키겠다는 취지로 사용했는데요. 오히려 반대로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개성공단을 일종의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에 북한보다도 더욱 매달리게 됐습니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지난 10년 간 매년 수 천만 달러, 2015년 한 해에만 1억2천만 달러의 현금을 북한 정부에 유입했다”며,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이 북한 정권에 송금되고 있고, 근로자는 노조를 만들 수도 없는 등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개성공단은) 현대식 노동착취 현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단 가동 중단이 북한 정권에 미칠 경제적 타격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부소장은 북한이 거둬들이는 수익이 1억3천만 달러라는 점을 강조하며,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놀란 부소장] “If it is straight going to the government in the form of US dollars, that’s pretty direct infusion of money. And that’s going to stop.”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이익금이 미국 달러화로 정권에 곧바로 유입됐기 때문에 이것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반면 미 존스홉킨스대학 미한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북한의 (전체 교역액이) 90억 달러, 혹은 (한국을 제외한) 국제사회에서 7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상황에서 1억 달러는 큰 금액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멜빈 연구원] “100 million dollars per year is not really a big deal if you are earning over nine billion dollars, or if you are earning over seven billion dollars in other international trade.”

지난해 북한의 무역 총액이 약 90억 달러인 점에 감안할 때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손에 쥐는 1억 달러대의 돈은 9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성윤 교수 역시 2013년 북한이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던 때를 거론하면서, 이번에 차단되는 현금은 북한 정부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지난 20년 간 북한 정부는 자국민이 1만 명이 죽든, 10만 명이 죽든, 100만 명이 굶어 죽든 눈 깜짝 한 번 한 적이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를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가 주변국가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매년 1억3천만 달러를 북한에 건네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이 중국 등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나라들을 향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놀란드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특히 이성윤 교수는 이번 결정이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북 제재 위반을 시인한 첫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북한에 유입한 임금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 정부가 시인을 했습니다. 한국도 여러 개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부터 시작해서 계속 한국 정부도 유엔 제재를 위반했다고 시인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중단을 발표하면서, 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한국 정부가 공개리에 국제사회 제재 위반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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