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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힐 전 차관보]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 핵 문제 해결 못해"

  • 최원기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자료사진)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자료사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한국, 중국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대북 제재와 함께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를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먼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어떤 의도에서 핵실험을 했다고 보시는지요?

힐 차관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군부가 마련해 놓은 계획에 따라 핵실험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나 한국 같은 외부 요인은 고려한 것 같지 않습니다. 핵실험을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 내부의 정치적 요인에 따라 핵실험을 실시한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이 네 번째 핵실험을 실시했는데, 이제 ‘사실상의 핵 국가’가 된 것일까요?

힐 차관보) 미국은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또 북한도 지하 핵실험을 몇 차례 실시했지만 완전한 형태의 핵폭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이 이렇게 진전되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이 문제를 좀더 집중적으로 다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자)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먼저 발사한 뒤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핵실험을 먼저 했습니다. 6개월 안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힐 차관보)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핵폭탄 개발과 함께 함께 운반수단인 장거리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과거 핵실험을 실시하고 미국과의 대화 또는 6자회담에 복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힐 차관보) 북한이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현 상황을 보면 북한이 2005년 비핵화를 다짐한 9.19 공동성명으로 복귀하겠다는 조짐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비핵화 회담이 큰 난관에 봉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는 대북 제재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북한 정권이 실제로 큰 고통을 느낄 정도의 강력한 결의안이 나올 것으로 보시는지요?

힐 차관보) 유엔 안보리가 단합해 김정은 정권이 큰 고통을 느낄 정도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다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대북 제재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는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차단하거나 줄일 수 있을까요?

힐 차관보) 중국은 대북 제재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중국 없이는 효과적인 대북 제재를 할 수 없습니다. 또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중시한다면 북-중 접경 도시인 단둥 같은 지역에서 북-중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힐 차관보)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고 대화를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바랍니다. 또 시진핑 주석은 북한 핵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수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많은 지렛대가 있지만 외부에서는 중국이 지렛대를 제대로 활용하기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어떻게 대북 지렛대를 써야 하는지, 주변국과의 대화, 그리고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시는지요?

힐 차관보) 전략적 인내 정책은 어떤 목적을 갖고 지금보다 개선된 상황을 위해 기다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나는 아직까지 그런 개선된 상황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문제는 역사가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한 핵 문제를 풀려면 ‘완전한 비핵화’ 보다 ‘핵무기 증강을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동의 하시는지요?

힐 차관보) 그것은 페리 전 장관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봅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이고, 낮은 수준의 핵 보유를 용인하자는 것은 안 될 얘기입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도 비핵화를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 기회를 빌어 평양의 북한 당국자들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으면 말해 주십시오.

힐 차관보) 북한이 진정 국가안보를 바란다면 핵 개발보다 한국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와 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주변국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기자) 끝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이 등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힐 차관보) 저는 미국, 한국, 중국이 북한 핵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봅니다. 이 세 나라 당국자들이 보다 자주 대화하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굳건한 공조체제를 이뤄서 북한이 파고들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처 방안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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