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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한 체제 다큐영화, 만스키 감독] "북한 주민들 정부의 거짓 선전에 갇혀"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

북한 당국이 체제선전을 위해 사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폭로한 다큐 영화 ‘태양 아래’ (Under the Sun)가 올해 미국과 한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개봉됩니다. 이 영화는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제작됐지만 감독이 북한의 노골적인 사실 왜곡에 크게 실망해 북한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내용으로 초점을 바꾸면서 북한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었습니다. 'VOA'는 이 영화를 제작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으로부터 제작 과정과 관련 에피소드를 들어봤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러시아 최고의 다큐영화제와 국제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유명 감독 겸 제작자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VOA' 러시안 서비스의 통역 지원을 받아 만스키 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만스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감독님이 제작한 ‘태양 아래’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미’라는 평양의 8살 소녀의 생활상을 통해 북한사회를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셨나요?

만스키 감독) 저는 늘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았던 공산주의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이 어떻게 억압받고 얼마나 제한됐는지에 대해 궁금했었죠. 그래서 공산국가인 쿠바까지 가서 ‘쿠바의 조국 아니면 죽음’ 이란 다큐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북한 역시 공산주의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한 소녀의 삶을 통해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에 가셔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가요?

만스키 감독)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습니다. 제가 러시아에서 알고 배웠던 북한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솔직히 큰 충격을 받았죠. 저는 그저 북한이 옛 소련의 스탈린 시대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스탈린 시대에 개인의 자유는 제한됐지만 속으로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었죠.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그런 공간이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현재 살고 있는 자신들의 삶 외에 다른 삶을 알지 못하고 이를 추구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자신들과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 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나 다른 사회구조에 대해 보고 배운 게 없으니 다른 삶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것이죠.

기자) 앞서 말씀하신 쿠바와도 북한이 많이 달랐습니까?

만스키 감독) 그렇습니다. 제가 쿠바에 촬영 때문에 석 달을 머물렀는데 쿠바인들은 날마다 새로웠습니다. 사회주의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쿠바인들은 이미 다른 삶을 꿈꾸고 그런 삶을 왕성하게 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들이 자라고 보고 정부가 가르쳐 준 게 전부였습니다. 사고가 꽉 막혀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30 년이 걸려도 변화는 결코 기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기자) 다큐멘터리는 사실! 진실을 담는 게 생명과도 같은데, 결국 이런 북한의 환경 때문에 제작 방향을 바꾸셨다는 얘긴가요?

만스키 감독) 맞습니다. 진실을 담는 게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촬영을 할수록 사실이 아니라 비현실로 꽉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것을 사실처럼 조작하고 여기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비현실을 사실처럼 왜곡하는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한 겁니다.

기자) 어떤 것들이 왜곡되고 조작됐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만스키 감독)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왜곡이 거의 반복됐습니다. 우리는 소녀의 삶을 통해 북한사회를 조명하려고 인물을 물색했고 북한 당국이 5 명의 아이들을 후보로 데려왔습니다. 그 중에 우리는 진미라는 8살 소녀를 낙점했습니다. 아버지가 기자였고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하며 비좁은 낡은 아파트에서 조부모까지 3대가 살고 있다고 해서 인간의 사는 이야기들을 잘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특히 아버지가 기자니까 다양한 사람들을 알고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를 토대로 나눌 얘기들이 좀더 많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촬영하는 날이 되자 북한 당국은 모든 상황을 바꿔버렸습니다. 기자인 아빠는 공장 노동자로, 집은 주체사상탑이 내려다 보이는 평양 시내 최고급 아파트, 가구들은 아무도 쓰지 않은 새 것들로 다 채워져 있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 정부가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작하는 이런 과정들이 영화에 담겨 있다는 얘기군요.

만스키 감독) 그렇습니다. 옛 소련에서도 정부의 선전선동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생각이나 삶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고 있었고 나라 안팎의 반체제 인사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죠. 국민들이 안으로는 자유롭게 생각하며 새 세상을 꿈꿨기 때문에 정부의 선전을 그리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인들은 정부의 거짓 선전이란 상자 안에 생각이 갇혀 있습니다. 내부에 반체제 인사도 없습니다. 정부가 선전하고 만드는 이상적인 이미지는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허상입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그 선전에 속아 그 것을 그대로 믿습니다. 옛 소련과 달리 북한은 정부의 정치적 선전선동과 북한 주민들의 생각에 거의 차이가 없는 거죠. 우리가 북한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간단한 자기 자신의 의사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촬영할 때 간단한 말조차 어떻게 표현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일일이 지시했고 마음에 안 들면 계속 반복시켰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해서 그런 현실을 촬영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시자가 모르는 별도의 저장카드까지 마련했다는 얘기도 들었구요. 이 다큐 영화를 통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까?

만스키 감독) 인간의 가장 큰 가치와 자산은 자유입니다. 자유는 결코 잃어서는 안 됩니다.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인간은 계속 싸워야 합니다. 이 다큐 영화는 정권의 선전기계가 얼마나 위험하고 공포스럽게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들이 세상에 보여주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그 실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물 안에 갇혀 있습니다. 자유가 없으면 반드시 그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데 저는 북한에서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관객들이 이 다큐 영화를 통해 그들이 누리는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북한이 최근 4차 핵실험을 실시했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반기고 있을까요?

만스키 감독) 물론입니다. 많은 주민들은 핵실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겁니다. 북한 정부는 외세의 위협에서 조국을 지킨다는 이념을 주민들에게 심고 있고 이를 위해 핵실험을 했다고 선전합니다. 북한이 핵 개발에 많은 돈을 쓰고 주민들의 삶은 계속 열악하지만 아마도 많은 주민들은 저녁 식탁에 앉아 핵실험이 성공했다는 정부의 주장을 믿으며 기뻐했을 겁니다.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와는 별개로 말이죠.

기자) 영화가 공개되면서 북한과 러시아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만스키 감독) 북한과 러시아 정부 양쪽에서 많은 압력이 있었습니다. 북한 정부는 러시아 정부에 서한을 보내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선임보좌관은 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제 동료들에게도 협력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영화의 러시아 개봉도 막았습니다. 또 저를 사악한 사람으로 몰아 붙이고 제 영화가 북한의 진실을 담고 있지 않다고 조장하고 있습니다. 전 문화부 관리는 관영신문에서 저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 웃기는 얘기입니다. 제 영화를 많은 나라에서 볼 텐데 왜 러시아는 안 되겠습니까? 진실은 결국 승리하게 돼 있습니다. 저는 러시아 정부가 상영 허가를 해줄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끝으로 주인공인 진미 양과 촬영하면서 많이 정이 드셨을 텐데요. 진미 양을 북한이 아닌 바깥 세상에서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만스키 감독) 진미 양이 자유 세계로 온다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겁니다. 그 것은 한국에서 미국의 뉴욕에 갔을 때 느끼는 문화적 충격과는 상당히 다른 겁니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큰 충격일 겁니다. 그래서 아주 침착하게 친절히 대해야 합니다. 제가 진미 양을 미국이나 독일 등 자유세계에서 다시 만난다면 디즈니랜드 같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은 먼저 데려가지 않을 겁니다. 심리적 충격이 훨씬 더 클 테니까요. 대신 함께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편안하게 대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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