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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행보 전망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소탄시험 성공에 기여한 핵 과학자들과 기술자, 군인건설자, 노동자, 일군들에게 '당 및 국가표창'을 수여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소탄시험 성공에 기여한 핵 과학자들과 기술자, 군인건설자, 노동자, 일군들에게 '당 및 국가표창'을 수여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란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에는 평화협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에 따라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4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 기술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한 수소탄 실험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지만, 수소탄 전 단계로 평가되는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을 경우 북한의 핵무기는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에 이어 폭발력이 크고 탄두 소형화가 가능한 수소탄 위협으로까지 다양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수소탄을 무기로 개발한 사례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 나라에 불과합니다.

핵 전문가인 김태우 전 한국 통일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김태우 전 한국 통일연구원장] “수소폭탄의 경우 기존의 원자탄보다 폭발력이 수 십 배 이상, 이론적으로는 1천 배까지도 가능합니다. 이번 실험은 수소폭탄 실험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북한이 만일 수소폭탄을 가진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북한은 2000년 초반부터 융합실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해왔고 5대 강대국들의 경우 원자폭탄을 개발한 뒤 10년 안에 수소폭탄을 개발한 전례를 볼 때 북한 역시 올해로 핵실험을 실시한 지 10년째인 만큼 시기적으로 수소폭탄에 접근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지난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 발언은 북 핵 문제에 대한 이런 심각한 상황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녹취: 한국 박근혜 대통령]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첫 시험용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 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하고 ‘경제-핵 병진노선’을 채택한 데 이어 관련 법령까지 제정했습니다. 이로써 ‘비핵화는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비핵화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핵 문제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었던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 체제의 경우 핵무기 증강과 성능 고도화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국가적 최우선 목표인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에 이어 모두 4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지난해에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까지 감행하며 핵 능력 다종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울러 잇단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통해 핵 투발 수단 능력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비롯한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소형화, 경량화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4차 핵실험을 실시하며 핵 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핵 비확산’에 협조하겠다는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입니다.

[녹취: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북한이 향후 국제사회에 4차 핵실험은 자위적 권리임을 주장하며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핵 무력 완성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업적으로 내세우며 체제 결속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입니다.

[녹취: 남성욱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국제사회에는 맞대응하겠지만 핵실험이라는 대형 사고를 쳤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관계에서는 로우키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단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자위권 확립이라는 여론 조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구요. 중국과의 신경전을 벌임으로써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주민들에게 선전선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북한이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과 한국, 미국을 향해 대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그동안 준비해온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당 대회를 앞두고 핵 능력 고도화의 마지막 단계인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선전함으로써 체제 결속과 함께 이를 계기로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실제 북한 관영매체들은 연일 4차 핵실험 성공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번 실험이 전쟁 억제력을 갖춘 상태에서 북한식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는 강화된 핵 능력을 바탕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군축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태우 전 한국 통일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김태우 전 한국 통일연구원장] “북한이 원하는 것은 NPT 회원국이 아니면서 독자적으로 핵 개발을 한 인도처럼 핵 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미국에 대해 북한이 ‘인도처럼 대접해달라’고 얼마나 많이 요구했습니까? 또 북한이 주장해온 평화협정 역시 북한의 목표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해 주한미군 등 한-미 동맹 철수 등을 통해 자신들의 한반도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 북한은 4차 핵실험 사실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핵 협상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군사적,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비롯해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유엔 안보리의 제재 움직임을 지켜보며 장거리 로켓 발사나 SLBM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옥현 전 한국 국가정보원 제1차장입니다.

[녹취: 전옥현 전 한국 국정원 제1차장] “북한은 향후 대미, 대남 평화공세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 도발을 할 준비를 갖추고 국제사회의 반응과 미국과 한국의 대응태세를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도발은 사이버테러에서부터 물리적 군사적 도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한국 정부 당국자는 현재 북한에는 장성택이나 김양건 등 대남정책을 조율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남정책에서 강경 일변도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이 확성기 방송 등을 문제 삼아 연평도 포격 사태와 같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을 감행하며 ‘첫 수소탄 시험’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행보를 볼 때 오는 5월 당 대회를 기점으로 국면 전환을 위해 미국과 한국에 대해 평화공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북 핵 문제에 대한 참예한 입장 차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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