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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 재정은행 일꾼대회..."금융 기능 정상화 통한 자금 확보 목적"


북한 평양의 중앙은행 건물 (자료사진)

북한 평양의 중앙은행 건물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25년 만에 ‘전국 재정은행 일꾼대회’를 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금융 기능을 정상화 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13일 평양에서 25년 만에 전국 재정은행 일꾼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대회는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78년과 90년 두 차례 열린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세 대회 모두 북한의 대외 여건이 어려워지는 시기에 열린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석유 파동과 사회주의경제권의 붕괴로 국가 재정수입이 감소하던 1, 2차 대회 때처럼 이번 대회 역시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중국으로의 광물 수출을 통한 외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열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서 북한경제를 담당했던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입니다.

[녹취: 이영훈 수석연구원] “세 차례 모두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는 시점에 열렸다는 공통점이 있구요. 특히 올해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북-중 무역이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북한경제가 당분간 어려워지는 국면에 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가장 중요한 자금 동원 문제를 담당하는 재정일꾼들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8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북한의 대중국 광물 수출은 지난해 3억 달러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져 지난 10월까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철광석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줄었습니다. 이 기간 무연탄 수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으며, 특히 10월 한 달에만 33%나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자금 확보를 독려하기 의도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서한에서 재정은행 사업을 개선, 강화하는 것은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필수적 요구라며 자체의 믿음직한 재정 원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외화 정기예금과 외화카드, 전자상거래 도입과 같은 각종 금융 조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의 자금을 은행에 끌어들여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김천균 조선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월 3일 이례적으로 일본 내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라의 경제건설에서 제기되는 자금 수요를 국내 자금을 원활하게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충족시켜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과 인민생활 영역에서의 카드 이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25년 만에 재정은행 일꾼대회를 연 것은 무엇보다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시장화의 확산으로 금융기능 정상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에선 장마당을 비롯한 이른바 ‘비공식 경제’가 발달하면서 권력기관과 결탁한 신흥부유층인 ‘돈주’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시행된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으로 기업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한국 산업은행 김영희 북한경제팀장은 북한 당국이 이번 대회를 통해 90년대 중반 이후 이뤄지고 있는 기업 간 현금 거래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산업은행 김영희 북한경제팀장] “계획이 축소되고 기업의 시장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현금 유통을 중심으로 한 국가통제, 이를 통한 재정예산 수입을 바로 잡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무현금 거래는 은행을 통해 이뤄지므로 국가에서 통제가 가능하지만 현금 거래는 국가가 통제할 수 없어 기업의 수익과 매출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이번 대회에서 과거와 달리 계획경제를 뜻하는 ‘원에 의한 통제 강화’라는 표현 대신, 기업체의 창발성과 주도성을 언급한 것도 북한에서 시장화가 진전된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박사]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되 시장 확산과 6.28, 5.30 조치 등 변화된 상항을 최대한 활용해서 재정수입을 늘리고 국가예산을 제대로 집행하라.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시장화를 수용, 제도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죠.”

여기에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원화 가치가 폭락하며 미국의 달러화와 중국의 위안화가 북한의 원화를 대체하고 사금융이 확산되는 것도 북한 당국으로선 고민거립니다.

국제통화기금 (IMF)은 달러화가 총 통화량의 30%를 초과하는 나라를 ‘비공식적 달러화’ 국가로 분류하는데, 북한 내 외화유통 비중은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울대통일평화연구소가 지난해 북한을 떠난 탈북자 146명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서 사채나 환전 등 사금융을 통해 한달 평균 50만원 이상을 벌었다는 응답자가 50%에 달했습니다. 이는 외화벌이 (41%)나 되거리 장사 (31%)보다 훨씬 높은 겁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대회를 통해 공식 금융기관의 기능을 회복해 사금융을 억제하고 북한 원화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경영경제연구소 이영훈 수석연구원입니다.

[녹취: 이영훈 수석연구원] “지금 현재 북한에 있어 중요한 과제는 내자를 동원해 이를 북한 정부가 원하는 대로 배분하는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선 상당부분 사금융이 공식금융을 대체하는 것과 화폐개혁 이후 외화가 북한 원화를 대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추진 중인 외화 정기예금을 비롯한 각종 금융 조치들이 은행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사금융에 비해 낮은 이자율 등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김석진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재정은행 일꾼대회에서 국가재정과 은행 시스템을 분리하는 방안이 논의됐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경제가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중국처럼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를 통해 주민들의 저축이 국영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은행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 이후 2004년과 2006년 중앙은행법과 상업은행법을 채택하는 등 한때 금융 개혁의 조짐을 보였지만 이후 다시 계획경제를 강화하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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