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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리한 수산 증산 정책, 잦은 해난 사고 원인


최근 일본 이시카와 현의 노토 반도에서 발견된 국적 불명의 표류 선박. 조업을 위해 출항한 북한 어선으로 추정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자료사진)

최근 일본 이시카와 현의 노토 반도에서 발견된 국적 불명의 표류 선박. 조업을 위해 출항한 북한 어선으로 추정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자료사진)

일본 서부 해안에서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목선과 시신들이 계속 발견되면서 북한의 수산 정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고 지도부까지 나서서 어획량 증산을 독려하는 바람에 무리한 조업으로 해난 사고가 늘고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18일 당국자들을 인용해 올해에만 일본 서부 해안에서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표류 목선 38척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말부터 두 달 여 동안 이런 목선들에서 시신 27구가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당국은 표류 선박들에서 발견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뱃지와 한글이 적힌 물품들을 미뤄볼 때 북한 어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앞서 일본의 ‘교도통신’과 미국의 ‘AP 통신’도 일본 해안경비대 관계자들을 인용해 어선들에서 ‘조선인민군 제325’ 등 북한식 글씨와 증거들이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 어선이 확실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 최고지도부까지 나서서 어획량 증산을 독려하면서 어민들이 무리한 조업에 나서다가 해난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입니다.

<NK/Fishing boats ACT 1 YKK 12/18/15>[녹취: 안찬일 소장] “무리한 도루묵과 명태잡이가 그런 참상을 일으킨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어선들이 동력이라든지 연료, 중유라든지 이게 대단히 불충분합니다. 게다가 식량까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선들이 나갔다가 일기 조건이 조금만 안 좋으면 조난당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안 소장은 18일 ‘VOA’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어획량 증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하면서 군 부대 소속 수산사업소들이 무리한 조업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인 2013년부터 수산업을 내각의 핵심 과업으로 채택한 뒤 어획량 증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특히 2014년 신년사에서 수산업 발전을 언급한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는 수산업을 3대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고 직접 생산 증대를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의 보도 내용입니다.

<NK/Fishing boats ACT 2 YKK 12/18/15>[녹취: 김정은 제1위원장] “수산 부문에서 황금의 새 역사를 창조한 인민군대의 투쟁기풍을 따라 배워 수산업을 결정적으로 추켜 세우며 물고기 대풍을 마련하여 인민들의 식탁 위에 바다향기가 풍기게 하여야 합니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수산업을 챙기자 담당 관리들과 어민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는 무리한 조업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전한 송춘섭 북한 수산성 부상과 어로공(어민)들의 말입니다.

<NK/Fishing boats ACT 3 YKK 12/18/15>[녹취: 송춘섭 부상] “동해안의 각 도 수산관리국 선박들이 중심 어장을 타고 앉아 낮과 밤을 이어가면서 긴장한 전투를 벌려 나가고 있습니다.”[녹취: 어로공들] “정말 힘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오늘 같은 날씨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파도가 뱃전을 넘어오고 정말 그 때에는 쓰러지고 멀미도 하면서 정말 어로전투를 벌립니다.””뭐 언제 낮과 밤이 따로 있겠습니까? 우리야 그저 먼 바다에서 잡고 가까운 바다에서 잡고 나가면서 잡고 들어오면서 잡고 우리 어로공들이야 고기를 많이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무리한 조업 때문에 실제로 어획량은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015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수산업 어획량은 84만t으로 4년 전의63만t보다 크게 증가했습니다. 330만t에 달하는 한국의 어획량에 비하면 여전히 4배의 큰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4년 만에 북한의 어획량이 21만t 늘었다는 겁니다.

북한 최고지도부가 이렇게 수산업 증대를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화벌이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관인 코트라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의 수산물 수출 규모가 1억 4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25% 정도 늘어난 것입니다.

북한 정부는 주요 수출품인 광물의 국제 가격 하락으로 타격이 커지자 수산업 생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수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데다 북한의 장마당 확산으로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요 이유란 지적입니다.

다시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입니다

<NK/Fishing boats ACT 4 YKK 12/18/15>[녹취: 안찬일 소장] “쌀이나 다른 고기 같은 것은 일거에 생산이 안되지만 사실 바다에 있는 물고기는 가서 잡아만 오면 식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죠.”

하지만 이런 최고지도부의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제한된 어선들이 무리한 조업에 나서면서 해난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지적합니다.

한국 KDB산업은행의 이유진 연구위원은 올해 발표한 북한 수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북한의 동력어선이 1천 5백여 척으로 추산되지만 열악한 조건 때문에 실제 어업 활동은 4백 여 척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어선의 노후화와 부품 부족, 정비 불량, 기름까지 부족해 조업이 실제 가능한 어선을 4-5백척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많은 어선들은 길이 10-12미터 무게 2-7t 규모의 소형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낡은 소형 목선이란 지적입니다.

박덕배 전 한국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달 한 잡지(현대해양) 기고문에서 북한의 어선들이 낡고 유류가 부족해 출어율이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지난해 11월, 북한과 일본의 중간 수역에서 조업을 하는 북한 소형 어선들의 수가 지난해 급증했다고 전했었습니다.

신문은 당시 일본 수산청과 해안보안청 관리들을 인용해 2014년 한 해 동안 이 지역에서 조업하는 북한 오징어잡이 어선이 4백 척 가량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2011년의 15척, 2012년의 80척, 2013년의 110척에 비해 어선이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이는 북한이 2013년 수산업을 핵심 과업으로 지정한 시기와 때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작은 규모의 어선들이 북-일 중간 수역 등 먼 바다까지 나가 조업하면서 해난 사고의 위험이 훨씬 높아졌다고 지적합니다. 겨울은 특히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강풍의 영향으로 바다의 물결이 자주 높아지는데 북한의 어선들은 매우 작고 낡아 견디기 힘들다는 겁니다.

안찬일 소장은 특히 유류 문제로 인한 조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NK/Fishing boats ACT 5 YKK 12/18/15>[녹취: 안찬일 소장] “문제는 연료입니다. 디젤유를 넣어야 하는데. 김정은이 2013년부터 선물은 준 배는 주로 군부대에 줬어요. 물고기 잡아서 직접 먹는 문제 해결하라고요. 그런 배들은 제대로 동력을 갖추고 있지만 나머지 수산사업소 동력선이 대단히 열악하고 재래식으로 돼 있다는 거죠. 나갈 때 정말 겨우 일할 만큼 연료를 넣어 나가는데 조금만 풍랑을 만나 제시간에 못 들어오면 가랑잎처럼 떠다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어류마다 특정 시기를 놓치면 어획 목표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어민들이 목숨을 걸고 조업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명태와 대구는 각각 11-1월, 10월-1월이 제철이기 때문에 당국이 보호조치 없이 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함흥 성천강출하사업소의 정홍일 과장은 관영매체에 이런 애로점을 직접 지적했습니다.

[녹취: 북한 부선장] “물고기 잡이도 계절을 놓치면 안됩니다. 일단 물고기 떼가 나타나면 만사를 제쳐놓고서라도 물고기를 잡아야지, 잡지 못하면 그런 낭패가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난 때문에 북한 당국이 당장 이런 열악한 조업 환경을 개선할 가능성이 적어 어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어획 목표량을 채우기 위한 북한 어민들과 군인들의 목숨을 건 조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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