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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틈새시장 노린 무기 거래 활발…조력자 네트워크 끊어야"


안드레아 버거 영국 합동국방안보연구소 연구원 (사진제공=영국 합동국방안보연구소)

안드레아 버거 영국 합동국방안보연구소 연구원 (사진제공=영국 합동국방안보연구소)

북한이 무기 거래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여전히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에 무기와 관련 기술을 팔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영국의 민간기구인 합동국방안보연구소의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최신 보고서에서 북한의 고객들 가운데는 오랫동안 외교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들 외에 비국가 무장단체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확산 전문가인 버거 연구원은 해당 국가의 전현직 당국자와 군부 관리, 북한과 거래한 무기 중계상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해외 무기거래 실태와 고객 명단, 유엔 대북 제재의 한계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버거 연구원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보고서 제목이 ‘표적 시장: 제재 시대의 북한 군사 고객들’ 입니다. 상당히 어려운 주제인데, 북한의 무기 수출 현황을 어떤 경로로 추적하셨나요?

버거 연구원)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했습니다. 기밀 해제된 각국 정부 서류, 유엔 보고서, 기업 정보자료 뿐아니라 군사전문 정부 당국자, 전문가, 그리고 북한과 거래한 무기중계상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 무기 거래에 직접 관여한 인사들을 찾아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버거 연구원)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들과의 대화가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북한의 군사 역량과 해외 무기시장 활동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기자)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들이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고 있습니까?

버거 연구원) 북한은 매우 다양한 군사 고객들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 그룹이 축소돼 왔습니다. 냉전 시기에만 해도 북한은 전세계 62개 나라와 그밖의 비국가 단체에 무기나 관련 부품과 서비스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으니까요. 하지만 2006년 이후 여전히 십 수 개 나라들이 북한으로부터 그런 물건들을 사들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리아, 이란, 미얀마, 콩고민주공화국, 콩고, 우간다,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등이 그런 나라들입니다.

기자) 나라들마다 수요가 다를 텐데 가령 어떤 무기나 관련 서비스를 북한에서 사들이는 겁니까?

버거 연구원) 북한이 판매하는 무기 수출 목록은 매우 광범위합니다. 소규모 무기와 탄알부터 탱크, 병력 수송 장갑차처럼 보다 규모가 큰 재래식 무기체계는 물론 지대공미사일, 레이더, 잠수함, 고속초계정, 심지어 탄도미사일까지 다양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리아 원자로 건설을 지원했듯이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부품과 기술 또한 수출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무기수출국으로서 갖고 있는 상대 우위는 어떤 게 있을까요?

버거 연구원) 북한의 군사 고객들은 각자가 처한 특유의 상황에 따라 북한에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시리아의 경우 북한과의 오랜 군사적, 정치적 관계가 크게 작용합니다. 여기엔 국가 대 국가 관계 뿐아니라 김 씨 정권과 아사드 일가 간의 개인적 유대도 깔려있는 거죠. 내전까지 겪고 있는 시리아로서는 지속적인 무기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고요. 이런 깊은 관계나 다른 조건 없이 그저 북한을 편리한 무기 공급처로 여기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과거 북한에서 들여온 무기의 보수, 유지를 다시 북한에 맡기는 경우입니다. 북한은 냉전 시기 공산권 무기체계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매우 낮은 가격으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는 그런 동기와 특수한 상황을 복수의 국가별로 분류가 가능합니까?

버거 연구원) 그렇습니다. 북한의 고객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탄력적 (resilient) 그룹’입니다. 북한과 정치, 군사 관계를 유지하고, 또 국제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소외돼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무기 공급처를 찾기 어려운 나라들입니다. 이들은 제재 체계에 대해 잘 알면서도 이를 어기는 특징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마지못한 (reluctant) 그룹’으로 ‘탄력적 그룹’보다 소규모입니다. 다른 곳에서 무기를 구입하기 원하지만 별다른 선택권이 없어 북한에 기대는 나라들입니다. 가령 에티오피아의 경우 1970년대와 80년대 북한에 무기 생산 기술을 의지했지만 그 이후에도 자체 역량을 갖추지 못해 북한의 기술과 생산 라인을 다시 찾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즉석 (ad hoc) 그룹’이 있는데, 북한과 특별한 관계가 전혀 없이 두 세 차례 단발성으로 무기를 구입한 나라들입니다.

기자) 그 중에서 북한과의 군사적 거래가 가장 활발한 나라를 따로 꼽을 수 있나요?

버거 연구원) 좀 어려운 문제입니다. 물론 시리아, 이란, 버마, 쿠바,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은 ‘탄력적 그룹’이 아마도 북한과의 군사관계에 가장 공을 들였던 나라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반드시 북한의 최고 무기시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간다는 북한과 오랫동안 군사관계를 맺어왔고 제재를 어겨가면서 계속 북한을 공급처로 이용해 왔지만, 대부분 구매 가격이 낮은 군사훈련 등을 요청하는데 그쳤습니다.

기자) 북한이 가장 내세우는 군사용 수출품목은 뭔가요?

버거 연구원) 현재 전세계 군수시장에서 북한의 최대 강점은 북한과 옛 소련, 중국 등을 포함한 공산권 국가들이 냉전시대에 생산한 무기들의 예비부품을 개선하거나 수리하는 역량입니다. 당시 공산권 국가들이 전세계에 많은 무기를 확산시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은 예를 들어 1950년대 생산한 탱크 등 과거에 공급한 무기들에 대한 보수, 유지 서비스를 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무기를 여전히 배치하고 있는 북한은 낮은 가격에 관련 기술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유엔의 대북 제재가 그런 영역도 겨냥하고 있지 않습니까?

버거 연구원) 북한은 유엔의 무기 금수 조치 적용 대상입니다. 2006년 시행돼 2009년 강화된 조치죠. 이에 따라 북한은 새로운 무기를 구입하거나 관련 면허를 신청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가령 북한이 중국에 가서 대전차미사일 생산 면허를 달라고 요청할 수 없는 겁니다. 결국 북한은 고객들의 수요가 점점 커지는 새 군사기술을 개발할 수 없고, 점차 무기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북한의 확산 위협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재래식 무기 기술에 대한 이 제재만큼은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기자) 북한이 비국가 단체와도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테러 단체도 포함돼 있나요?

버거 연구원) 과거 스리랑카 반군세력인 ‘타밀엘람해방호랑이 (LTTE)’, 그리고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거래한 정황이 있습니다. 하마스가 북한의 대전차미사일을 구입했다는 위성사진 판독 결과도 나왔고요. 수 년 전 내전이 끝난 스리랑카에는 더 이상 북한의 고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한 때 북한 선박이 스리랑카 해안에 접근해 현지 반군세력들에 무기를 넘겨줬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가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하마스 등과 거래했다면 엄연한 테러 지원 활동 아닙니까?

버거 연구원) 북한이 중동의 비국가 단체에 무기를 직접 공급했는지, 혹은 그런 단체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는 이란이나 시리아가 북한 무기를 공급하는 중간단계 역할을 했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2009년 태국에서 북한의 중동행 무기들이 적발된 적이 있고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종착지로 거론됐지만, 실제로는 북한과 이란 간 거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비국가 단체에 무기를 확산하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습니다.

기자) 지금 전세계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L에 북한 무기가 흘러 들어갈 우려는 혹시 없나요?

버거 연구원) 북한이 ISIL에 직접 무기를 팔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 단체가 일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리비아가 보유했던 무기들이 내전을 거치면서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 정부와 싸우고 있는 ISIL에 무기를 판다는 건 양국 관계에 치명타가 될 겁니다.

기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망을 어떤 식으로 빠져나가는 겁니까?

버거 연구원) 북한은 수 십 년 동안 해외 활동을 감추고 제재 체계를 피하는데 능숙해져 왔습니다. 해외 지사들의 소유권을 감추기 위한 복잡한 문건을 고안해냈고, 거짓 서류를 꾸미거나 불법 품목을 실은 컨테이너를 몰래 싣는 등의 방식으로 거래 물품의 불법적 성격을 숨겨왔습니다. 특히 불법 거래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상대 국가의 협력까지 더해지면 적발이 더 힘들어지는 겁니다.

기자) 그럼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를 보다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어떤 방안을 제안하시겠습니까?

버거 연구원) 우선 무기금수 조치 가운데 총기류를 포함한 소형 무기 거래에 대한 예외조항을 없애는 겁니다. 현재 북한은 어떤 무기나 관련 부품, 서비스 등도 팔 수 없게 돼 있지만 소형 무기를 들여올 수는 있습니다. 공급자가 판매 5일 전에 유엔 안보리에 신고만 하면 되는데, 이 조항이 심각한 허점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새로운 군사기술에 계속 접근할 수 있다면 무기시장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제안은 무기 거래에 관여한 북한인 보다 중간단계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세력에 제재의 더 초점을 맞추라는 겁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홍콩, 이집트 등에 신뢰할 만한 현지 조력자를 두고 있는데, 이런 연계 세력들에게 유엔 대북 제재를 적용할 수 있다면 북한의 확산 네트워크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영국의 합동국방안보연구소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 현황과 대북 제재 체계 개선안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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