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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영업 10년: 장마당-돈주-아파트 브로커까지

  • 최원기

지난 2013년 7월 평양의 한 가게에서 점원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평양의 한 가게에서 점원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에 자영업이 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장마당 상인으로 출발한 자영업자들이 숙박업, 개인 버스, 사금융업, 아파트 매매 등으로 활동을 넓히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 ‘돈주’로 불리는 신흥자본가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고 영국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 통신은 지난 10월29일 평양발 기사에서, “돈의 주인이라는 의미의 돈주가 외화를 써가며 비공식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돈주’는 1990년대 후반 발생한 ‘고난의 행군’의 산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당시 배급이 중단되고 국영상점이 문을 닫자 주민들은 너도나도 장마당으로 나와 장사를 했는데 이를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바로 돈주라는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안찬일] "돈주와 장마당의 발아기 시기는 거의 같은데, 자영업자가 등장하고, 장마당 경제는 철저하게 시장논리로 움직이고, 화폐가 필수적이니까, 돈주가 등장한 겁니다.”

장마당이 20년 넘게 계속되면서 북한사회에는 다양한 자영업자가 생겨났습니다. 가령 장마당과 관련한 상인만 해도 매대에서 물건을 파는 소매업자, 지방과 평양을 연결하는 도매상, 그리고 국경을 통해 물건을 들여오는 ‘상품떼기’ 등으로 세분화됐습니다.

만성적인 교통난 와중에 개인이 운영하는 버스인 ‘써비차’와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토바이 택시’도 등장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살다가 2008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 "써비차는 개인이 하는 운송, 버스, 택시 이런 건데, 사람도 싣고 짐도 싣고, 경제난 이후 개인들이 먹고 살려고 만든 건데, 이것 없이는 이동을 못해요.”

이밖에 숙박업자, 노래방 업자, 비디오 촬영업자, 매대 분양업자도 생겨났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일제 중고 비디오 촬영기를 갖춘 비디오 촬영업자는 잔칫집이나 생일집을 찾아가 행사를 촬영해 주고 4 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암달러 시세로 1 달러가 8천400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번 촬영에 3만원 이상을 버는 겁니다.

다시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 "대부분 사진이나 이런 것은 수입이 많죠, 폭리를 많이 취하죠. 그러나 시작하기가 힘들죠.”

최근에는 아파트 건설과 분양을 담당하는 부동산 거간도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부동산 시장을 조사한 한국 경상대학교 정은이 교수입니다.

[녹취: 정은이] "입사증 문제가 해결 안돼 많은 분쟁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입사증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해주는 주택 거간 즉, 부동산 중개인이 나타났습니다. 주택 거래 가격의 10%를 수수료를 내면 문제가 안됩니다.”

과거 김정일 정권은 장마당을 ‘비사회주의 요소’로 간주해 종종 칼을 빼들었습니다. 장마당을 단속하는 것은 물론 지난 2009년에는 화폐개혁을 통해 장마당에서 달러 사용을 막으려 했습니다.

반면 김정은 정권은 장마당을 비롯한 시장화 흐름을 ‘현실’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4년 간 이렇다 할만한 장마당 단속이 없었습니다.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이걸 통제하려면 폭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장마당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기 때문에 공권력으로는 이를 무너뜨리거나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주목할 것은 노동당 간부들 뿐아니라 군 장성들도 돈주들로부터 뒷돈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 정권은 장마당 경제와 ‘공생’ 관계가 됐다고 안찬일 소장은 말합니다.

[녹취: 안찬일]”최정예 군단이라고 하는 2군단만 해도 개성, 황해도에 배치돼 있는데, 2군단마저도 생필품과 부식을 장마당에 80% 의존하고, 또 부정부패의 고리에 연결돼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장마당을 비롯한 암시장과 자영업 확산이 북한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소비시장이 생기면서 북한 회사들도 내수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정권은 장마당에 대응해 국영상점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평양에 국영 ‘황금벌 상점’이 문을 열었는데, 이 상점은 암시장 보다 좋은 조건에 상품을 파는 것이 목표입니다.

황금벌무역회사 량승진 사장이 'APTN'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입니다.

[녹취: APTN 량승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팔아주면서 다른 상점보다 봉사시간을 연장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해주고 품질을 담보하면 인민들이 좋아할 것으로 보고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의 현 상황이 “35년 전 덩샤오핑 시절 중국이 겪었던 변화와 닮았다”며 “김정은 정권이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공식 선언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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