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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한국 대통령 서거...'한국 민주화 큰 별'


서울광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23일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23일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어제 (22일) 서거한 한국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화와 부패 척결에 앞장서면서 독재정권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은 정치인으로 평가됩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재임 기간 중 1차 북 핵 위기 와중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막아 냈습니다.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지며,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의 위협에 굴하지 않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 시도인 3선 개헌을 반대하는 선봉에 섰다가 초산 테러까지 당했습니다. 1979년에는 야당인 신민당 총재로 선출됐지만 직무집행 정지와 함께 국회의원직을 제명당하자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쳤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가택연금을 당했고, 1983년 5.18 민주화운동 3주년 때는 민주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23일 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은 1985년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과 1987년 ‘직선제 개헌운동’으로 이어져 마침내 정치군부의 사실상 항복선언인 ‘6.29 민주화 선언’을 이끌어 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90년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3당 합당’을 결행했고 2년 뒤 대통령에 당선돼 ‘문민정부’를 출범시켜 30여 년 간 지속됐던 군사정권을 실질적으로 종식시켰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고 12.12 사태의 주역이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 세력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단죄함으로써 군의 정치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했습니다.

당시 ‘역사바로세우기’에 관한 김 전 대통령의 연설 내용입니다.

[녹취: 김영삼 전 대통령] “지금 우리는 지난 시대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국민적 여망을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은 1차 북 핵 위기가 불거진 때였습니다. 그는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선언하고 취임 직후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 씨를 북으로 송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 개발로 나갔고 김 전 대통령은 결국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바꿨습니다.

[녹취: 김영삼 전 대통령]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상대와는 결코 악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1994년 6월 미국이 북한 영변의 핵 시설 폭격을 검토하면서 북 핵 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이 위기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진정됐으나 회담을 17일 앞두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첫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사에 많은 발자취를 남겼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외환 위기 사태는 최대 실정으로 손꼽힙니다. 이 때문에 잘못된 금융거래 관행과 음성소득이 만연한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 올린 금융실명제 도입의 결단도 가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영면함으로써 한국에서 영호남을 대표하며 한국정치사를 이끌어 왔던 ‘양김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두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의 거목으로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기도 했던 영원한 정치적 경쟁자였습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23일 주요 20개국 정상회담 등 다자 정상외교를 마치고 귀국해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고 있지만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전을 보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지고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결정됐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과는 300m 가량 떨어져 있고 현충원 가장 안쪽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과는 500m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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