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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지원 못받는 비보호 탈북자, 통일 위해 끌어안아야"


한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 차원의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는 탈북자들을 비보호 탈북자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정착지원금이나 주거 지원 등의 공식 지원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 사회통합적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비보호 대상자로 분류되면 기본적인 정착지원금이나 주거 지원, 취업 지원 등을 받을 수 없습니다.

비보호 탈북자란, 입국이 허락돼 한국 국민이 됐지만 보호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탈북자입니다.

한국 통일부의 ‘탈북자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가운데 국제 형사범죄자나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 한국 입국 후 1 년이 지난 탈북자, 중국 등 체류국에서 10 년 이상 거주한 탈북자 등은 비보호 대상자로 분류됩니다.

지난 2003년 이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가운데 비보호 대상자는 172 명, 이 가운데 한국 입국 1 년이 지나 비보호 대상자가 된 탈북자는 126 명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입니다.

[녹취: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우리 정부는 우리 관련 법률에 몇 가지 항목을 놓고 있습니다, 기준을. 그래서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는 모두 받아들이지만 헌법에 따라서.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정해 놓은 항목이 있습니다. 그 항목에 해당되는 분들은 통일부나 국정원에서 ‘비보호’라고 표현합니다.”

‘비보호 탈북자 정착 실태와 정책 제언’을 위한 세미나가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 주관으로 열렸습니다.

비보호 탈북자 대다수는 한국 입국 1 년 이내에 자신이 탈북자임을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합니다.

비보호 탈북 여성인 김미선 씨와 김혜숙 씨의 증언입니다.

[녹취: 김미선 씨 / 비보호 탈북 여성] “신고하기 전 한국에서 중국 사람인 척하며 살았습니다. 물론 한국에 입국해 1 년 이내에 신고를 못한 것은 저의 잘못입니다. 비보호인의 경우 거주지가 불안정하고 법률적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하나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불편하고 눈치가 보입니다.”

[녹취: 김혜숙 씨 / 비보호 탈북 여성] “비보호 대상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한국에 오면 이제 나도 의탁할 곳이 있구나, 나도 품어줄 곳이 있구나 그랬는데, 주민등록번호가 내려왔을 때 밑에 ‘비보호’ 대상이라고 찍혀 나왔습니다.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고…”

한국 통일부의 ‘2015 탈북자 거주지 정착 지원 매뉴얼’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보호대상자가 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사회 적응교육 시설인 ‘하나원’에서 12 주에 걸친 기본교육을 받은 후 관할지역 하나센터에서 2 주 간 60 시간의 교육과 사후 지원을 받습니다.

하나원을 나와 지역사회에 진출하면 정착금으로 1인 기준 미화 약 6천 달러가 지급되고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지방에 거주할 경우에는 장려금도 나옵니다.

주거 지원의 경우 영구임대, 국민임대 등 살 집을 알선해 주고 1인 세대 기준으로 약 만 천 달러의 주거지원금도 제공됩니다.

취업 지원으로는 직업훈련, 자격취득, 취업장려금, 고용지원금 등이 있고 취업해서 3년간 근속하면 최대 만 7천 달러의 취업장려금도 나옵니다.

이밖에도 생활이 어려운 탈북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민간이 참여하는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보호 대상자로 분류되면 ‘남북하나재단’이 주는 860 달러 상당의 긴급생활 지원 외에는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임순희 명예연구위원은 탈북자를 한국 국민으로 받아들인 이상 그들에 대한 국가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면서, 비보호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려고 하는 의지를 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 차원의 법-제도에서 그들을 지원할 수 없다면 민간 차원에서 적극 나서서 도와야 한다는 겁니다.

통일연구원 임순희 명예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임순희/ 한국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우리가 그 사람들을 수용했으면 그 순간부터는 국가적 책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법-제도적 지원을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찌됐든 간에 이분들이 여기 와서 살아가고자 하는 의욕, 의지는 꺾지 말자는 이야기에요. 살아보겠다는 그 각오, 그것은 좀 살려주자는 거예요.”

임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한국사회에 입국한 탈북자가 3만여 명에 달한다면서 더 이상은 이들을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닌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정재호 정착지원본부장은 매년 30 명이 넘는 탈북자가 비보호 대상자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이들을 위한 교육, 정착지원 제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정재호 NKDB 정착지원본부 본부장] “비보호 대상자에 대한 지원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그 안에 소프트웨어, 교육, 정착 지원 등 소프트웨어 개발해 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한국으로 가야겠구나, 사람이 살만한 곳이구나 이런 것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통일한국을 바라보는 측면, 사회통합 측면에서 끌고 나가야 합니다.”

정재호 본부장은 통일로 가는 길에 인권 문제를 비켜갈 수는 없다면서,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당당히 민주시민으로 살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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