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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처 도시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VOA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미국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연방의회 상원이 이번 주 이른바 ‘피난처 도시’들에 제재를 가하는 법안에 대한 절차 투표를 실시했는데요. 부결됐습니다. 상원에서 어떤 법안을 최종 표결에 부치려면 적어도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요. 6표가 모자라는 바람에 발이 묶인 상황입니다. 오늘 미국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최근 불법체류자들을 둘러씨고 또 하나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는 ‘피난처 도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피난처 도시' 이름부터 좀 낯선데요. 도대체 어떤 도시들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피난처 도시는 영어로 'sanctuary (피난처)', 'city (도시)'를 그대로 직역해 붙인 말이고요. 좀 더 그 의도를 분명하게 밝혀 '불법체류 이민자 보호도시'를 줄여서 '이민자 보호도시'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법으로, 또는 관습상 불법 체류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정책을 갖고 있는 도시들입니다. 단, 여기서 도시라고 말은 하지만 반드시 도시에 국한되는 건 아니고요. 시와 주, 군 같은 게 다 포함되는 좀 더 광범위한 지역적 개념이라 하겠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에서는 불법체류자 문제 같은 이민 정책이 대통령 후보들의 최고 쟁점이 될 만큼 심각한데요. 불법체류자들을 보호하는 도시라고 하니 얼핏 이해가 안 가는데요?

기자) 네, 미국에 이런 피난처 도시들이 생기게 된 배경을 좀 이해하셔야 하는데요. 1980년대 초반 중남미 지역에 독재적 성향의 정권들이 많이 들어섰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나라에서 빠져나와 미국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그러자 미국의 일부 도시들이 이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정책을 자체적으로 만들면서 ‘피난처 도시’를 자처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게 가능한 건 바로 미국이 각각 독립된 주들로 구성된 연방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럼 지금은 이런 도시들이 모두 얼마나 됩니까?

기자) 네, '피난처 도시' 관련 조례를 도입하고 이런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내노라 하는 대도시들, 이를테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를 비롯해서, 뉴욕,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시카고, 휴스턴, 볼티모어 등 30여 개가 넘고요, 그보다 작은 규모의 시나 군 등 자체적으로 이런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곳까지 다 합치면 지난 10월 현재 미 전역에서 약 340개 정도 됩니다.

진행자) 좀 더 구체적으로 그러면 어떻게 불법체류자들을 보호한다는 건가요?

기자) 네, 무엇보다 이들 피난처 도시에서는 시 직원이나 경관이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민 신분에 대해 묻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만약 이민 신분을 물어서 불법체류자라는 것이 드러나면 연방법상 추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예 처음부터 이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에 일단 신분 때문에 추방당하는 일은 피할 수 있는 거죠. 또 어떤 도시들은 시 공무원, 특별히 경관들에게 연방이민당국의 단속에 협조하지 말도록 시 조례로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방이민당국에 어떻게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거죠?

기자) 그러니까 시 직원이나 경관이 업무나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이들의 신분을 알게 됐다 하더라도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에 통보하지 않는 겁니다. 또 이민 당국이 범죄에 연루된 불법체류자들의 구금을 요청하거나 신병을 인도하라는 요청에 협조하지 않는 것 같은 것들입니다. 연방이민세관단속국의 불법체류자 단속 업무는 시나 주, 군, 지역 경찰의 협조가 전적으로 필요한데요. 이런 피난처 도시들이 점점 더 생겨나고 불법체류자들은 급격히 늘면서 당국이 이들의 신병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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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최근 불법 이민 문제의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인 ‘피난처 도시’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는 불법 체류자들이 얼마나 된다고 하나요?

기자) 불법 체류라는 신분 특성상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요, 조사전문기관인 퓨리서치 자료를 토대로 보면, 지난해 미국에는 약 1천130만 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걸로 파악됐고요. 불법체류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2007년으로 1천220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5년간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1990년경만 해도 불법 체류자가 350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의 도시들이 피난처 도시 정책을 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불법체류자들이 훨씬 적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앞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피난처 도시들이 주로 생긴 게 1980년대였는데요. 십 년 후인 1990년대가 350만 명 정도였으니까 그 당시에는 훨씬 더 적었겠죠.

진행자) 하지만 불법체류자들이 연루된 살인 사건 같은 게 발생하면서 이 ‘피난처 도시’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전에도 종종 이에 대한 논쟁은 있었는데요, 지난 7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란치스코 산체스라는 멕시코 불법체류자가 산책 중이던 한 젊은 여성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 남성은 중범죄 전과가 7건에, 5번이나 강제 추방된 전력의 소유자였는데요. 산체스는 사건이 발생하기 몇 달 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구치소에서 풀려났지만 구치소 측이 산체스의 석방 소식을 이민 단속국에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샌프란시스코가 바로 ‘피난처 도시’ 정책을 시행하는 곳이기 때문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는 1989년에 불법체류자 단속을 중지하고 불법체류자들의 신분과 국적만으로 수색, 구금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시 조례를 통과시키고 이를 시행 중인데요.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피난처 도시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워졌습니다.

진행자) 더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불법체류자는 물론이고 합법적인 이민까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사건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런 피난처 도시들에 대한 대통령 후보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랜드 폴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모두 이번 피난처 도시 규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특히 크루즈 의원과 루비오 의원은 이번 법안의 공동 발의자로 명단에 올라 있죠. 그런가 하면 현재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마약 범죄자, 성폭행범 같은 사람들로 빗댈 정도로 불법체류자들에 대해 아주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죠. 지금도 선거유세기간에 이 피난처 도시 문제를 자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는 이번에 상원에서 부결된 피난처 도시 제재 법안을 트럼프 법안으로 불러도 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다 있습니다.

진행자) 시간 관계상 후보들을 다 살펴볼 수는 없겠고요, 민주당 쪽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 입장만 좀 볼까요?

기자) 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는 이런 피난처 도시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했다가 비난이 일자 취소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오랫동안 이런 피난처 도시정책을 지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상원에 상정된 피난처 도시 제재 법안은 민주당 의원들이 똘똘 뭉쳐 막아낸 거죠.

기자) 맞습니다. 연방 이민 당국에 협조하지 않는 피난처 도시들에게는 연방정부기금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공화당이 주도해 내놓은 법안이었죠. 하지만 찬성 54대 반대 45표로,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해서 다음 절차가 무산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모든 이민자들을 범죄인 취급하는 좀 더 과격한 반이민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고요. 반면에 공화당 의원들은 이런 무책임한 피난처 도시 정책 때문에 무고한 시민들이 위험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쟁점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런 피난처 도시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여론 조사 결과 같은 게 있습니까?

기자) 피난처 도시들에 대한 미국민들의 여론이 많이 안 좋아진 상황입니다. 사건 직후인 지난 7월에 라스무센 연구소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가 사법당국이 이런 피난처 도시들에게 좀 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했고요, 58%는 연방정부 기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지난 9월에 사건이 발생한 캘리포니아주에서 따로 실시한 건데요. 1천여 명의 주민들 가운데 무려 74%가 주 당국이 연방 당국의 협조 요청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답해 최근의 악화된 여론을 보여줬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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