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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검사제도


지난 1994년에 빌 클린턴 대통령 사건 수사를 위해 임명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 (2006년 자료사진)

지난 1994년에 빌 클린턴 대통령 사건 수사를 위해 임명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 (2006년 자료사진)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미국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과 관련한 논란이 연일 뜨겁습니다. 급기야 공화당 쪽에서 클린턴 전장관의 이 메일 사용 문제를 다룰 특별검사를 임명해달라는 요청까지 나온 상황인데요. 오늘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특별검사제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특별검사제도는 미국에서 처음 생긴 독특한 사법제도 가운데 하나죠?

기자) 맞습니다. 요즘은 사안에 따라 이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는 나라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미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왔습니다. 그 기원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18대 대통령인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비서가 탈세를 한 의혹이 일자 특별검사를 임명한 게 처음입니다. 이후 정부의 고위 관리 등이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나 기소할 수 있는 관습이 오래도록 이어져왔습니다.

진행자)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이유가 그러니까 공정한 수사를 위한 것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측근 같은 고위 공직자들이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할 때,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장관이 수사를 하면 아무래도 이해 관계가 충돌하면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거죠. 전문적 용어로 소위 이익의 충돌인데요. 그래서 법무장관의 권한을 특별검사에게 위임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 특별검사제도의 근본 취지입니다.

진행자) 관습법상 내려오던 특별검사제도가 본격적으로 법제화되고 도입된 건 1970년대 들어와서였죠?

기자) 맞습니다. 1972년 미국을 떠들썩 하게 했던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이 계기였습니다. 워터게이트사건이라면 재선을 노리고 있던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싱턴 D.C.에 있는 워터게이트호텔에 꾸려진 민주당선거운동본부에 불법 침입한 사건이죠. 워낙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법무장관이 당시 하버드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아치발드 콕스를 특별검사로 임명해 수사를 진행하게 했는데요. 그런데 이 콕스 특별검사가 수사과정에서 사건에 결정적 단서가 될 비밀 녹음테이프의 존재를 알아내고, 닉슨 대통령에게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구하다 해임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말았죠.

진행자) 당시 엘리옷 리처드슨 법무장관이 콕스 검사를 해임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듣지 않고 사임해버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법무장관에 이어 법무차관까지 사임하자, 결국 콕스 특별검사의 해임은 법무부 부차관이 맡았는데요. 이 일이 계기가 돼서 이런 식으로 특별검사가 해임되는 걸 방지하고, 보다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보장받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서 생겨나게 된겁니다.

진행자) 그렇게 해서 몇 년 뒤에는 결국 법으로 만들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후에도 의원들 사이에서는 특정 고위 공무원들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특별검사제도에 관한 법안을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선거 공약으로 공직자 윤리개혁과 특별검사의 법적 신분 보장을 내걸었던 지미 카터 대통령이 1976년 취임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 가속화됐고요. 상원과 하원에서 여러 차례 조정 끝에 1978년 10월 마침내 ‘공직자윤리법’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공직자윤리법에 특별검사제 설치 내용이 들어가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특별검사 임명과 특별 검사에 대한 규정들, 그리고 법무부 안에 따로 정부범죄청을 설치하는 걸 골자로 했는데요. 이 법에 따라 특별검사는 워싱턴 D.C.연방항소법원 소속 판사 3명이 뽑는 사람이 임명됐습니다. 하지만 이 공직자윤리법은 5년이 지나면 만료되는 한시법이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그대로 사장되지 않고 몇 번 더 연장됐죠?

기자) 맞습니다. 제정된 후 시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과연 이 법을 연장해야 할 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이 수사의 공정성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특별검사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더 강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문제가 되는 조항이나 용어는 고치고, 내용을 보강하거나 삭제하는 식으로 1999년까지 총 3차례 개정돼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별검사라는 명칭도 좀 변화가 있었죠?

기자) 네, 특별검사라는 명칭이 바뀐 건 1982년 1차 개정 때였는데요. 특별검사 (Special Prosecutor)라는 말이 워낙 워터게이트 사건을 떠올리게 하다 보니까 자칫 특별검사가 임명된 사건은 반드시 기소돼야 하는 걸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고요. 그래서 그런 잠재적인 인식을 사전에 막고, 또 수사 대상자들을 여론의 일방적 비판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의도에서 특별검사 대신 독립검사(Independent Counsel)라는 새로운 명칭을 쓰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정부나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다는 의미였는데요. 하지만 요즘도 일반적으로 독립검사라는 말보다 특별검사라는 말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STING

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특별검사제도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연방 상원의 존 코닌 공화당 원내총무가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를 임명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그러면 현재 특별검사는 누가 임명합니까?

기자) 1999년에 연방판사 3명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조항이 만료됐는데요. 의회가 다시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 조항은 자동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검사제가 완전히 형체도 없이 사라진 건 아니고요. 대통령이나 행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때는 법무장관이 특별검사 설치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 특별검사는 연방검찰청이나 법무부 소속이 아닌 외부 출신이어야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법무장관은 어떤 과정을 거쳐 특별검사 설치 여부를 결정합니까?

기자) 네, 법무장관은 대통령이나 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가벼운 죄가 아니라 연방 형벌 법규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기 전에, 먼저 충분한 정보를 입수한 후 예비조사를 개시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고 믿을만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특별검사는 임명할 필요가 없겠죠. 통상적으로 예비조사 기간은 90일 안에 완료되고요, 예비조사 결과,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있습니다. 법무장관은 특별검사를 임명뿐만 아니라 해임도 할 수 있고요. 또 특별검사는 법무장관에게 수사 과정, 기소 여부 등에 대해 통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보면 특별검사가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나오겠는걸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시 제대로 된 특별검사법이 부활돼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특별검사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가 돈은 엄청나게 들어가는 반면 별 효과도 없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논란 중 하나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있었던 일이죠.

기자) 네, 1994년에 빌 클린턴 대통령 부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임명됐었죠. 케네스 스타 검사는 특별 검사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당초 특별검사로 임명됐을 때만 해도 클린턴 대통령의 주지사 시절 부동산 의혹에 대한 비리 조사였는데요, 수사기간이 길어지고 클린턴과 관계된 모든 걸 조사하다가 급기야 대통령의 성 추문 사실까지 밝혀낸 겁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 위기로까지 몰리게 됐는데요. 하지만 5년 넘게 수사하는 동안 4천만 달러가 넘는 거액의 수사비를 쏟아부었다는 점과 또 대통령의 성추문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나면서 클린턴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들어야 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상당수 미국인들은 이런 특별검사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 예로 지난 2013년, 미국 국세청이 보수단체인 티파티를 겨냥해 세무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는데요. 당시 여론조사결과, 10명중 8명 가까이 특별검사 임명을 지지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고 낭비나 공정성 논란 같은 게 있지만 그래도 대다수 미국인들은 특별검사제도가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공직자를 견제하는 중요한 장치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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