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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지난해 존엄사로 세상을 떠난 브리타니 메이나드 양의 어머니가 9일 캘리포니아 주가 존엄사 합법 판정을 내린 후 딸의 사진을 들고 포옹하고 있다.

지난해 존엄사로 세상을 떠난 브리타니 메이나드 양의 어머니가 9일 캘리포니아 주가 존엄사 합법 판정을 내린 후 딸의 사진을 들고 포옹하고 있다.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최근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불치병 환자에게 스스로 삶을 마감할 권리를 보장하는 존엄사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제 주지사의 서명을 받으면 법으로 효력이 발생하는데요. 오늘은 바로 이 존엄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존엄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존엄사법이 뭔가요?

기자) 네, 존엄사는 영어로 'Right to Die' 또는 'Die with Dignity'라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불치병에 걸린 사람에게 스스로 죽을 권리 또는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허락하는 것을 말합니다. 존엄사는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시한부 환자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하는데요. 무의미한 치료로 생명만 연장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거죠.

진행자) 그런데 존엄사도 있지만, 안락사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두 개가 어떻게 다른 거죠?

기자) 네, 미국에서 존엄사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겁니다. 조력자살이라고도 하죠. 그리고 안락사는 환자의 질병에 대한 치료가 불가능한 과정에 들어섰을 때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서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하지 않거나, 인위적인 생명 연장장치를 제거하는 것을 보통 존엄사라고 하죠.

진행자) 존엄사는 그러니까 본인이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무나 존엄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조건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물론 있습니다. 존엄사법은 몇 가지 기준을 정해놓고 있는데요. 우선, 살 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여야 하고요. 또 18살 이상으로, 스스로 의학적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또한 스스로 약을 투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구두로 또한 서면으로 의사에게 존엄사를 신청해야 하고 여기에 증인 2 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의사 2명 이상이 이를 허락할 때 존엄사가 가능하죠.

진행자) 이런 조건을 다 갖춘다고 해도, 미국 어느 곳에서나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존엄사를 허용하는 4개 주에 거주할 경우에만 존엄사가 가능합니다. 현재 존엄사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는 오리건과 워싱턴, 버몬트 이렇게 3개 주이고요. 몬태나 주의 경우 관련 주법이 있지는 않지만 법원의 판결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법안이 의회는 통과했지만 주지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죠. 그 외에 워싱턴 DC와 또 다른 미국 내 10여 개 주에서 현재 존엄사와 관련된 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실제로 존엄사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나요?

기자) 신청 건수에 비해서 실제로 존엄사가 시행되는 비율은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한 예로 미국에서 존엄사법이 가장 먼저 채택된 주가 오리건 주인데요. 오리건 주는 지난 1997년부터 존엄사법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리건 주 공공보건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천173명이 존엄사를 신청했지만, 실제로 치사약물을 투약해서 목숨을 끊은 사람은 752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존엄사 신청 건수는 해를 거듭할 수록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Sting///

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존엄사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존엄사 논란에 불을 지핀 한 여성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존엄사로 세상을 떠난 브리타니 메이나드란 여성인데요.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갓 결혼한 새색시였던 메이나드 씨는 악성 뇌종양으로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는 암으로 고통받으며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며 죽느니, 차라리 존엄사를 선택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리게 됩니다. 메이나드 씨는 자신의 침대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본인을 살릴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본인에게 남아있는 시간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며 존엄사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죠.

진행자) 메이나드 씨는 존엄사를 위해서 오리건 주로 이주까지 했다고요?

기자) 네, 메이나드 씨는 당시 존엄사가 불법인 캘리포니아 주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존엄사를 허용하는 오리건 주로 이사를 했었습니다. 메이나드 씨는 죽음 직전까지 존엄사의 인정과 확산을 주장하는 ‘연민과 선택’이라는 단체와 함께 존엄사 합법화 운동을 벌이기도 했죠.

진행자) 당시 메이나드 씨의 영상의 조회 수가 엄청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조회수가 1천만 건이 넘어서면서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는데요. ‘연민과 선택’ 측은 메이나드 씨의 영상이 캘리포니아와 미국의 다른 주에서 존엄사를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죠. 메이나드 씨는 결국 본인이 예정한 날짜인 지난해 11월 1일에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세상을 떠났는데요. 거의 1년이 지나서 지난주에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존엄사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겁니다.

진행자) 존엄사법은 이렇게 확산하는 분위기이지만, 존엄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존엄사 합법화를 지지하는 측은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럽지 않게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습니다. 미국인들의 여론을 봐도 이런 권리를 좀 더 옹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가 2년 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응답자 중 62%가 병으로 고통으로 심하고 병이 나을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990년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이 55% 였던 것에 비교해 보면 존엄사에 대해 사람들이 좀 더 열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진행자) 하지만 존엄사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죠?

기자) 맞습니다. 성급하게 자살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고 또한 병간호에 지친 가족이 존엄사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무엇보다 존엄사 반대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크게 종교계와 의학계인데요. 자살을 반대하는 로마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에서는 생명은 신이 주신 것으로 보고 있고요. 존엄사 역시 자살로 간주해 존엄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의학계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물론 존엄사를 찬성하는 의사들도 있는데요. 아직은 존엄사를 반대하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존엄사를 반대하는 의료계 쪽에선 의사들은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치료자의 임무를 가진 사람들인데 환자에게 죽음의 약을 처방한다는 건 의사의 본분을 훼손하는 것이자 의료인의 윤리에도 맞지 않는 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존엄사법은 이런 여러 논란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법적인 장치를 해놓았겠죠?

기자) 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존엄사를 위해선 2명의 증인이 필요하고 또한 2명 의사가 승인해야 하는데요. 만약 의사가 보기에 환자의 존엄사 신청이 온전한 정신 상태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그 환자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사는 환자에게 어떤 치사 약물을 처방했는지 주 당국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죠. 하지만 인간의 죽음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것인 만큼 존엄사법에 대한 윤리적, 법적 공방은 쉽게 결론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존엄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현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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