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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미 워싱턴 지역 6.25 참전 노병들, 전쟁 수기 발간


6.25 참전유공자회 워싱턴지회 이경주 회장이 6.25전쟁 참전 노병들의 전쟁 수기를 담은 책을 들고 있다. 왼쪽은 이태호 부회장, 오른쪽은 이영기 전 회장.

6.25 참전유공자회 워싱턴지회 이경주 회장이 6.25전쟁 참전 노병들의 전쟁 수기를 담은 책을 들고 있다. 왼쪽은 이태호 부회장, 오른쪽은 이영기 전 회장.

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미국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는 6.25전쟁 참전 노병들이 전쟁 수기를 펴냈습니다. 후세들에게 6.25전쟁에 대해 알리고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펴냈다고 합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간밤에 적에게 고지를 내어주고 다음날 날이 밝는 것을 기해 우리는 다시 총공격을 시작했다. 인민군도 있는 화력을 다 퍼붓고 있었다. 포탄에 나는 순간 붕 하늘에 치솟았다가 떨어졌다. 정신 차리고 다시 돌격하려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미스타 킴 하는 고함이 들렸다. 흑인 선임하사 워커 상사였다.”

18세 때 육군 제15연대에 자원 입대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김랑기 하사의 수기 중 한 대목입니다.

김 하사는 당시 미 25사단 맥아더부대에 편입돼 참전 중 중공군의 포탄에 머리를 크게 다쳐 명예제대한 후 평생 후유증을 앓고 살았습니다.

평양의 수용소에 갇혀있다 거제도로 옮겨진 후 포로들의 끔찍한 살해 장면을 목격하며 목숨을 부지했던 김영식 하사의 사연도 실렸습니다.

오는 10일 발간되는 ‘6.25 실전 수기’에는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노병 87명이 겪은 한국전쟁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됐습니다.

‘소년 전차병,’ ‘폭탄에 삼촌을 잃고,’ ‘김 소위 응답하라,’ ‘사선을 넘나드는 첩보활동,’ ‘탱크에 자폭하라’ 등 제목만으로도 당시 상황이 짐작되는 참혹한 전쟁 이야기들입니다.

3백 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수기집을 발간하는 `6.25 참전유공자회 워싱턴지회’의 활동을 담은 사진 10여 장도 함께 실렸습니다.

6.25참전유공자회는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고 워싱턴지회 소속 회원도 350여 명에 달합니다.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는 빛 바랜 사진과 함께 실렸고 5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의 한국전쟁 관련 역사자료가 한국어와 영어로 실렸습니다.

6.25 참전유공자회 워싱턴지회 이경주 회장은 `VOA’에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경주 회장] “노병들이 갈수록 죽고, 우리가 전쟁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던 실전 수기를 남김으로써 전쟁의 비참함과 전쟁으로 인해 어렵고 힘든 사항을 기록해서 나중에 역사가 돼서 이 수기를 보고 6.25를 바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어요.”

이 회장은 6년 전부터 책 발간을 구상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하지만 노병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음이 다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태하 부회장과 함께 지난 3개월 동안 노병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는데요, 모두 고령인 탓에 인터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경주 회장] “조서를 꾸미듯 일일이 묻고 적고 살을 붙이고..각자 글을 못쓰니까 고령에 먼 거리를 오가며 만나고, 또 노인들이 기억이 상실돼 가고 언어도 어눌하고 귀가 먹고 참 힘들었죠.”

이 회장은 후원이 거의 없어 회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1만 달러가 훨씬 넘는 출판비용을 충당했다며, 최근 한국 보훈처에 비용 후원을 요청하는 서류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동고동락했던 전우가 세상을 떠난 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수기를 막 마친 전우 한 명이 세상을 떠난 소식에 허전한 마음에 힘이 들었다면서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한 명의 사연이라도 더 담으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 이영기 전 회장은 6.25전쟁 당시 방위군으로 끌려갔던 사진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이 전 회장은 당시 한국 방위군의 비리가 많았다는 내용과 백선엽 장군이 노무자 모집을 했을 때 자진해 제101사단 103연대에서 근무한 내용 등을 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영기 전 회장은 후손들이 이 책을 통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증언들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기 전 회장] “수기 쓴 걸 보고 아들이 넷인데, 아들 며느리가 다 와서 무릎 꿇고 엎드려요. 왜 그러냐 했더니 아버지 그렇게 고생하신 줄 몰랐다고 그러더라고요..”

이 회장과 함께 인터뷰를 하러 다녔던 이태호 부회장은 1950년 황해도 구월산에 살았다며 당시 부친과 헤어진 사연을 실었습니다.

월남전에도 참전한 이 부회장은 후손들이 자신의 뿌리를 알고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태호] “미국에 와보니까 1.5세, 2세들이 전쟁을 모르고 있더라고요..나라라도 생각하고 또 앞으로 미국에 왔으면 주축이 돼서 타민족보다 우리가 우월감으로 미국에 당당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직접 사연을 써 보낸 이문항 씨는 전쟁 당시 상황과 함께 미 해병대 통역관으로 참전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이 씨는 미국에서 국방부 직원으로 근무하다 유엔군사령관 특별고문으로 28년 동안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일한 이야기와, 그 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내용도 함께 실었습니다.

수많은 노병의 이야기를 대신 기록한 이 회장 역시 ‘6.25와 나’라는 제목으로 87세 노병인 자신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녹취: 이경주 회장] “소대장 할 때 연락병이 있었어요. 내가 명령한 것을 수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총에 맞아 죽었어요. 지금도 6월이면 생각이 나죠. 그래서 전쟁은 아프고 쓰리고 다시 이 땅에 있어서는 안되고.“

이 회장은 사라져 간 전우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살았던 노병들의 진심 어린 마음은 한반도 통일이라며, 자작시 한 편을 소개했습니다.

[녹취:이경주 회장]”전선의 야생화, 155마일, 녹 쓴 철조망, 60여 년 남북을 옥죄고 다 피지 못한 영혼들 후전선 야생화로 지천에 피었다. 포연의 백병전 피아가 없던 금화 철원 …일 당 백으로 사기충천했는데, 소대장님 (울먹임) 내 눈에서도 피가 흘렀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병은 목이 메이는 것을 참아가며 눈물로 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녹취:이경주 회장]” 민족을 위해 젊음을 바쳤노라고 미련도 원망도 없는 야생화, 민족이 하나가 되는 그날, 영원한 평화의 축배를 높이 들리…”

한편 ‘6.25 실전수기’는 총 500부가 출간되며 미 의회와 정부 부처, 관련 단체 등에 배포될 예정입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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