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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헌법 14조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트너가 지난 2011년 워싱턴 박물관 '뉴지엄'에서 미국의 수정헌법 14조 복사본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트너가 지난 2011년 워싱턴 박물관 '뉴지엄'에서 미국의 수정헌법 14조 복사본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미국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요즘 미국 정치권에서 ‘출생시민권 제도’ 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출생시민권 제도의 근거가 되고 있는 ‘수정헌법 14조’도 함께 조명을 받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바로 이 수정헌법 14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수정헌법 14조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습니까?

기자) 네, 수정헌법 14조는 미국 시민의 신분과 자격, 권리, 박탈 조건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법입니다. 수정헌법 14조는 모두 5개 항으로 돼 있는데요. 특히 제1항에서 미국 시민의 자격을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 미국의 사법권이 미치는 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을 속지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게 바로 이 때문이죠?

기자) 네, 사람에 대한 법 적용의 범위를 구분하는 법률용어 가운데 하나로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라는 게 있는데요. 좁은 의미에서 볼 때, 속인주의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 부모의 국적에 따라 국적을 취득하는 걸 말하고요. 속지주의는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태어난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걸 말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누구든지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 시민 자격을 얻는다고 이렇게 법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속지주의 국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수정헌법 14조를 좀 이해하려면 그 만들어진 배경을 좀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수정헌법 14조가 만들어진 건 남북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남북전쟁이라면 흑인노예제를 둘러싸고 남부와 북부가 갈라져서 약 4년간 치열하게 싸운 미국의 내전이었죠? 당시 전쟁은 노예제를 반대하는 북부군의 승리로 끝났는데요. 이 전쟁이 끝나고 미 의회에서는 3개의 수정안이 통과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금의 수정헌법 14조인데요. 이 법에 따라 전쟁이 끝나고 자유의 몸이 된 흑인 노예들도 모두 미국 시민 자격을 부여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과거 노예였던 사람들에게도 미국 시민 자격을 주기 위해 고안된 법이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무렵에 통과된 다른 2개의 법도 흑인 노예들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수정헌법 13조에는 노예제를 금지하는 내용이, 수정헌법 15조에는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정헌법 14조만 보더라도 전쟁이 끝나고 이듬해인 1866년 6월에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2년 뒤인 1868년 7월에나 비준될 만큼 진통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진행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앤드루 존슨도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반대가 심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흑인 노예 해방을 이끈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후 전쟁의 후유증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자리에 오른 대통령인데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서는 대표적인 보수파로 탄핵 재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또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는 그런 인물인데요.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이 법안이 상원에서 33대 11로, 그리고 하원에서 120대 32로 통과돼 넘어오자 정부 각료라서 할 수 없이 서명하는 것이라며 끝내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했었습니다.

진행자)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 같은데요. 수정헌법 제 14조에는 또 다른 어떤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습니까?

기자) 네, 앞서 이 수정헌법 14조가 시민의 자격과 함께 시민의 권리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고 말씀 드렸죠? 바로 그런 시민의 권리와 관련해 각 주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주도 적절한 법적 절차 없이 개인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빼앗을 수 없다”라든가 ”어떤 주도 미국 시민의 특권이나 면책 권한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거나 강제할 수 없다”는 그런 내용이 적시돼 있습니다.

#STING

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오늘은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출생시민권 제도와 관련해 수정헌법 14조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수정헌법 14조를 다시 또 수정할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그런데 그게 결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의 헌법을 수정하려면 그런 수정 내용이 담긴 수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 후에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합니다. 아니면 50개 주 의회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한 ‘헌법회의’를 소집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쳐 설령 수정안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전체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 그러니까 50개 주 가운데 적어도 38개 주의 비준을 받아야 하니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사실 수정헌법 14조 자체보다는 출생시민권 제도라고 해야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출생시민권제도는 수정헌법 14조 1항을 근거로 해서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사람의 자녀라든지, 출산 시기에 맞춰 미국을 방문한 사람이 낳은 아기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아기의 부모까지 불법으로 미국에 눌러앉는 등 문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출생시민권제도가 논란이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이민정책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건데요. 트럼프 후보가 워낙 도발적인 발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화제를 몰고 다니는 터라 이 출생시민권제도와 수정헌법 14조 역시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전에도 이 수정헌법 14조는 건드리지 않고 출생시민권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금 민주당 상원 대표를 맡고 있는 해리 리드 의원도 지난 1990년대에 관련 법안을 제출해 출생시민권제도 폐지를 시도한 적이 있고요. 또 가장 최근에도 공화당 소속의 강경보수파 의원들 주도로 출생시민권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됐습니다. 이들 의원은 불법체류자들이나 원정출산자의 자녀들까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시민권을 주는 현재의 관행은 수정헌법 14조를 명백히 잘못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들이나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들이 얼마나 될까요?

기자) 네, 특성상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데요. 반이민 성향의 이민연구센터(CIS)는 미국에서 해마다 원정출산으로 태어나는 아기가 3만6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불법체류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시민권자 아기가 해마다 30만 명씩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친이민 성향의 ‘퓨히스패닉센터’도 지난 2008년 시민권을 받은 불법체류자의 자녀가 34만 명 정도될 것을 추산했었습니다.

진행자) 끝으로 이런 출생시민권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로는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 좀 들어볼까요?

기자) 네, 국제통화기금(IMF)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 가운데서는 미국과 캐나다 단 두 나라밖에 없고요. 31개 나라, 주로 카리브해 국가들이나 중남미 국가들이 출생시민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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