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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일본군 위안부 다룬 뮤지컬 '컴포트 워먼' 뉴욕서 성황리 공연


뮤지컬 '컴포트 워먼'를 제작한 김현준 연출가.
뮤지컬 '컴포트 워먼'를 제작한 김현준 연출가.

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를 소재로 한 뮤지컬 '컴포트 워먼'이 최근 뉴욕에서 공연돼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뮤지컬이 미국에서 공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스 풍경] 일본군 위안부 다룬 뮤지컬 '컴포트 워먼' 뉴욕서 성황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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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미동부 뉴욕의 브로드웨이의 연극은 500개 이상 좌석을 갖춘 40개 대형 극장에서 상연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입니다.

오프 브로드웨이 역시 규모는 작지만 작품성이 뛰어나 종종 대형 연극 제작자들의 러브콜을 받는데요 최근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가무극 즉, 뮤지컬 한편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효과; 현장음]

뉴욕 시티칼리지 연극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현준 연출가가 제작한 ‘컴포트 워먼’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 노예로 인권을 짓밟힌 한국 등 아시아 나라와 유럽나라 출신의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영화나 연극으로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음악과 춤과 대사가 들어간 뮤지컬 형식으로는 처음입니다.

‘컴포트 워먼’의 김현준 연출자는 맨하튼 한복판인 타임스퀘어에 대형광고를 거는 등 이 뮤지컬을 공격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한-일 두 나라의 민감한 정치 현안이기도 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이 뮤지컬 공연은 시작부터 관심을 끌었습니다.

맨하튼 46번가의 160석 규모의 세인트 클레멘트 극장에서 공연된 ‘컴포트 워먼’은 지난 7월 31부터 8월 9일까지 총 18차례 공연을 할 때마다 관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3년 전부터 작품을 썼다는 연출자 김현준 씨는 VOA에 이번 작품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현준] “ 관객들이 보고 나서 ‘아 이 여자들이 어떻게 편안한 여자들이냐’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예요. 그렇게 느끼고 돌아가면 된 거예요.”

김현준 씨는 2012년 아베 정부가 들어 선 후 일본 정부가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출자는 하루에도 수 십 통의 이메일과 전화로 일본인 극우주의자들의 협박을 받았지만 정치적 시각을 떠나 피해자들의 뼈아픈 과거사를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효과: 현장음]

12개국 출신배우 50여명이 출연하는 뮤지컬 ‘컴포트 워먼’은 일본 관리가 당시 한국을 비롯해 유럽,중국, 필리핀 국적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효과: 현장음]

일본군에게 징집된 오빠를 찾기 위해 일본의 설탕공장에 지원하는 여주인공 ‘고은’과 같은 마을의 두 자매는 스스로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타게 되지만 이들은 곧 일본군의 성 노예로 살아가게 됩니다.

[효과: 현장음]

뮤지컬 ‘컴포트 워먼’은 자극적이고 불편할 수 있는 일본군의 성 유린 장면을 춤으로 풀어 냈는데요, 춤과 조명,음악,연기가 어우러져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표현했습니다.

등장인물이 부르는 노래들은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이 이야기에는 여주인공 ‘고은’을 돕는 청년 ‘민식’이 등장하는데요. 한국인이면서 일본 경찰 소속으로 일본 장군의 아들과의 우정을 나누다가 고은을 만난 후 일본인과의 우정과 조국애에 대한 갈등 속에서 괴로워합니다.

연출자 김현준 씨는 민식이라는 인물은 자신이 그 때 살았다면 어땠을 지를 상상해 만든 인물이라고 말했는데요. 민식은 고은을 탈출시키고 결국 일본군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고맙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처녀들은 조국의 해방을 맞아 태극기를 흔들지만 결국 이들은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며 뮤지컬은 끝납니다.

김 연출가는 수십 년 동안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할머니들의 상황과 세간의 무관심을 마지막 장면에 넣었다며 지난 7월에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을 당시 일부 단체와 언론의 처사를 보고 뮤지컬 내용을 수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준] “위안부 단체들이 할머니들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할머니들은 땡볕에 서계시는데 ‘왼쪽으로 가라 오른쪽으로 가라’ 화면만 신경 쓰는 거예요.”

뮤지컬 '컴포트 워먼'은 역사의 비극 속에 놓여진 가족간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조국애를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데요.

지난 4일에는 유엔 한국 대표부 오준 대사도 극장을 찾아 뮤지컬을 감상했습니다. 유엔 대표부 직원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오준 대사는 "역사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했을 일이 있다면 바로 위안부 문제"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8월 9일 마지막 공연을 보러 온 미국인 관람객들은 ‘위안부 역사에 대해 알지 못했고 충격적인 이야기다’고 ‘매우 감동적이고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미국인 관람객들] “I wasn’t aware of the history and the story, and it’s really shocking to... /I think it was great, it was very moving, and I think it was informative as well..”

여주인공 고은을 연기한 메건 허드슨 리 씨는 자신 뿐 아니라 이런 내용을 배운 적이 없는 미국인들에게는 폭로와 같은 역사라고 말해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 연출가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는데요. 빠르면 내년 봄에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의 대형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작품이 위안부 문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녹취: 김현준] “너무 어린 나이에 오랜 기간 동안 삶을 도려냈다 할 정도로 고통 당하셨잖아요. 최대한 열심히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비극을 알리고 세계적으로 공론화 되고 알기 시작하면 일본 입장에서도 사과 모드로 바뀔 거라고요. 그 날을 하루빨리 앞당기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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