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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 무슨 내용 담았나..."북한 병사들에 큰 자극"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공동 합의문이 발표된 25일 경기도 서부전선에서 바라본 북한 군 초소에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들 모습이 보인다.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공동 합의문이 발표된 25일 경기도 서부전선에서 바라본 북한 군 초소에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들 모습이 보인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의 핵심 의제는 북한 군의 도발로 재개된 한국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시종일관 방송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확성기 방송이 그동안 어떤 내용을 전했는지, 또 파급효과는 어땠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영문 기사 보기] Loudspeaker Broadcasts Emerge as Leverage in Inter-Korean Relations

진행자) 북한 정부가 협상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고 결국 관철이 됐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끈질기게 방송 중단을 요구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방송이 북한 군 병사들과 최전방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란 게 한국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한국 군 당국자는 24일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집착하는 것은 북한 군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거죠?

기자)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통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고 북한 군인들이 자신들의 열악한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확성기 방송이 어떤 방식으로 북측에 전달됐나요?

기자) 말 그대로 휴전선 최전방 지역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해 북한 쪽으로 방송하는 겁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방송은 최전방 부대 11 곳에 대북 확성기 시설을 설치해 각각 하루 8시간 정도 이뤄졌습니다. 500w 급 대형 스피커 48 개로 이뤄진 확성기는 최대로 출력을 높이면 낮에는 10km, 밤에는 24 km까지 방송이 들린다고 한국 군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주로 어떤 내용을 방송합니까?

기자) 한국 군 관계자는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눠 방송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한국사회의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 모습, 남북한 민족이 다르지 않다는 동질성 회복, 그리고 북한사회의 내부 실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체제를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고 사실에 기반한 소식을 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기자) 가령 남북 정상의 외교 행보를 비교하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을 세 차례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여러 번 정상회담을 한 반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아직 외국을 방문조차 하지 못했다는 비교를 하는 겁니다. 또 북한 관영방송들이 사실을 왜곡해 보도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자세히 설명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북한 정권의 체제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북한이 아주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정치나 사회 소식 뿐아니라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노래나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민석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발랄한 일상 모습을 그대로 북한에 전하는 노력을 방송에 담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민석 대변인] “우리 한류문화, 그리고 K-POP 이런 것도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발랄함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많이 사실에 기반해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K-POP은 주로 어떤 노래들을 들려주고 있습니까?

기자) K-POP은 최신 한국가요의 줄임말이죠. 세계적으로 매우 인기가 높은데요. 한국 군 관계자는 여가수인 아이유, 여성 인기그룹인 소녀시대, 남성 인기그룹인 빅뱅에서부터 북한 정서에 잘 어울리는 중년 가수들, 가령 노사연 씨의 ‘만남’ 같은 다양한 가요를 방송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노래들인지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진행자) 이런 여가수들은 한국의 젊은이들 뿐아니라 30-40대 남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북한 군인들에게도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군에 복무 중 지난 1979년 서부전선을 통해 망명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방송이 북한 병사들에게 상당한 자극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북한에서 남조선 방송을 듣는 것은 반역자로 처단하는 대상인데 전선에서 마음 놓고 방송을 들으니까 상당히 자유스런 맛도 느끼면서 점점 내용에 빠져드는 것이죠. 특히 전선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휴가도 없고 여성들과 연애도 못하는데 일단 대북방송에 나오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면 상당히 자극도 되고 흥분도 되고 기분 좋은 일이죠. 어쨌든.”

진행자) 방송을 주로 여성들이 진행했군요.

기자) 네, 한국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 뿐아니라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소통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취지인데요. 확성기 방송은 특히 한국 군의 대북 FM 라디오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동북아방송연구회가 지난 2011년 녹취한 이 방송의 소리를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자유의 소리 방송 오프닝] “북한 동포 여러분 여기는 자유의 소리 방송입니다. 이 종소리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희망을 알리는 종소리입니다. 애국가…”

진행자) 이번 합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은 한국시각 25일 정오를 끝으로 중단됐는데요, 며칠 간 방송이 된 거죠?

기자) 한국 군은 지난 10일 북한 군의 지뢰 도발을 이유로 11 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15일 만에 이번 합의로 중단이 된 겁니다. 한국 군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FM 라디오 방송을 재개했지만 확성기 방송은 준비만 하고 실제로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남북한 고위급 접촉에서의 합의로 중단된 대북 확성기 방송의 파급효과와 내용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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