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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착 탈북자들, 경제생활 적응에 7년 소요'


한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소비 방식에 한국 국민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응하는 데는 7년쯤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6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시장경제 생활에 대한 적응도를 가리키는 소비자 역량이 평균 54.3점으로 나타나 일반 한국 소비자의 82%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거주기간이 7년 이상인 경우 일반 한국 소비자 역량의 88% 수준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탈북자들의 소비자 역량은 9개 영역에서 모두 일반 한국 소비자보다 낮았습니다.

특히 소비환경을 이해하는 면에서 일반 한국 소비자보다 20점이나 낮았고 정보를 찾고 활용하거나, 보험이나 저축, 투자, 신용카드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자들이 실제 경제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소비생활 용어에 대한 이해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지난 2006년에 탈북한 이지은 씨의 말입니다.

[녹취 : 탈북자 이지은 씨] “경제용어가 많이 다르고 위에서는 못 들어봤던 용어들이 많아서 처음에 많이 어려웠죠. 신용카드도 생소했고 몇 퍼센트 금리로 이자, 환율 따져서 적금을 한다든지, 그런 것들도 처음엔 이해를 못해 몇 년이 지나서야 그걸 다 이해한 것 같아요.”

2008년에 탈북한 박영석 씨는 외래어나 신조어가 많다 보니 같은 한국말인데도 못 알아 들어 아예 말을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며 영어로 된 표현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생활 용어에 대한 이해 부족 다음으로는 광고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품질 비교의 어려움, 그리고 사기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습니다.

탈북자들이 경험한 소비 관련 피해는 품질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비싼 가격과 요금, 과장 광고, 계약 취소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이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를 경험한 탈북자들의 65%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탈북자들에 대한 소비 피해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한국에서의 소비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일반 한국 소비자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1년 내 경험한 소비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68점으로 한국 일반 소비자보다 5점 정도 높았습니다.

이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의 만족도가 73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에 온 탈북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적어도 7년 이상의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탈북자들의 거주기간에 따른 맞춤형 지원정책 개발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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