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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표준시 변경 통해 본 국제 표준시 이모저모


프랑스 파리의 옛 기차역에 설치된 거대한 시계를 관광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자료사진)

프랑스 파리의 옛 기차역에 설치된 거대한 시계를 관광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오는 15일 광복절부터 표준 시간을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여러 혼란이 예상됩니다. 국제사회에는 북한 말고도 여러 나라가 자국의 국익과 정치적 목적 등 다양한 이유로 표준시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표준시간을 기존 보다 30분 늦추기로 결정했는데, 세계 표준시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기자) 전세계 표준시간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시간을 정하다가 1884년 국제회의에서 세계 표준시가 처음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지구 전체를 15 도씩 24개로 나눠 구분한 겁니다. 경도 15도가 달라질 때마다 1시간 단위로 표준시가 바뀌도록 한 거죠.

진행자)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GMT는 그리니치 평균시를 말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1884년 이후 여러 천문대의 관측을 통해 측정기준이 더 정교해지면서 1972년부터는 국제사회가 협정세계시, UTC를 표준으로 삼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리니치 평균시와 소수점 정도만 차이가 날 정도로 비슷해서 UTC와 GMT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국가별로 이 표준시를 정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라구요?

기자) 네, 사실 많은 나라들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로 한 시간 단위를 표준시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간 환산이나 원활한 국제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역사적, 정치외교적, 국익 등을 이유로 기준을 조정한 나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진행자) 어떤 나라들이 그런가요?

기자) 중국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은 국토가 넓기 때문에 본초자오선을 적용하면 지역별로 미국처럼 시차를 둬야 합니다. 하지만 동부와 서부가 모두 같은 시간을 적용하고 있죠.

진행자) 왜 그런가요?

기자) 정치적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은 청나라가 무너진 뒤 중화민국이 세워지면서 그리니치 표준시를 적용해 전국이 5 개의 다른 시간대로 나눠졌었습니다. 하지만 공산당이 중화민국을 무너뜨린 뒤 1949년에 시간대를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국가 단결을 이유로 마오쩌둥이 베이징의 표준시에 모든 지역이 맞추도록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지역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이 다른데 혼란이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가령 이런 표준시 통합 때문에 중국 서부 신장 지역의 여름은 자정이 거의 다 돼야 석양 노을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오전 10시인데도 해가 뜨지 않아 컴컴한 경우가 많죠. 지역마다 출퇴근 시간이 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오가 점심 시간이지만 신장 지역은 평균 2시에 점심 시간이 시작됩니다.

진행자) 미국과 차이가 아주 큰 것 같군요.

기자) 네 미국은 4개 지역으로 나눠 각기 다른 시간을 적용하고 있어서 중국과는 매우 다릅니다. 예를 들어 시간이 가장 빠른 동부 지역이 정오라면 그 뒤로 각각 오전 11시, 10시, 그리고 가장 느린 캘리포니아 주 등 서부지역은 오전 9시가 됩니다. 하지만 미국도 1800년대에는 지역별로 표준시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진행자) 당시에는 표준시가 어떻게 적용됐나요?

기자) 1800년대는 기차가 주요 이동수단이자 경제의 핵심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열차 시간과 기차역을 중심으로 표준시가 정해졌습니다. 이 곳 워싱턴의 미 역사박물관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는 지역별로 100 개의 다른 표준시간이 있었습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데 몇 주가 걸리다 보니 기차역을 기준으로 이렇게 표준시가 달랐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철도청이나 승객 모두 큰 혼란을 겪었죠. 하지만 교통의 발달로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미국은 1893년 11월부터 현재의 4개 시간대를 적용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처럼 30분 단위를 적용하는 나라들도 있습니까?

기자) 네. 인도와 미얀마, 이란, 호주 일부 지역 등이 30분 단위의 표준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네팔 등 2개 나라는 15분 단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네팔의 표준시간은 이 때문에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5시간 45분이 빠릅니다. 이런 배경에는 정치적, 과학적 이유가 있는데요. 이웃 강대국인 인도와 구분해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것과 본초자오선이 수도인 카투만두의 동부에 있는 산을 정확히 지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도 오히려 정확한 시간이라는 게 네팔의 주장입니다.

진행자) 그럼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서요. 한반도는 국제 표준시를 언제부터 적용했나요?

기자) 남북한은 지난 1908년에 처음으로 그리니치 표준시를 도입했습니다. 당시 대한제국이 자오선이 지나는 동경 127.5도를 표준시로 공포했는데 이 시각이 바로 북한이 이번에 바꾼 시각과 일치합니다.

진행자) 그럼 이후 한반도의 표준시가 왜 바뀐 건가요?

기자)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한 후 일본의 표준시로 바꾼 겁니다. 일본은 1912년 조선총독부를 통해 한반도의 표준시를 일본의 기준인 동경 135도로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한국의 이승만 정부가 6.25 한국전쟁이 끝난 뒤 국가 정체성을 이유로 1954년 다시 동경 127.5도를 표준시를 돌려놨습니다. 하지만 다시 박정희 대통령이 1961년에 국익을 이유로 지금의 시간대로 표준시를 옮겼습니다. 국제 항공과 항해, 기상관측 등 여러 분야에서 국제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30분 단위보다 한 시간 단위가 낫다는 이유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연합군사작전과 교역 등 협력을 용이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도 북한처럼 표준시간을 실제 시간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이 계속 있었다구요?

기자) 네, 민족 정체성과 정확한 시각의 적용을 위해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가장 최근인 2013년에는 탈북민 출신인 조명철 국회의원이 표준시를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적용하는 동경 135도는 동쪽 울릉도에서도 수 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서 한국 영토, 정체성과도 거리가 멀다는 논리입니다.

진행자) 앞으로 남북한의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북한이 민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표준시를 바꾸기로 했지만 국익에는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개성공단 등 남북교류 뿐아니라 대외 수출입 관계나 항로와 해로 등 여러 국제관계에서 수정과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은 교역과 금융 등 북한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국제사회와 연결망이 넓고 촘촘합니다. 따라서 표준시를 바꾸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북한처럼 표준시를 바꿀 가능성이 당장은 희박하다고 한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북한의 표준시 변경을 계기로 표준시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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