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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권법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가 소개됩니까?

기자) 네. 월요일(1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한 연방 법원에서 눈길을 끄는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바로 공화당이 지배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회가 지난 2013년에 대대적으로 바꾼 주 선거법이 흑인 유권자를 차별하는지 가리는 재판입니다. 이 재판에서는 개정된 노스캐롤라이나 주 선거법이 지난 1965년에 제정된 연방 ‘투표권법’을 어긴 것이냐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오늘 다룰 주제는 'Voting Rights Act', 바로 ‘투표권법’입니다.

진행자) 이 연방 ‘투표권법’이란 게 어떤 법인가요?

기자) 네. 간단하게 정리하면 투표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못 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투표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기자)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흑인 같은 소수인종이 투표를 못 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진행자) 그럼 이런 행위는 미국의 어두운 역사 가운데 하나인 인종차별하고 관계가 깊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19세기 후반에 노예해방을 추진하던 북부가 남북전쟁에서 이긴 뒤에도 한동안 흑인들의 권리는 크게 제한됐습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노예제도를 지지한 남부에서 두드러졌죠? 그런데 남북전쟁이 마무리된 뒤에 마련된 수정헌법 15조가 인종을 근거로 투표권을 거부하거나 제한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중반까지도 미국 내 몇몇 지역에서 흑인이나 중남미계 시민, 동양인, 그리고 북미 원주민이 투표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진행자) 헌법이 투표에서 인종차별을 못 하도록 규정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기자) 왜냐하면 몇몇 주가 헌법을 무시하면서 교묘하게 차별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가령 투표하려면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고요. 또 영어를 일정 수준 이상 구사해야 투표할 권리를 주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물론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투표하지 못 했고요. 또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은 투표하려는 사람을 위협하거나 아예 폭력을 써서 투표를 못 하게 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소득 수준이나 교육 수준이 낮았던 소수인종, 특히 흑인들에게는 아주 불리한 규정이었겠군요? 그럼 이런 차별이 어떻게 없어진 겁니까? 역시 1960년대에 미국을 휩쓴 민권운동의 결과였나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1964년과 65년에 일어난 두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먼저 1964년에는 흑인들이 투표하는 것을 독려하던 민권운동가 3명이 미시시피 주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납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65년에 그 유명한 ‘셀마 행진’이 있었죠? 이건 당시 민권운동가들이 흑인 권리 쟁취를 위해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하는 행사였는데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 경찰이 폭력을 쓰면서 문제가 커집니다. 결국, 이 두 사건을 계기로 여론이 민권운동 측에 유리하게 바뀌었고요. 이런 가운데 1965년 8월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이 투표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투표권법’에 서명한 겁니다.

진행자) 그러면 연방 ‘투표권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기자) 네. 법 문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2조와 4조, 그리고 5조입니다. 먼저 제2조는 인종이나 피부색을 근거로 투표권 행사를 거부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다음 4조는 ‘투표권법’ 제5조의 적용을 받는 지역을 명시했습니다. 4조가 지정한 곳은 앨라배마, 알래스카, 애리조나,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그리고 버지니아 주까지 아홉 개 주 안의 전 지역이 들어가고요. 또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미시간,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그리고 사우스다코다 주 일부 지역입니다.

진행자) ‘투표권법’ 4조가 지적한 9개 주는 대개 과거에 인종차별 경향이 강했던 지역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바로 인종차별과 관련된 역사를 고려해서 정한 거죠. 그리고 ‘투표권법’ 5조는 4조가 지정한 지역들이 투표 관련 법을 고칠 때는 미리 연방법무부나 아니면 수도 워싱턴 디시에 있는 연방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같은 법 4조와 함께 과거 투표 과정에서 소수인종을 노골적으로 차별한 전력이 있는 지역이 투표 관련 규정을 멋대로 고치지 못 하도록 규제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5조는 기한이 있는데요. 오는 2031년에 효력이 끝납니다.

///BRIDGE ///

진행자) 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연방 ‘투표권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몇 년 전에 연방대법원에서 이 ‘투표권법’과 관련해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3년에 나온 판결이었는데요. 앨라배마 주 셸비 카운티가 당시 연방법무부 장관이었던 에릭 홀더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5대 4로 ‘투표권법’ 제4조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4조라면 아까 설명했듯이 9개 주와 다른 주의 몇몇 지역이 ‘투표권법’ 제5조의 적용을 받는다는 거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4조가 위헌이라고 했으니까 4조가 지정한 지역들에서는 ‘투표권법’ 제5조에 따라 투표 관련 법을 고칠 때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진행자) 그런데 이 4조는 ‘투표권법’에서 핵심적인 조항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물론 5조가 이 대법원 판결에서 살아남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4조가 없으면 크게 효력을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당시 판결을 두고 민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2013년 대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기자) 물론 족쇄가 풀린 지역들에서 투표 관련 규정을 자유롭게 고치기 시작했죠.

진행자) 그럼 월요일 (13일)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시작된 재판도 이런 움직임과 관련이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2년 전에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가 고친 내용이 대략 이렇습니다. 지정된 투표일 이전에 투표하는 조기 투표의 기간을 단축했고요. 또 투표하는 날에도 등록하고 바로 투표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 그리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려고 장차 투표권이 생길 고등학교 학생들을 미리 등록해 놓는 프로그램 등을 없애는 따위입니다.

진행자) 이런 조처가 흑인 같은 소수인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니까, 결국 이게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 ‘투표권법’을 어긴다는 주장이 나온 거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 소송은 ‘NAACP’, 즉 ‘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 같은 민권단체들과 연방법무부가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를 상대로 낸 건데요. 과연 연방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따라잡기’ 김정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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