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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김일성 21주기 배지 없이 참배…'홀로서기 시도'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1주기인 8일 0시 인민군 간부들을 대동하고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1주기인 8일 0시 인민군 간부들을 대동하고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최근 김일성 배지를 착용하지 않고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가 하면 평양 순안공항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가 사라졌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1주기를 맞아 군 지휘부를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KCNA]”참가자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높이 모시고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받들어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선군혁명의 위업을 끝까지 완성하는, 맹세를 다지었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북한 TV 화면을 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왼쪽 가슴에 있어야 할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휘장, 즉 배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뒤따르는 군 간부들은 예외 없이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달았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달 김정은 제1위원장은 현지지도 등 14 차례의 공개 행사 중 8 차례에 걸쳐 배지를 달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또 지난 수 십 년 간 평양 순안공항에 내걸렸던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도 사라졌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것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할아버지의 초상이 들어간 배지를 안 달고 또 그런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닐까.”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하고 그 후 권력을 세습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선전매체를 동원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미지를 김 주석과 동일시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일 위원장은 노동당을 ‘김일성 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물론 “사상에서도, 령도에서도, 덕망에서도 어버이 수령님 그대로”라고 하면서 김일성과 자신을 동일시하려 애썼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상당히 다르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평양교원대학 출신인 탈북자 이숙 씨는 당초 주민들이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큰 기대를 가졌는데,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숙]”그 때 김일성이 죽은 다음 나서 3년만 지내보자 했는데, 3년을 지내봐도 김정일은 대책이 없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굶어 죽고, 탈북자가 생기고, 점점 더 험악한 나라가 되고..”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 당시 27살이던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제1위원장 역시 자신의 이미지를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선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김일성 주석과 비슷하게 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인민들에게 다가가려고 시도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김정은으로서는 내세울만한 경력,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김일성을 원형으로 하고 자신은 그 계승자로 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김일성 주석의 권위를 빌리려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위를 인정 않는 것은 물론 내심 ‘어린 지도자’로 여긴다는 겁니다.

다시 탈북자 이숙 씨입니다.

[녹취: 이숙]”김정은을 수령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걔가 어떻고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때는 언제 걔라고 했겠어요, 탈북자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북한 군에 복무하다 2009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권효진 씨도 젊은 세대에서는 자기와 같은 또래인 김정은이 하루아침에 최고 지도자가 된 데 대해 심리적 반발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권효진] "김정은과 같은 나이의 군인 출신이 한 명 한국에 왔습니다. 얘기를 해보니, 자기가 생각을 해보니까, 김정은과 자기가 나이가 같은데, 아버지 세대처럼 자기가 김정은에게 30, 40년 충성을 하자니까,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 그래서 탈북했다고 하더군요.”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진정 ‘김정은 시대’를 열려면 그 같은 이미지 조작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강인덕 전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개혁개방으로 가야 한다, 김정일이 만든 국방과 경제 병진정책 더 이상 먹혀들 시기가 지났다, 장마당이 이렇게 늘어난 것을 보면 김일성 시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보편화된 것 아닌가.”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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