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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 평양비행장 선전...전문가 "경제성 부족한 전시용"


북한에서 지난 1일 평양국제비행장 새 청사 준공식이 열렸다.
북한에서 지난 1일 평양국제비행장 새 청사 준공식이 열렸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평양국제비행장’ 이 최근 완공됐습니다. 북한은 새 공항이 ‘선군시대의 기념비적 건축물’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외부의 전문가들은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 전시용 건축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평양의 관문인 순안공항에 현대화된 새 청사를 짓고 지난 1일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평양국제비행장 항공역사가 선군시대의 기념비적 건축물로 웅장 화려하게 일떠섰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새로 건설된 비행장을 둘러봤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새 공항에서 평양까지 갈 수 있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도 새로 건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다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게 항공역사를 잘 건설했다고, 우리의 얼굴, 우리의 멋이 살아난다고 말씀하시었습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들은 새 공항이 ‘21세기 선군시대의 본보기 건축물’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내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릅니다. 새 공항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적 업적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전시용 건축물이라고 지적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안찬일 ]”김정은은 올해 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10월10일을 자신의 정체성 완성과 정권의 완전한 세팅으로 보기 때문에 뭔가 국제적 행사를 기획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로 현재 워싱턴의 민주주의진흥재단 (NED) 방문연구원인 마키노 요시히로 씨는 광복 70주년 같은 국제적 행사를 염두에 두고 공항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강석주가 쿠바에 갔고, 리수용 외무장관이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가고, 최태복이 러시아에 갔는데, 이는 해방절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하고, 또 외국 손님을 마중하기 위해 새 공항을 건축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이 새 공항을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공항을 새로 지으려면 경제적 타당성부터 따집니다. 이를 통해 공항을 짓기 위한 충분한 여객과 물류 수요가 있다고 판단돼야 건설에 나섭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새 공항을 짓기에 필요한 항공 수요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단적인 예로, 현재 순안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는 고려항공을 제외하면 중국국제항공이 유일합니다. 그나마 중국국제항공은 베이징-평양 노선을 주 4회, 그리고 고려항공은 주 5회 정도 운항하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항공 수요가 이렇게 적은 상황에서 새 공항을 짓는 것은 자원 낭비라고 미 남부 조지아주립대학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그레이스 오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그레이스 오] ”North Korea Pyongyang I don’t have exact data of passengers but I think something like twice of 30,000…”

북한의 연간 항공여객이 6만 명이라고 가정해도 새 공항을 짓는 것은 현 시점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 공항과 평양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건설을 지시한 것은 경제성을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안찬일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안친일] ”김정은 지시대로 고속철을 놨다고 칩시다. 과연 그 고속철을 몇 사람이나 타고 공항과 평양을 오가겠습니까. 그럼 완전 적자이기 때문에 결국 파철 덩어리가 될 공산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북한 당국이 새 공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시 조지아주립대학의 그레이스 오 교수입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I would wanna see some more trade with China, South Korea and Japan..”

새 공항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중국, 한국, 일본과의 무역 확대 등 경제 교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마키노 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진정으로 주민생활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공항이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마키노] ”가뭄으로 전력이 부족해서 지난 3월 평양 중구역도 반 정도가 정전이 되고 있다는데, 그 영향으로 트롤리 버스도 지하철도 제대로 운행이 안된다는데, 일반 교통수단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정인데..”

안찬일 소장은 북한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항 같은 거대한 건축물을 계속해서 지을 경우 경제가 파탄 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김정은이 집권 4년차인데 박물관, 전람관 정치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가면 위험하다, 가뜩이나 북한에 돈이 말랐는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정치가 자칫 벼랑 끝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경제성이 없는 전시성 사업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4년 간 전국에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세우거나 물놀이 시설, 승마장, 스키장 등을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설은 경제성이 없을 뿐아니라 북한의 현 실정으로 볼 때 주민생활 향상과도 무관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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