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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스콤 '북한 국영 이동통신사와 합병 논의'

  • 김연호

지난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평양에서 3세대 휴대전화 네트워크 개통식을 가졌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평양에서 3세대 휴대전화 네트워크 개통식을 가졌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북한 국영 이동통신사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5억 달러가 넘는 현금 잔고의 본국 송금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북한 측에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입니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OTMT)이 새 회계감사 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지난 3월 31일 현재 오라스콤의 재무재표를 분석한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스콤이 대주주로 있는 북한 휴대전화 회사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는 증가 추세가 꺾였습니다. 현금 잔고는 북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외화로 환전하지 못하고 북한 원화로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현금 잔고를 이집트 파운드화로 표시하고 있는데, 현재 환율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 말 5억4천8백만 달러까지 늘었지만, 지난 3월 말에는 5억3천9백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공식 환율을 적용한 추산치일 뿐이고 이 액수 그대로 환전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1백원 대의 공식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8천원 대의 암시장 환율을 적용한다면 현금 잔고의 외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오라스콤으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회계감사 보고서도 북한에는 자유로운 외환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사업상의 주요 장애물로 꼽았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면서 고려링크의 수익금을 이집트 본사로 보내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고려링크와 경쟁하면서 영업상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이 같은 재무, 영업상의 장애물들을 없애기 위해 오라스콤은 북한 당국과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고려링크와 북한의 국영 이동통신사의 합병도 포함돼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일단 합병 추진에 동의했으며 오라스콤 경영진은 합병이 성사될 경우 북한 사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2011년에 고려링크와는 별도로 ‘강성네트망’이라는 제2 이동통신사를 설립했다며 오라스콤이 강성네트망과의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국의 북한경제 전문가는 오라스콤이 그동안 5억 달러가 넘는 현금 잔고를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북한 측과 협상했지만 실패로 끝난 것 같다며, 합병을 통해 북한 측에 지분을 팔고 북한 사업을 접을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오라스콤의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어떤 조건으로 받아들일지, 외화 반출을 허용할지 불투명하다며 오라스콤의 기대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역시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북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해외자금 유치에 골몰하고 있는 북한이 오라스콤의 현금 반출을 허용할리 없다며, 오라스콤이 북한에 진출해 손해만 보고 나간 외국 회사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오라스콤은 이미 지난해 9월 말 회계감사 보고서에서 현금 수익을 외화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는 문제를 북한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회계감사 보고서는 이 같은 이유로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를 ‘비유동성 금융자산’으로 처리하면서 별도의 특기사항으로 계속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말 북한 내 서비스를 시작한 고려링크는 지난 2013년 5월 가입자 수가 2백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사업이 급신장했지만 그 뒤 더 이상 가입자 수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인 '노스 코리아 테크'(North Korea Tech)가 오라스콤 측으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가입자 수가 2백4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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