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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특집] 1. 8240 부대와 미군 말콤 중위의 인연


벤 말콤 당시 8240 부대 산하 백호부대(donkey-4) 고문관(중위) 과 유격대장이었던 박 철의 모습. (미 공수특전박물관 제공)
벤 말콤 당시 8240 부대 산하 백호부대(donkey-4) 고문관(중위) 과 유격대장이었던 박 철의 모습. (미 공수특전박물관 제공)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오늘 (25일)로 65주년이 됐습니다. 북한 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3년 간 계속되면서 수 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미군 역시 3만6천여 명이 전사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혼란 중에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거나 중요한 전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숨겨진 영웅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미군 소속으로 게릴라전에 투입된 8240부대는 혁혁한 전공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VOA’ 방송에서는 6.25전쟁 65주년 특집으로 오늘과 내일 두 차례 8240 유격부대의 활동과 예하부대 지휘관을 지낸 벤 말콤 예비역 대령의 인연을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북한에 40일 간 억류됐다 풀려난 메릴 뉴먼 씨는 미 언론의 색다른 조명을 받았습니다.

그가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일 뿐아니라 전쟁 당시 북한을 상대로 비밀 게릴라전을 펼친 유격대원들을 직접 훈련시킨 고문관이었기 때문입니다.

뉴먼 씨는 억류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에 이런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습니다.

[녹취: 뉴먼 씨] “They collected information of the KPA and attacked the communication system and killed…”

미군 극동사령부 정보국 소속으로 구월산 유격부대의 군사 고문을 맡아 북한 군을 공격하고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뉴먼 씨는 전쟁 당시 미군 정보장교로, 대북 게릴라전에서 용맹을 떨친 8240부대 소속 구월산 유격대를 직접 훈련시켰습니다.

당시 뉴먼 씨와 함께 미 중앙정보국 (CIA) 특수부대 장교를 지낸 벤 말콤 전 대령은 ‘VOA’에 뉴먼 씨가 평양에 간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He was member of my special forces-CIA team….”

전우애가 남달랐던 뉴먼 씨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해 옛 구월산 유격대원들을 만났고 평양에 간 이유 역시 이들의 부탁을 받고 북한에서 돌아오지 못한 옛 전우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겁니다.

뉴먼 씨 억류 사건이 매체들에 크게 소개되면서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8240부대 역시 새삼 조명을 받았습니다.

8240부대는 유엔군 산하 미 극동사령부 소속의 비밀 게릴라부대였습니다. 전원 북한 출신으로 구성된 이 부대는 유격 활동과 북한 내 첩보, 적 기지 파괴, 내부 교란 등 오늘날 특수부대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부대의 원조격인 주한 연락처 (Korea Liaison Office)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KLO의 한국식 발음을 섞어 ‘켈로부대’로 부르고 있습니다.

1964년 미국에 이민해 시카고에 살고 있는 전경하 씨는 구월산 인근이 고향으로, 8240 부대 출신입니다. 전 씨는 당시 북한에서 공산당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자체 조직한 치안대가 8240부대로 편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전경하 씨] “각 (북한) 지방에서 자기 피난을 온 동네사람들끼리 유격대를 조직한 겁니다. 수복돼 치안대가 생겼다가 후퇴하면서 각 지방마다 모여서 유격대가 됐는데 그 것을 미군 8240 부대가 지원한 거죠.”

미군은 1951년 당시 1만여 명의 북한 출신 민간 유격대가 서부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군과 싸우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이후 이들에게 무기와 통신장비, 훈련 등을 제공하면서 8240부대를 만든 뒤 편입시킨 겁니다.

말콤 전 대령은 8240부대가 구체적으로 미 8군에 속했으며 1951년부터 최전선에서 5개 예하부대가 활동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We have five different divisions of 8240 army unit…”

북한 출신 대원이 2만2천 명에 달했고, 1만 명 이상이 북한 내부에서 21개 조직을 구성해 다양한 게릴라전과 첩보작전을 수행했다는 겁니다.

당시 육군 중위로 서해 백령도에 있던 레오파드부대 산하 백호부대를 담당했던 말콤 전 대령은 백호부대 뿐아니라 8240부대 소속 모든 대원들이 반공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All North Koreans are anti-communists and hated North Korean government….”

대원들은 해방 후 공산주의에 맞서 계속 싸웠던 사람들이 많아 김일성과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가 남달랐다는 겁니다.

백령도와 마주한 북한 장연군 출신으로 8240부대에서 활동했던 이종은 씨는 당시 북한 군과 싸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종은 씨] “우리가 왜 싸웠냐? 고향에 빨리 가서 수복하려고! 해방 후 5년 동안 공산 치하에서 공산주의가 어떤지 다 우리는 체험했죠. 왜냐하면 우리는 남쪽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동경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공산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거든요.”

말콤 전 대령은 이렇게 대원들의 정신무장이 투철했던데다 두뇌가 명석한 지식층이 많아 작전을 매우 잘 수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They’ve done very well. Very smart people and do great job…”

말콤 전 대령은 미 8군 보고서를 인용해 8240부대 소속 유격대원들이 북한에서 총 4천 445 회에 걸쳐 다양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1천 명에 달하는 북한 군을 체포했고, 북한 군을 상대로 다양한 게릴라전을 펼쳐 6만9천 명을 살상하고 수 천 개의 무기를 압류했다는 겁니다.

유격대원들은 베이커 공수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뒤 적진에 낙하해 다양한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사실상 한국인 최초의 공수부대 역할을 한 겁니다.

이들은 또 적진에 추락한 미군 조종사를 구출하는 위험한 임무까지 수행했습니다.

말콤 전 대령은 8240 부대가 미군과 한국 군 특수부대의 모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At that time, we didn’t have special force and all of sudden…”

당시 미군은 특수부대가 없었는데 미 8군이 8240부대를 통해 게릴라전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미군 특수부대 설립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8240부대는 휴전과 함께 해체됐고 모든 부대의 활동은 기밀에 부쳐져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말콤 전 대령은 당시 자신을 비롯한 부대원들 모두가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크게 실망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That was very big disappointment for us that…”

8240 부대원들은 공산주의자들로부터 고향인 북한을 해방시키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있었고 미군 역시 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철수와 부대 해체 소식을 통보해야만 했다는 겁니다.

말콤 전 대령은 휴전 후 미군이 8240 대원들의 진로를 한국 정부에 전가하는 등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 역시 비정규 병력인 대원들의 공적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We don’t know it was political decision by South Korean government. They were concern….”

한국 정부는 북한 출신인 8240 대원들을 신뢰하지 않았고 극소수만이 대원들의 북한 내 활약에 대해 알고 있는 등 이해가 부족했다는 겁니다.

많은 8240 대원들이 휴전 후 한국 군에 편입됐지만 비정규군 출신이란 이유로 전쟁 중 세운 공로를 전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미군 마저 8240 부대의 실체를 수 십 년 간 1급 군사기밀로 취급했기 때문에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8240부대는 휴전 40년이 훨씬 지난 1996년, 전쟁 당시의 활동을 소개하는 책이 발간되면서 미국과 한국에서 조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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