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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설치미술가, 워싱턴서 '이산가족' 전시회


'이산가족'을 주제로 한 한국 설치미술가 이은숙 작가의 작품이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시 '토피도 팩토리 아트센터'에 전시되었다. 촬영 = VOA 소병화 기자.

'이산가족'을 주제로 한 한국 설치미술가 이은숙 작가의 작품이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시 '토피도 팩토리 아트센터'에 전시되었다. 촬영 = VOA 소병화 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 인근에서 최근 이산가족의 아픔을 조형물로 형상화한 작품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전시회를 연 한국인 작가 이은숙 씨는 북한에서 월남한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VOA가 이은숙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조은정 기자입니다.

워싱턴 DC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 알렉산드리아.

지역 예술가들의 요람인 ‘토피도 팩토리 아트센터’에서 최근 특별한 조형물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의 설치미술가 이은숙 씨가 ‘이산가족’을 주제로 빛과 섬유를 이용한 작품들을 전시한 것입니다.

투명 폴리에스테르 필름에 다양한 색의 형광 실과 사진을 붙인 조형물들은 조명 아래 은은한 빛을 뿜습니다. 작품 곳곳을 통과하는 형광 실이 특히 눈에 띕니다.

[녹취: 이은숙 작가] “제 작품이 실로 계속 연결이 돼 있거든요. 보면 떨어져 있지만 바구니 짜는 기법으로 실을 짰는데 실이 연결이 돼 있어요. 서로 헤어져 있지만 그래도 하나의 가족이라는 느낌이죠. 뭔가 연결이 돼 있다는 거죠.”

이 작가는 전시회에서 특히 현대사회에서 이산가족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정치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에서 일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고, 흩어져 사는 가족끼리 몇 년에 한 번 밖에 못 만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족들도 실로 이어지듯 하나로 연결돼 있고 서로 사랑하기에 행복하다고 이 작가는 설명했습니다.

작가는 여러 나라 출신 이산가족들의 사진들과 이들의 사연을 담은 글귀, 씨앗을 활용해 각 가정의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이은숙 작가는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통해 꾸준히 이산가족의 아픔을 담아냈습니다. 특히 2007년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사라진 베를린 장벽’을 전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인 이산가족 5천 명의 이름을 투명한 장벽에 넣어 밤 하늘 아래 화려한 빛을 발하게 한 것입니다.

높이 5m, 길이 30m의 이 거대한 조형물은 `BBC'와 `CNN' 등 유력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이 작가는 설치예술의 경우 특히 배경 장소가 갖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은숙 작가] “독일도 우리처럼 분단이었지만, 지금은 통일이 돼서 분단의 아픔을 다 해소를 했죠. 우리도 독일같이 이렇게 좀 국경이 없고 분단이 없는 나라가 되고 싶다라는 의미에서 사라진 베를린 장벽이 의미가 있는 역사적인 현장이고 그래서 거기서 우리나라의 아픔을 대신하는 작업을 하게 됐던 거예요.”

이 작가는 한반도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겪은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녹취: 이은숙 작가] “아버지는 북에 가정을 가지고 자식이 4 명이 있었는데 6.25 전쟁이 나면서 남한 쪽으로 참전을 하셨어요. 군인으로. 그래서 저희 아버지가 항상 나는 남한에 와있지만 북에 있는 가족을 죽었을 거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정말 돌아가시기 전에 저는 그 북쪽 가족을 만나길 원했는데 평생 만나지 못하고 60여 년을 그리워하시다가 4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가족의 의미를 담은 그의 작품들은 비단 한국인 이산가족들 뿐아니라 전세계인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전시회를 보러 온 하디아 사마하 씨는 1978년 레바논 내전을 피해 고국을 떠났다며, 전쟁 당시 겪었던 이산의 아픔이 되살아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관람객 하디아 사마하] "I was moved by her art.."

사마하 씨는 “전쟁이 일어나 레바논을 떠났고, 한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다”며 “전쟁이 나의 어린시절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습니다.

사마하 씨는 이은숙 작가의 작품들이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았고, 깊이 감동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특히 젊은이들이 영감을 받고 전세계 흩어진 가족들이 하나가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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