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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 북한 억류 100일 넘어...진전 없어


임현수 목사가 지난 1월 북한 방문을 앞두고 캐나다 '큰빛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임 목사는 북한 입국 후 연락이 두절됐다. (자료사진)
임현수 목사가 지난 1월 북한 방문을 앞두고 캐나다 '큰빛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임 목사는 북한 입국 후 연락이 두절됐다. (자료사진)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목사의 신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억류된 지 100일이 훨씬 지났지만 북한 당국은 이례적으로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전 백성이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모습을, 북한의 산들이 저렇게 다 민둥산이고 이런 열악한 현실을 봤기 때문이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시작한 것이 식량 지원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캐나다 뿐아니라 가는 곳 마다 불쌍한 북한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며 20년 가까이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펼치던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

임 목사는 지난 1월 31일 라선에서 북한 관리와 평양으로 향한 뒤 소식이 두절됐습니다. 이후 외교경로를 통해 억류 사실이 확인됐지만 북한 당국은 억류 100일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임 목사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캐나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VOA’에 “북한에 상주하는 캐나다 정부 사무소가 없어 영사 지원이 극도로 힘들다며, 하지만 임 목사 가족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영사)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개인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 목사 석방 노력에 관여하고 있는 캐나다인 관계자는 이달 초 ‘VOA’에 “북한 당국이 지난달 캐나다를 대신해 북한에서 영사 업무를 대행 중인 스웨덴 측에 두 차례 접촉을 약속했다가 갑자기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캐나다 정부와 직접 접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캐나다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직접 접촉을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VOA’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캐나다는 지난 2001년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행위를 이유로 2010년 ‘제한적 관여정책’(Controlled Engagement Policy)을 채택하며 대부분의 관계를 중단했습니다. 특히 2011년 8월에는 유엔의 대북 결의를 반영한 특별경제조치법을 발동해 경제제재를 부과하고 일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북한과의 모든 경제 교류를 금지했습니다.

임 목사의 억류가 장기화되고 신변안전 문제 조차 확인이 되지 않자 그가 담임으로 있는 캐나다 토론토 인근(미시사가)의 큰빛교회 신도들도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큰빛교회와 임 목사 가족을 대변하고 있는 이 교회 리사 박 목사는 21일 ‘VOA’에, 인간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신도들이 매일 기도하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사 박 목사] “매일 기도하며 그 안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마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라 힘들겠지만 저희는 하나님이 주관하시니까 소망이 있습니다.”

박 목사는 3천여 명의 신도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임 때마다 임 목사 석방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목사는 북한에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을 방문한 뒤 충격을 받고 대북 인도적 사업에 적극 나섰습니다. 1996년 이후 식량 지원과 농업, 수산업, 축산업, 비료공장, 육아원과 애육원 지원, 영어와 컴퓨터 강습소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지원 활동과 관련해 북한 당국과도 활발히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때문에 캐나다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임 목사의 활동에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리사 박 목사는 그러나 임 목사가 늘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복음을 위해 염려하고 기도하는 열정적인 목사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사 박 목사] “항상 북한에 갔을 때 이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Visionary heart….”

비단 북한 뿐아니라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 선교를 다니면서 불우한 사람들을 돌보는 목회자였다는 겁니다.

리사 박 목사는 임 목사의 이런 가르침 때문에 신도들 역시 북한에 대해 분노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사 박 목사] “대부분의 신도들이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하죠.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조차 잘 모르니까. 주민들도 모르고요. 그래서 우리 교인들은 화가 나는 것 보다 계속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그 나라를 축복하기 위해 기도하죠.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사랑으로 이길 수 있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한편 큰빛교회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주 서울을 방문해 에릭 월시 주한 캐나다대사와 방북을 추진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 임 목사 석방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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