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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반기문 총장 방문 철회...평화 메시지 기회 놓쳐"


한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서울에서 열린 유엔 아카데미 임팩트 서울 포럼에 참석했다. (자료사진)
한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서울에서 열린 유엔 아카데미 임팩트 서울 포럼에 참석했다. (자료사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세계 주요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유엔은 반 총장이 북한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여전히 반 총장의 방북 불허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 “We had a series of communications...”

앞서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북한 측으로부터 반 총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할 수 있다는 확인을 받았지만, 북한이 갑자기 반 총장에게 허가 취소를 통보했다는 겁니다.

하크 대변인은 반 총장이 북한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가 유엔 고위인사를 초청해 놓고 막판에 마음을 바꾼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외교 관례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세계 주요 언론들은 20일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돌연 철회한 사실을 긴급 보도했습니다.

미국 ‘AP통신’은 반기문 총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역사상 처음이고, 지난 1993년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의 평양 방문이후 유엔 수장이 북한 땅을 처음으로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 됐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반기문 총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해도 특별히 얻을 게 더 없다고 판단하고 돌연 방북 허가를 취소한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AP통신’은 전했습니다. 북한이 과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고위 인사들을 초청해 꽉 막혀 있는 대외관계에서 돌파구를 모색한 적은 있지만 반기문 총장의 경우 미국과 한국의 입장만을 전달할 것으로 북한이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프랑스의 ‘AFP통신도’유엔 사무총장이 20여년만에 북한 땅을 다시 밟을 것이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이 방북했을 때는 김일성 주석과 만나 북한 핵 문제를 논의했지만 반 총장은 개성공단에서 북한 고위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흔치 않은 외교적 기회를 스스로 내던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지난 2000년대 중반 한국 외교장관을 지낸 인물이라며, 당시 북한 핵 협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뒤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이 합의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 (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이 전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 “Everything is so critical...”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처형설과 북한 인권문제로 인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했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분위기를 바꿔 놓을 수 있었을 거라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북한이 유엔 사무총장을 맞이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고 있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며, 북한 지도부가 반 총장에게 남북관계와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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