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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가정의 날 "북한, 가부장적 병폐 심각"


지난 3일 북한 평양 시내에서 주민들이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일 북한 평양 시내에서 주민들이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5일은 유엔이 기념하는 국제 가정의 날(International Day of Families)이었습니다. 올해는 특히 부부 간의 평등한 역할과 자녀의 권리 보호가 주제였는데요. 하지만 북한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가부장적 풍조때문에 부인과 자녀들이 제대로 존중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은 1996년부터 국제 가정의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유엔이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가정의 복지와 행복, 가족 개개인에 대한 존중이 국가의 발전과 번영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성명에서 여성들의 가정 내 지위가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여성 차별이 존재하고 자녀들의 권리가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그런 대표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합니다.

카터 행정부 시절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로버타 코헨 미 부르킹스 연구소 객원 선임연구원은 15일 ‘VOA’에 북한의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연구원] “In North Korea, women are subjected to tremendous discriminations and also persecutions……”

북한의 여성들은 장마당을 통해 북한 경제와 가정에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으면서도 엄청난 차별과 박해를 계속 받고 있다는 겁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사회 모든 분야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뿌리깊은 가부장제와 여성폭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제대로된 법적 보호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유럽에서 북한여성들의 인권개선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지현 북한인권유럽연합(EAHRNK) 간사는 15일 ‘VOA’에 북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여성들에 의해서 가족들이 먹고 살지만 아직도 남자들이 권력으로 여자들을 무시하죠. 북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나 외부세계에서 여성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잘 모르니까 그냥 옛날 방식처럼 여자들은 그저 남자들에게 순종하며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외부 세계에 나온 뒤에야 자신들의 인권이 얼마나 무시되고 있는지 깨닫는다고 말합니다.

북한 청진의대 교원 출신인 현인애 한국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입니다.

[녹취: 현인애 위원] “북한 여성은 모든 게 다 충격이죠. 들으면 기가 막히겠지만. 저는 처음에 남쪽에 왔을 때 지금 남한 여성들이 거의 다 맞벌이잖아요. 그러니까 집에 와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도 같이 키우고 집안 살림살이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도 놀랍죠. 남자들이 아이를 안고 다니고 업고 다니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고 모든 게 놀라웠죠.”

유엔은 세계인권선언과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등 국제규약을 통해 남녀 평등권의 보장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권리와 기회 균등 보장뿐 아니라 가정의 복지와 사회 발전에 대한 여성의 공헌, 모성의 사회적 중요성,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의 역할 분담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유엔 회원국인 북한은 여성차별철폐협약과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으며 대외적으로 여성과 어린이 인권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참석한 북한 보건당국 관리의 말입니다.

[녹취: 북한 관리]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특별한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고 있으며 이러해서 아이들은 나라의 왕으로 또 여성들은 나라의 꽃으로 떠받들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바입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계기로 북한 당국의 이런 주장을 신뢰하는 나라들은 이제 지구상에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COI 보고서 지적처럼 북한 여성들이 세계 다른 지역의 여성들처럼 당국의 차별과 박해에 집단으로 시위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상황입니다.

현인애 연구위원은 여성 차별 등 북한 가정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북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현인애 연구위원] “국가가 원래 주민들한테 가르치는 모습이 가부장적인 것이죠. 북한에서 수령은 어버이잖아요. 국가가 아버지의 헌신에 대해서만 많이 말하지 여성들은 잘 받들라는 거죠. 남자들이 밖에서 일을 잘 하도록 받드는 게 여성의 사명이다! 이런 식으로 다 하니까. 남자의 집안에서의 가부장적 권위가 국가에 의해서 조장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 게 당연시되고 남자들이 집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잘못됐다고 생각조차 못하는 거죠. 왜? 국가가 그걸 정당화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북한 남성보다 북한 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이 우려를 나타낸 자녀들의 권리 문제 역시 북한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인권유럽연합(EAHRNK)의 박지현 간사는 가부장적 아버지와 집안 생계 때문에 바쁜 어머니 때문에 자녀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가족에서의 행복도 모르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 듣다 보니까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죠.”

유엔은 영양 부족으로 아동들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대북 소식통들은 지방에는 가난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인애 연구원은 이런 여러 문제 때문에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라지 못하는 자녀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런 아동들이 자라서 성격장애를 보일 확률이 높고 이는 사회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선임연구원은 이런 북한의 가정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의 다양한 기구들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선임연구원] “Secretary general introduced in 2013 Rights Up Front approach….”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13년에 천명한 ‘인권 우선’(Rights Up Front) 정책에 따라 유엔 기구들이 심각한 인권 유린국들에 대해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코헨 연구원은 북한에도 이를 조속히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니세프 등 여러 기구들이 유엔 인권기구들과 협력해 북한 여성의 경제 역할에 따른 지위 향상과 아동권리 보호, 부모의 역할 균등을 북한에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코헨 연구원은 이런 노력이 국가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명백한 국제 사례가 있는 만큼 유엔 기구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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